종교학 벌레966 기적을 쟁취하려는 경쟁사회 1. 는 제목 그대로 프랑스의 유명한 성지 루르드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우리나라에서는 대구 성모당이 이곳을 본떠 만들어졌다.) 전신불수인 주인공이 루르드에서 기적적으로 치유 받아 몸을 움직이게 된다는 이야기다. 여기까지만 보면 하느님의 기적을 찬양하는 전형적인 종교영화이다. 그래서 나도 심드렁하게 보고 있었는데, 갈수록 영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된다.... 2. 순례단을 이끄는 수녀는 엄격한 사람이다. 엄격함이 심해 신앙 언어로 구성된 폭력을 휘두른다.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이에게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의 운명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해요. 당신이 겪는 고통엔 깊은 뜻이 있어요.”라고 못박으며, “난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라는 성 바오로의 말을 인용한다. 아픔을 주.. 2023. 5. 31. 랜디스가 채록한 한국 동요 한국에 입국한 최초의 성공회 선교사 중 한 명인 랜디스는 인천 지역에서 병원과 고아원을 운영하였다. 그는 고아들에게 들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동요를 채록하여 1898년 미국 저널에 발표하였다. 수록된 지면은 다음과 같다. E. B. Landis, "Rhymes of Korean Children," The Journal of American Folklore 11-42 (1898): 203-09. 랜디스가 의례를 중시하는 성공회 선교사이기 때문에 다른 개신교 선교사들과는 달리 의례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났을 것이라는 전제를 갖고 그의 글을 검토하고 있다. 사실 동요는 내 관심과는 거리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동요 모음의 첫 두 노래가 (그가 성공회 사제로서 중시했으리라 생각하는) 의례와 사제에 대한 경멸을.. 2023. 5. 31. 요가와 혼합현상 1. 2018년 2월호에 “한국 기독교의 혼합주의, 혼합현상”이라는 내 글이 실렸다. 편집장 선생님의 배려 덕이다. 나로서는 혼합주의 담론의 주무대 중 하나였던 유서 깊은 잡지에 그에 대한 다른 시각을 담은 내 글이 추가된 것에 의미를 둔다. 2. 그런데 나조차도 이번호에서 눈길이 가는 쪽은 요가를 다룬 특집 기사이다. 아래 기사는 특집의 논문들의 쟁점을 요약 소개하고 있다. 기사 마지막에 인용된 문장이 눈길을 끈다. 이 문장은 ‘권두언’의 마지막 문장이기도 하다. 이 문장은 ‘혼합주의는 안 된다’는 혼합주의 담론이 편집진에게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준다. "他종교 의례" vs "스포츠일뿐".. 개신교 '요가' 논란 ‘기독교 사상’의 박종화(경동교회 원로목사) 편집위원은 “다만 힌두교적 종교성을 추구하거나 .. 2023. 5. 30. 한국 오순절교회에 대한 콕스와 몰트만의 논쟁 저명한 신학자들이 한국 교회에 대해 논쟁한다. 그런데 매우 사소해 보이는 것 갖고 신경전을 벌인다. 몰트만은 2005년 논문에서 순복음교회 신학이 정통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자기 입장이 ‘기독교 무교’ 따위를 언급한 하비 콕스와는 다르다고 넌지시 언급한다. 다음 해에 콕스가 반박하는 글을 발표한다. 순복음이 비정통적이라고 할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 논쟁에는 묘한 대목이 있다. 서로 자기들이 한국에서 얼마나 대접을 잘 받았는지를 말하고 있다. 몰트만 글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고, 이에 대한 반론에서 콕스도 자기도 얼마나 대접을 잘 받았는지를 자랑하듯 말한다. 서울의 좋은 호텔에서 숙박하고 인천순복음교회에 초청되어 환영받은 이야기를 한다. 이것이 자신의 책이 순복음교회에서 환영받았음을 말하기 위한 근거라는.. 2023. 5. 30. 로스 번역 성경의 의례, 종교 어휘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누가복음을 일독했다. 존 로스가 번역한 최초의 한글 번역 (1882)로. 폰트 상태가 조악해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옛 어투가 갖는 소박하면서도 간결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미소가 지어지는 정겨운 호칭들이 눈에 띈다. 예수는 ‘하느님 아밤’에게 기도를 드린다. 성모 마리아는 ‘예수 오맘’이라고 불린다. 제자들은 예수를 ‘영감’이라고 부른다. 예수와 적대적 관계였던 율법교사들은 ‘선비’라고 번역되었다. 선비라는 번역이 당시 대중들에게 갖는 효과가 어땠을지 궁금하다. 천사의 번역어로 사자(使者)가 종종 사용된 것도 흥미롭다. 책 끝에 번역에 사용된 신조어를 풀이해 놓은 페이지가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제사장으로 번역되는 제사를 이렇게 푼다. “제사는 하느님의게 제딜이넌 직.. 2023. 5. 30. 캐리 엄마의 종교 영화 (1976)에서 월경에 대한 종교의 부정적 해석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영화는 주인공 캐리가 학교에서 초경을 하고 반 학생들에게 놀림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캐리가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왜 월경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따졌을 때, 엄마 마거릿 화이트는 이상한 반응을 보인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참고해서 그녀의 설교(?) 장면을 반추해보았다. (0) 마거릿 화이트의 종교적 배경. 소설에는 ‘근본주의 기독교인’으로 명명되어 있다. “한때 침례교인이었지만 침례교가 적그리스도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면서 교회를 나왔다.”고 하며 그 이후 집에서 딸과 독자적으로 예배를 드리며 종교 생활을 하고 있다. 종교적 배경은 그럴 수 있는데, 정작 이 인물을 기괴하게 만드는 허구적 요소는 광.. 2023. 5. 30. 북쪽과 연관해서 언급되는 성서 구절들: 북방왕, 좌향군, 붉은 군대 나운몽 장로의 1970년대 글에서 발췌한 내용. 북한과 공산주의의 위협을 경고하는 것으로 읽히는 성서 구절들이 나열되어 있다. 한국 교회에서 많이 사용될 만한 구절이고, 현재처럼 남북관계가 엉망일 때 다시 언급될만한 구절들이라 생각된다. 다니엘은 예언하기를 하나님을 대적하여 ‘세력의 신’을 공경하는 자들이 세계를 나눠서 북방왕과 남방왕이 대결하게 될 것인데 그때에는 하나님을 아는 백성들이 처음에는 강하나 점점 쇠약해지리라고 하였고(단 11:22-40) 에스겔은 우향군과 좌향군으로 나뉘어 번개같은 무기로 싸워 세계대전이 세 번 있을 것인데(겔 21:14-16) 극한 북방에서 ‘곡’의 후손들이 엄습해오리라고 예언하였고(겔 38:15) 나홈 선지는 파괴주의자들이 붉은 군대를 이끌고 횃불같고 번개같은 병기를 갖.. 2023. 5. 30. 아미시와 외부 세계 미국 아미시Amish 교단을 잘 소개한 책이 있어 흥미로운 내용들을 정리해 놓는다. 임세근, (리수, 2009). 1. 현대 사회와의 만남 아미시는 외부세계와 떨어진 삶을 살지만, 그러한 삶을 후속세대에 절대적 의무로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아미시 아이들이 청소년기가 되면 “럼스프린가”라고 해서 외부사회를 자류롭게 경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기간 후에 아이들은 아미시 공동체에서 살 것인지 외부세계에 나가 살 것인지를 스스로 선택한다. 약 10%정도가 바깥세상을 선택한다고 한다. 아미시로 교육받은 아이들이 외부를 선택하는 것은 모험이라는 점에서, 이 선택이 진정 자유로운 것인지 의의를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자기 결단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 또한.. 2023. 5. 30. 아미시의 용서 2006년 10월 찰스 칼 로버츠라는 남성이 펜실베니아 주 니켈 마인스에 있는 아미시 학교에 침입하여 아이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가 총으로 학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났다. 5명의 아이가 사망하고 5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남성은 평소 아미시 농장의 우유를 배달하던 트럭 운전수였다. 비폭력주의자로서 평화로운 삶을 살던 이들에게 닥친 이 사건은 “아미시의 911”이라고도 불린다. 놀라운 일은 이 사건에 대한 아미시 공동체의 반응이었다. 사건이 있은 후 아미시들은 범인 로버츠의 가족과 접촉하였다. 가족들은 로버츠의 아버지를 안고서 ‘당신을 용서합니다’라고 말했다. 로버츠의 가족들 역시 이 사건의 희생자라고 인식한 것이었다. 로버츠 가족들은 아미시 희생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하였으며, 아미시 가족들은 .. 2023. 5. 30. 금주에 대한 한 신자의 반론(1903) 감리교회에서 발행한 1903년 4월호에 평남 강서군 함종읍에서 김주련이라는 30년 된 천주교신자가 개신교로 개종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김주련의 개종에서 가장 큰 관건은 금주 문제였다. 그는 사경회에 참석하여 금주 문제에 대해 치열한 문답을 주고받는다. 초기 기독교 금주 관련 자료 중에서도 애주가의 입장이 가장 잘 드러난 재미있는 문답이다. 6개의 문답 내용을 요약해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문: 아무리 술을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다. 답: 사소한 술도 못 끊는데 어떻게 더 큰일을 하겠는가. (2)문: 술을 안 먹으면 죽을 것 같다. 밥 안 먹으면 죽지만 술 안 먹는다고 죽지 않는다. 또 죽는다 해도 죄 짓고 사는 것보다는 죄 없이 죽는 게 낫다. 1, 2번은 인간적 정서에 호소하는 동시에 현실적.. 2023. 5. 30. 초기 구세군 선교의 영화 사용 한국의 구세군 선교는 1908년 10월 1일 호거드(허가두) 부부의 입국을 기점으로 시작되었다. 구세군은 처음부터 환등기 상영, 즉 영화를 선교에 적극적으로 사용하였다. (1) 에서 첫 환등회(제등집회) 기록은 12월 5일에 나타나며, 12월 12일에는 입장료 징수를 놓고 약간의 분란(주어진 내용으로는 무슨 뜻인지 불분명하다)이 일어나기도 한다. 입장료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근대적 의미의 영화 상영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1) 1909년의 행사부터는 일반 신문인 에도 소개된다. “구셰 환등”, , 1909.2.26. “환등 기계”, , 1909.10.14. (2-2) 동일한 행사에 대한 황성신문의 기사이다. “救世軍營幻燈”, , 1909년 02월 27일 (3)한국 구세군 개전 1주년 특.. 2023. 5. 30. 소와 송아지에게 줄 것을 빼앗음 며칠 전 의 다음 기사를 읽고 초기 기독교 선교 상황이 떠올랐다. 우유가 스테이크보다 나쁜 이유, 이런 거였어? 이 기사에서는 동물보호단체의 문구를 소개한다. “내가 아기에게 먹이려고 했던 젖을 모조리 빼앗았어요.” 우유는 소가 자신의 새끼를 먹이기 위한 젖을 강탈하여 나온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부자연스러운 산물이 영양상으로도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 기사의 요지이다. 우리나라에는 원래 우유가 없었다. 선교사들은 한국에 우유라는 식품이 없다는 사실에 매우 낯설어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은 동물의 젖을 사람에 먹이는 ‘부자연스러움’으로 인해 우유라는 음식에 대한 저항감이 컸기 때문에 선교사들은 우유 수급에도 차질을 빚었다. 일정 기간 수입해서 먹어야 했다. 다음은 조선혜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된 사.. 2023. 5. 30. 터너 주교의 정치적 입장 한국에서 활동한 선교사의 다수는 일본의 지배를 승인하는 정치적 입장을 지녔는데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학계에서는 선교사의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연구가 지배적이다. 대한제국,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서양인들이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일본의 힘의 우위를 인정한 것은 어찌 보면 상식적인 판단일 것이다. 그런 판단을 내렸다고 해서 제국주의의 앞잡이라고 비난할 이유도 없다. 한국인을 사랑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지금 우리가 바라는 것과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성공회의 2대 주교였던 아서 터너(한국 이름: 단아덕)에 대한 평가에도 나는 민족주의적 평가의 덧칠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1907년부터 YMCA 회장을 역임하면서 종로YMCA 건물을 건립하는 등 기여를 했기 때문에 민족주의 운동을.. 2023. 5. 30. 안티기독교에 관한 글 올해 초부터 이 글을 쓰지 않기 위해 반년 이상 도망 다녀야 했다. 그러다가 이번 여름에 후다닥 해치웠다. 내키지 않는 글은 처음부터 깔끔하게 거부의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어떤 책에 한 꼭지 참여하게 되었는데, 내게 할당된 주제는 ‘안티기독교 운동’이었다. 고백하건데 나는 이 운동의 내부를 잘 알지 못하며 글을 다 쓴 지금도 많은 조사를 해보지 않았다. 내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글이라면 ‘공부하지 않고’ 써야한다는 이상한 지론이 있긴 한데, ‘조사조차’ 하지 않는 것은 변명의 여지없이 준비 부족이다. 나는 글의 방향을 약간 틀어서 안티기독교 자체에 대한 것보다는 한국기독교(주로 개신교)가 욕먹는 현상이라는 좀 더 일반적인 주제로 글의 범위를 넓혔다. 조사 부족도 이유지만 그게 좀 더.. 2023. 5. 30. 산타의 백화점 알바 1. 성 니콜라우스가 산타클로스로 재탄생한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였다. 산타는 대중적 상상력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는데, 여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작품으로는 어린이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많이 팔렸던 영시英詩 “크리스마스 전야”(원제는 “A Visit from St. Nicholas“)를 꼽을 수 있다. 2. 산타클로스의 탄생 과정에 대해서는 이 글(산타클로스가 지금의 모습으로 되기 전)의 도상을 참고할 것. 3. 산타클로스는 1890년대에 더 큰 생명력을 얻게 된다. 그 이전까지 상상의 존재였다면, 이 시기 산타는 실제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메이시스(Macy’s)를 비롯한 뉴욕의 유명한 백화점에서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서 판촉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 이 시기였기 때문이다. 다른.. 2023. 5. 30. 이전 1 ··· 4 5 6 7 8 9 10 ···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