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입국한 최초의 성공회 선교사 중 한 명인 랜디스는 인천 지역에서 병원과 고아원을 운영하였다. 그는 고아들에게 들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동요를 채록하여 1898년 미국 저널에 발표하였다. 수록된 지면은 다음과 같다.
랜디스가 의례를 중시하는 성공회 선교사이기 때문에 다른 개신교 선교사들과는 달리 의례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났을 것이라는 전제를 갖고 그의 글을 검토하고 있다. 사실 동요는 내 관심과는 거리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동요 모음의 첫 두 노래가 (그가 성공회 사제로서 중시했으리라 생각하는) 의례와 사제에 대한 경멸을 담고 있는 곡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왜 처음에 실렸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그의 스타일대로 건조하게 나열하고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가 이 노래들에서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E. B. Landis, "Rhymes of Korean Children," The Journal of American Folklore 11-42 (1898): 203-09.
1.
첫째는 상제를 놀리는 노래이다. 랜디스는 이 노래의 분위기가 ‘매우 경멸적’(abusive)이라고 해설한다. 2행의 ‘회’는 운율을 맞추면서도 무덤과 관련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무덤의 복토를 일컫는 회덮기라는 표현이 있다고 한다.) 랜디스의 영어 음사는 아래와 같다.
상제, 상제, 어데가
Sang Chyei, Sang Chyei, etai ka
회, 회, 어데로 가
Hoi, Hoi, etera ka
장사날이 언제이오
Chang sa nali enchyei o
일, 일, 이레날이오
I1, II, irhei nal io.
전래 동요 모음집에 실린 비슷한 노래는 다음과 같다.
상주(喪主)
상제 상제 어데 가오
산수자리 보러갑네
산수자리 어디메요
동글동글 동산이오
장사날이 언제이요
일 일 일헤날이오
죽 한 그릇 해주리까
곰 곰 고맙쇠다
김소운, <<김소운의 한국구전동요>>(앞선책, 1993), 82.
2.
둘째는 중을 놀리는 노래이다. 2행의 ‘뱅이’는 잘 해석되지 않는다. 뱅뱅 돌아다니는? 3행과 4행은 신랄하다. 제대로 먹지 못하는 행색, 그리고 가재를 잡아먹는 모습으로 희화화된다. 랜디스는 이 노래가 ‘승려를 비하(derision)’하는 것이라고 해설한다.
중, 중, 까까 중
Chyoung, chyoung, kakke chyoung
울 너머 뱅이 중
Oul nemou painge chyoung
접시 밑에 핥아 중
Chyepsi mithei haltai chyoung
돌 밑에 가재 중
Tol Mithei kachai chyoung.
전래 동요 모음집에는 비슷한 노래가 여러 지역에 있다.
돌중
중 중 까까중
어디서 왔나
황장사서 왔네
무엇하러 왔나
동냥하러 왔네
무엇 가지고 왔나
바랑 메고 왔네
무엇 치고 왔나
목탁 치고 왔네
염불할 줄 아나
염불은 못하네
아이고 요 너머 조 너머
개똥밭에 돌중일세그려 (경기도)
중 중 까까중
접시 밑에 핥아 중 (경기도)
중 중 때때중
칠월이 번개중
소맷독에 빠진 중
대꼭지로 건진 중 (전라북도)
김소운, <<김소운의 한국구전동요>>(앞선책, 1993), 98-99.
안성에서 전래되는 노래에는 ‘뱅이’ 비슷한 표현이 나온다. 역시 무슨 뜻인지는 분명치 않다. 저자는 이 노래가 머리 깎은 아이 놀리는 노래라고 해설하였다. 이 해설은 현대 시점에 해당하는 것이고 아마 조선말에는 진짜로 중을 놀리는 훨씬 살벌한 노래였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중중 까까중
울 넘어 팽개중
김치국에 빠진중(『안성군지』)
김헌선, <<한국 구전동요 연구>> (민속원, 2013), 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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