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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자료/선교사문헌

유진벨, 선교 편지 중에서

by 방가房家 2024. 6. 29.

유진 벨, 고영자 & 이은상 옮김, <유진 벨 선교 편지: 1895~1897> (보고사, 2022).

전남 선교를 개척한 남장로교 선교사 유진 벨, 로티 벨 부부의 서한이 번역되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인상적인 부분을 옮겨놓는다.

1. 유진 벨이 처음 와서 서울 거처에서 열심히 한 일 중 하나는 텃밭 가꾸기였다. 평범한 장면이지만 두 가지 생각이 든다. (1)상관 없는 생각. 낯선 품종의 목록을 보니, 토착화라는 선교에 대한 비유가 떠오른다. 선교는 씨앗(복음)을 가져와 낯선 토양(타국 문화)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라는 비유. 의도치 않았지만 유진 벨이 처음 한 노력은 토착화였다. (2)낯선 품종의 목록은 서구식 식생활을 유지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류대영이 말한 ‘사막의 오아시스’에 거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1895.4.21.
비옥한 토질에 저희들이 필요한 것보다 휠씬 넓은 훌륭한 텃밭입니다. 한국의 토양에 대해 잘 모르긴 하지만, 고국에서 이런 모습의 땅을 보았다면 최고의 토양이라고 말했을 것입니다……벌써 상추, 무, 비드, 파슬리, 케일, 순무, 양파, 파스닙, 우엉, 두세 종류의 콩, 완두콩, 이른 옥수수early corn, 감자를 꽤 많이 심었으며, 수박, 머스크멜론, 블랙베리 등도 심었습니다. 구스베리, 라즈베리, 포도나무도 뿌리를 내리고 있고, 토마토, 미숙 양배추, 그리고 셀러리를 상자에 심어서 밤마다 집 안에 들여놓습니다. 사람들 말로는 셀러리가 이곳에서 잘 자라는데, 장마철인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습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합니다.(99)

2. 입국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을 때 기록한 한국인의 첫인상. 그는 검둥이라는 말을 일상어로 사용했던 남부 출신 백인이었다. 아래 인용문만으로 단정할 수 없지만 남부 출신의 다른 결이 느껴진다. 물론 이것은 첫인상이기에 평생에 걸친 한국 선교를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부인의 로티 벨의 서한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대목이 있다. 그녀는 한국인이 더럽다는 인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이것은 행동의 제약을 준다는 것이 감지된다.

1895.4.28.
이 사람들은 매우 못생기고, 더럽고, 매력 없고, 엄청난 거짓말쟁이에 사기꾼들이다. 우리는 하인들이 포크, 순갈, 음식 등 손이 닿는 대로 모든 것을 훔치기 때문에 그들의 손이 닿지 않도록 집 안의 모든 것을 단단히 잠가 놓는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가 이곳에 왔다. 만일에 그들이 온전한 사람들이었다면 우리가 이곳에 올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복음을 가르치고, 위대하고 사랑 많은 구세주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원한다. 그들이 세상에서 죄를 짓지 않도록 능력을 주시고 다음에 올 세상에서 죗값을 받지 않도록 구해주시는 그분을.(1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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