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 전통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혼합은 가톨릭 성인과 아프리카의 신, 혹은 정령인 오리샤(Orisha)들이 결합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데에는 억압적인 상황 때문인 것도 있지만 두 전통의 특성도 작용하였다. 가톨릭은 민간 신앙을 잘 흡수하는 전통이다. 사실상 성인 숭배의 역사는 각 지역의 민간 신앙의 대상들을 성인이라는 체계로 흡수해온 역사이다. 서인도 제도의 혼합적 전통들도 그런 가톨릭의 특성과 무관치 않다. 다른 한편으로 아프리카 전통들도 외부의 요소를 받아들이는 데 개방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외부에서 들어온 신을 쉽게 자기 신앙 체계 내의 신으로 받아들이는 특성이 있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하느님과 중개자 역할을 하는 성인들로 이루어진 가톨릭의 신앙과, 최고신(High God)을 정점으로 하위신(Orishas)들을 거느린 아프리카 신앙은 구조적으로 비슷하다. 이 구조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성인과 오리샤의 상호교환과 동일화가 이루어졌다.


첫 번째는 신의 기능, 관장 영역에 비슷한 점이 있는 경우이다. 천둥과 번개로부터 보호해주는 성녀 바바라는 브라질에서 천둥 번개의 신 샹고와 동일시되었다. 바바라는 여자고 샹고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신격으로 숭배되었다. (오른쪽 사진. 샹고와 바바라) 에슈-엘그바는 사악한 성격이 있기 때문에 브라질과 트리니다드에서 악마와 동일시된었다. 하지만 동일한 에슈-엘그바가 쿠바에서는 신의 전령, “길을 여는 자”의 역할 때문에 천국의 “열쇠지기” 성 베드로와 연결되었다. 한편 성서에서 토빗을 치료해준 성 라파엘은 산테리아 전통에서 치료의 신 오산인과 동일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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