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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얻어배우는 것36

IMF를 극복한 무교 로렐 켄달(Laurel Kendall) 선생의 발표를 듣다. 제목: "Korean Shamans and the Spirits of Capitalism" (2009년 12월 10일, 서강대학교 다산관) 켄달 선생은 한국 여성 무속인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분이다. 직접 발표를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 자리는 선생의 신간, (University of Hawaii Press, 2009)의 내용을 소개하는 자리였고, 발표문은 책의 내용에서 뽑아서 구성되었다. 책의 존재를 몰랐는데, 중요한 책을 소개받게 되어서 기쁜 자리였다. 평소에 글로 만나던 학자를 강연을 통해 만나는 경험과 앨범으로 듣던 가수의 콘서트에 가는 경험은 비슷한 것일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막상 강연장에 가면 그 단촐함 때문에 그.. 2023. 5. 19.
평범한 막사발에서 찾아낸 성스러움 (2009.12.5) 성스러움과 속됨, 아름다움과 추함은, 결국 진정한 차원에서는 극복되기 위해 존재하는 개념이 아닐까? 종교학회에서 들은 이승현 선생님의 발표,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에 있어서 信과 美”에서 인상적인 사례를 만나게 되었다. 야나기는 한국의 도예를 사랑한 일본인으로 유명하다. 이 발표는 그러한 야나기의 민예관이 종교관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야나기는 의 법장비구의 48대원 중 제4원에 주목하였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만약 내가 부처가 될 때 내 나라 사람들의 형색이 같지 않고 아름다운 사람과 추한 사람이 있다면[有好醜者] 나는 부처가 되지 않겠다.” 나처럼 메마른 사람이 보기엔 아름다움/추함의 구별을 부정하는 것은 그런 상대적인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읽을 텐데.. 2023. 5. 19.
초기 하와이 한인에 대한 견해들 중에서 (2008.10.10) 관심 있는 분야에서 접하기 못했던 자료로 구성된 글을 읽는 것은 여러가지 생각을 할 기회를 준다. 지난 주 새문안교회에 가서 들었던 이덕희 선생의 발표, “초기 하와이 한인들에 대한 견해”가 그런 경우였다. 1902~5년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로 하와이에 간 한국인들에 대한 미국 내 다양한 견해들을 정리한 글로, 이 견해들은 미국 사회 내 한인에 대한 미국인의 최초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겠다.그중에서 인상적인 평가 하나는 선교사 노블이 전하는 것이다. 15.81일만 일하던 한인이지만 교회에 다니면 23.34일을 일한다! 교회와 노동력의 완전한 비례.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증언할 수 있을까? 또한 중요한 것은 한중일 노동자를 비교하면서 종교적.. 2023. 5. 19.
데이비드 치데스터의 강연 (2008.5.2) 데이비드 치데스터(David Chidester) 교수가 한국에 왔다 갔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라는 종교학의 ‘변방’에서 활동하는 학자이지만, 치데스터야말로 현재 종교학의 중심에 있는 학자 중 하나라고 평소부터 생각해왔기에, 참으로 반가운 만남이었다. 마침 내가 그의 서울대 강연 원고의 번역을 맡았기 때문에, 그 내용을 아래에 올린다. 치데스터는 이번 한국 강연에 알맞은 주제로 특별히 원고를 썼다. 을 중심으로 자신이 아프리카에서 한 작업을 소개하고, 서구와 식민지인들의 관계를 분석하는 그런 식의 세계 각지에서의 작업들이 모여서 진정한 ‘세계 종교학’의 이야기를 이룰 수 있다고 제안한다. 물론 이러한 제안에는 한국에서의 작업이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는 그의 기대가 포함되어 있다... 2023. 5. 19.
덴마크 무함마드 만평에 관한 학술행사 (2006.2.17) 요즘 이슬람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덴마크 신문 만평을 둘러싼 분쟁에 대한 심포지엄(The Danish Cartoon Crisis: Perspectives on the Global Controversy)이 있었다. 작년 말 예언자 무함마드를 조롱한 만평을 게재한 한 덴마크 신문에 대해 무슬림들이 반발하였고, 그 파장이 덴마크를 넘어 이슬람 국가들에서 반 덴마크 시위가 일어나고 덴마크 외교관이 소환되는 등 아직까지 그 분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종교학과 종교분쟁 연구소가 주체가 되어 현재 진행중인 이 분쟁에 대해 개략적으로나마 스케치를 하고 이슈를 정리하는 자리는 마련한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현재의 이슈 대해 전문가들을 모아 행사를 마련하다니, 역시 우리학교 종교학과는 참 좋은.. 2023. 5. 19.
옛 이스라엘 사람의 눈으로 창세기 1장 읽기 (2006.1.22) 그랜드캐년 대학(Grand Cayon University)에서 마련한 월튼(John Walton) 교수의 강연에 갔다왔다. 대중 강연이라 주로 동네 노인분들이 많이 온 자리였다. 아시아 사람 하나 눈에 띄지 않거니와, 주변에 온통 백발들이었고 그 자리에서 내가 제일 젊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제목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갔던 자리였다. “옛 이스라엘 사람의 눈으로 창세기 1장 읽기” (Reading Genesis 1 with Ancient Eyes). 저술되었던 당시 사람들에게 그 텍스트가 어떻게 이해되는가라는 문제는 그 책 이해에 핵심적이라는 게 당연한 듯하지만, 성서를 읽는 신자들에 있어서는 잘 고려되지 않는 부분이다. 성서는 하느님이 주신 책이고 시대를 뛰어넘어 진리를 전달해 .. 2023. 5. 19.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한 미국인의 발표 (2005.10.31) The ASU Korean Studies Program presents: “Bounded Variation: Music Television and its Aesthetics in South Korea” A lecture by Professor R. Anderson Sutton of the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In celebration of the Tenth Anniversary of the ASU Koren Studies Program Friday, October 28, 2005 3:00 – 4:30 PM Lattie Coor Hall 120 An overview of Korean popular music, with historical back.. 2023. 5. 19.
며칠 전 강연회 (2005.10.10) 유명한 사람이 학교에 왔다. 브루스 커밍스(Bruce Cumings). 내가 대학 새내기 때 선배들은 학회란 걸 만들어 후배들을 열심히 모았는데, 나는 뺀질거리는 후배였을 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내가 가지 않았던 역사학회 “커리”엔 분명히 브루스 커밍스의 이 있었을 것이다. 나야 한국 현대사에 관심없이 살았던 사람이라 그냥 집에서 뒹굴대다가 시간 맞추어 쓰레빠 끌고 강연장에 갔지만, 조금이라도 현대사를 아는 사람에게 그를 직접 보는 것은 전율의 순간이 아니었을까. 그를 한국전쟁에 정통한 정치학자 정도로 소개하는 것은 (미국의 맥락에서는 당연한 거지만) 맥빠지는 일이다. 한국 사람에게 그는 일개 학자 이상이다. 1980년대 초에 그는 한반도 분단 정국의 책임이 미국의 외교정.. 2023. 5. 19.
불교라는 학문 대상 (2005.5.26) 어제 참석한 “불교학 형성과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심포지엄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대목은 불교라는 현실의 종교와 불교학의 관계에 대해서였다. 나를 비롯해서 불교에 문외한인 참석자들은 세부적인 논의보다는 다소 추상적인 그런 논의에 우선 눈길을 두기 마련이다. 종교학과 종교의 관계라는, 언제나 논란거리를 남겨두고 있는 그 문제가 불교의 영역에서는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는 관심이 가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불교학의 경우는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보면 종교학의 역사는 신학으로부터의 독립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의 내부적 관점에 머물러 있다가, 근대 학문의 탄생과 더불어 외부적 관점을 갖고 다른 종교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종교학이 생겨났다. 기독교의 진리.. 2023. 5. 19.
장신대에서 있었던 학술행사 (2005.5.28) 장신대에서 열린 “20세기 개신교 신앙부흥과 평양 대각성운동”이라는 학술 행사. (관련 기사) 주제가 괜찮았다. 한국에서 일어난 부흥운동에 영향을 끼친 세계 기독교사의 부흥운동들을 조명하면서 비교연구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시간상 6개의 발표 중 2개를 들을 수 있었는데, 주제발표인 “미국 교회 대각성운동과 한국교회의 1907년대 부흥운동의 비교연구 -유사점과 상이점을 중심으로”가 내가 관심 있는 부분이자, 전체 행사의 취지를 보여주는 발표였다. 미국사와 한국 교회사가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나로서는 관심이 갔다. 주제 발표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비교 연구라는 이름 하에 미국과 한국 기독교사의 사실들을 죽 열거해놓은 글이다. 미국사 300년과 한국 초기 기독.. 2023. 5. 19.
버스웰 교수의 선불교 강연 (2004.9.11) 로버트 버스웰은 한국 불교 연구로 잘 알려진 미국 학자이다. 미국 내 한국 불교 연구의 좌장이라고나 할까, 영향력이 큰 학자이다. UCLA(이 학교는 미국의 한국학 연구 중심지이다) 한국학과에 있으면서 후배학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우리 학교에 그의 제자가 둘 있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것은 모르지만, 다른 곳에도 꽤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는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왜냐하면 그는 송광사에서 5년이나 승려로 수행 생활을 한 한국통이기 때문이다. 한국말도 잘 한다. 한국 불교계와 미국 학계를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하기에 대접을 잘 받는 편이다. 그런 그가 우리학교에 강연을 왔길래 가 보았다. 그는 최근에 “Zen Monastic Experience”(‘선 수행 체험기’ 혹은 '선 수행자.. 2023. 5. 19.
강요된 침묵... 기독교 안의 동성애- 입을 떼다 (2004.6.20) 특별한 기독교 행사에 다녀왔다. 제목부터가 인상적이다. “강요된 침묵... 기독교 안의 동성애- 입을 떼다” 약간은 개인적인 이유에서 간 곳이었다. 발표자 한 분이 잘 아는 선배라서 갔고, 현경이라는 사람을 한 번 보고 싶었다.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의 태도 문제는 솔직히 그 다음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별 생각 없이 갔다가 이런 저런 것들을 보고 느끼게 되었다. 이 행사가 한기총의 동성애를 반대하는 성명서 발표와 한 동성애자 기독교인의 죽음이 계기가 되었음도 행사 후에야 알게 된 내용이다. (행사 내용에 대해서는 오마이뉴스의 기사 후반부를 참조할 것. 참고로, 기사 전반부는 종묘에서 있었던 퀴어 문화 축제에 관한 내용인데, 사실 난 이 행사도 흘깃 보았다. 때마침 내가 종묘 앞을 지나.. 2023. 5. 19.
도심포교당 학술행사 (2004.5.21) 한마음 선원은 지하철 1호선 관악 역에서 내려 서울 방향을 보면 눈에 들어오는, 큼지막한 건물을 가진 초대형 사찰이다. 능인선원과 더불어 대표적인 도심포교당이다. 오늘 그 곳에서 주최하는 국제 학술 행사에 다녀왔다. (http://home.hanmaum.org/conference/kor_main.asp) 그동안 꽤 많은 종교 연구 관련 행사에 다녀보았지만, 오늘처럼 으리으리한 행사는 첨 보았다. 우선, 국제 학술행사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엄청난 수의 외국인 불교연구가들을 초빙하였다는 것. 내가 알기로 한명 한명의 외국 학자들을 불러들이는데 엄청난 초빙 비용이 들었다. 포스터와 팜플렛의 디자인이 다르다. 종이질도 끝내주고. 오천원에 굵직한 자료집 두 권을 주고, 깔끔한 쇼핑백에 넣어준다.. 2023. 5. 19.
일본의 초목불성론 일본 종교에 대한 한 발표에서 듣게 된 초목성불론. 일본다운 기묘한 변화라고 생각된다. 일본 중세에는 ‘초목실개성불’(草木悉皆成佛)이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경문처럼 널리 칭해졌다. “초목이라도 성불할 수 있다”는 뜻의 초목성불론은 원래 중국에서 온 것이다. 중국에서 초목성불론의 주장은 공空이라는 절대적 입장에서 볼 때 중생(인간)과 초목(자연)은 동질적이며, 양자는 둘이 아닌 하나라는 데에 그 핵심이 있다. 그래서 중생이 성불하면 초목도 성불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붓다(깨달은 자)의 절대적인 입장에서 보면 전 세계가 평등하게 진리 그 자체이고 거기서는 중생과 초목의 구별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초목성불론이 일본에 수용되자 미묘하게 변질되고 만다. 즉 일본에서 초목성불론은 공이나 부처의 절.. 2023. 4. 27.
중국 육조시대의 사후세계 이야기 차은정 선생님의 발표를 통해 중국 육조시대의 지괴소설(志怪小說) 중 한 편을 구경하게 됨. 소개받은 이야기는 에 실린 글로, 죽었다가 열흘 있다 다시 살아난 조태(趙泰)의 이야기이다. 그는 죽어있던 동안 그가 구경한 사후세계의 모습을 상세히 전한다. 처음에 그는 병졸들에게 끌려가서 대기하다가 명부에 이름이 적힌 것을 확인한 후 생전에 했던 행위의 선악에 대해 심문을 받는다. 그는 관리가 되어 지옥을 순찰하게 된다. 모래를 나르는 지옥과 불지옥을 다니다 부모와 형제를 만나기도 한다. 그는 부처님이 지옥에 있는 사람들을 제도하는 ‘개광대사’라는 공간을 본 후, 지옥의 시련을 겪은 사람들이 다른 업보를 받는 ‘수변형성’이라는 공간을 구경한다. 사후세계의 심판이라는 관념과 윤회설이 어떻게 결합되어 설명되는지 이.. 2023.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