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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얻어배우는 것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한 미국인의 발표

by 방가房家 2023. 5. 19.

(2005.10.31)

 
The ASU Korean Studies Program presents:
“Bounded Variation: Music Television and its Aesthetics in South Korea”
A lecture by Professor R. Anderson Sutton of the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In celebration of the Tenth Anniversary
of the ASU Koren Studies Program
Friday, October 28, 2005
3:00 – 4:30 PM
Lattie Coor Hall 120
An overview of Korean popular music, with historical background and representative excerpts from Music TV, to be presented by ethnomusicologist R. Anderson Sutton. Dr. Sutton earned his Ph.D. in ethnomusicology at the University of Michigan with a dissertation on Javanese gamelan music and has been teaching ethnomusicology and directing the Javanese gamelan ensemble at UW-Madison since 1982. He has published three books and over 30 articles on music of Indonesia, including seminal articles in the two major music encyclopedias, a chapter in the most widely used world music textbook in the U.S., and a recent book on arts and cultural politics in South Sulawesi. Sponsored by the Center for Asian Studies and the Korean Studies Program, College of Liberal Arts and Sciences; and the School of Music, Herberger College of Fine Arts. This event is free and open to all!

이 발표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첫 부분은 한국의 음악전문 방송사에 관한 것이었다. M-net, KMTV, 그리고 나로서는 처음 듣는 채널B와 기억 안 나는 다른 방송의 방송 내용에 대한 비교 분석이었다. 두번째 부분은 한국 뮤직 비디오 내용에 대한 분석이었다.

약간 늦게 들어와서, 첫 부분 중간부터 들었다. 솔직히 낯선 내용이었다. 한국 있을 때 케이블 텔레비전을 보긴 했으나 음악 방송을 유심히 본 적은 없었다. 발표 내용은 평이했다. 대체로 미국 M-TV의 포맷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 한국말이고 한국노래이긴 하지만(사실 미국노래가 아니라 한국노래가 대세를 이룬다는 사실 자체는 특이한 점이긴 하다), 미국 음악을 따르고 있다는 것 정도. 세계화(Globalization)에 대한 이야기 정도로 이해했다. 다만 다른 방송 다른 프로그램에서 거의 동시에 똑같은 노래를 방영하는 사례는 보기에 좀 낯뜨겁긴 했다. (뮤비, 쇼, 스튜디오 공연에서 립싱크를 통해 똑같은 노래가 나오고 있다는 것!) 발표자는 노래들을 조금씩 보여주었는데, 마야의 진달래꽃을 제외하고는 내가 모르는 것이었다. '아틀란티스 소녀'가 보아 노래인 것을 알게 되었고, L2O나 Black Beat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첫 부분은 심드렁하게 들었는데, 둘째 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제목부터가 재미있다. “KILLING ME SOFTLY? LOVE AND DEATH IN KOREAN (AND INDONESIAN) MUSIC VIDEOS” (고맙게도 이 사람, 원고 내용을 자기 홈페이지에 공개해 놓았다) 발표자는 조성모, 이정봉, 장혜진의 노래들을 자기가 번역해서 유인물을 돌리고 뮤직비디오 일부를 보여주며 발표를 했다. 이 발표를 들을 때는 약간의 흥분이 되었다. 전쟁 장면을 배경으로 한 조성모의 ‘아시나요’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순간, 내가 옛날에 느꼈던 경악이 되살아났기 때문. 내 기억이 맞다면 조성모의 ‘가시나무’ 역시 베트남전을 무대로 찍은 뮤직비디오였다. 노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전쟁 드라마를 보며 정말 열받았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리메이크라는 명목으로 형편없는 노래 실력으로 찢어발겨 놓은 것도 열받는 일인데, 그걸 웃기지도 않는 전쟁 드라마로 희롱을 하다니... 그게 그 때의 분노였다. 베트남인들을 단순 배경으로 하는 오리엔탈리즘은 물론이거니와 미국인의 자리에 한국인만 갖다놓은 역겨운 상황 설정, 깊이 분석할 것도 없다. 미국 영화만 머리 속에 든 무뇌아의 촬영이었다. 발표자의 사례들은 이어졌다. 조폭들이 등장해서 애인을 죽이는 비디오, 교통사고로 애인과 헤어지는 비디오 등.
그런 비디오들 한국 현실들과는 다르다고, 그저 비디오 찍은 무뇌아들의 머리에 가득 찬 헐리우드와 홍콩 영화들에 의해 형성된 영상적인 현실성에 기반한 것이라는 내용의 의견을 말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발표자의 이야기는 흥미로운 지점으로 이어졌다. 한국 영상물에 나타난 극단성을 이 사람이 언급하였던 것이다. 그렇다, 그런 폭력적 장면들이 헐리웃이나 홍콩에서 온 것을 이 사람도 알고 있었다. 문제는 한국에서 그런 것들이 지극히 강조되고 있다는 것. 발라드라고 불리는 서정적인 노래에서 조차, 가사 내용에서 벗어날 정도로 폭력과 죽음으로 점철된 극단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사람이 말하고자 했던 포인트였다. 그런 식의 뮤직비디오는 계속 생산되고 있다. 그것도 주류 음반 시장에서 최상급 배우들을 동원하고 해외 로케 때리며 돈을 쳐발라가며 재생산되고 있다. 뮤직비디오가 형편없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게 한국에서 생산되고 팔린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왜 그런 극단성이 나타나는가? 사실 내 스스로도 아직 답하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는 이 물음을 이 사람 역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발표가 마음에 들어버렸다. 그것이 한국 현실의 반영이라기보다는 한국인들의 심리적 현실성의 반영이라는 점까지는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이상은 대답을 정교화하지 못하겠다. 발표자는 한이라는, 한국인의 상투적인 답변을 반복하긴 했지만, 그것이 충분한 답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자신 역시 인정하고 있었다. 발표가 끝난 후 잠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발표자 역시 숫자 자료 위주의 첫부분보다는 둘째 부분에 애정을 갖고 있으며, 보강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좀 더 준비를 해서 글로 발표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한국 문화에 대해 비슷한 물음을 가진 미국 사람을 만난 게 흥미로우면서도 반가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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