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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발제110

위도 10도, 전쟁 속에 종교가 스며들어 있는 곳 얼마 전 참석한 행사 때문에 읽은 . 이 책은 종교분야 화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간의 관심이 많은 종교분쟁 분야에서 중요하면서도 신선한,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종류의 정보를 담은 책이다. 그런 책이 출간된 지 1년 만에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왔다. 이 빠른 번역을 보면서 드디어 출판계의 자본력이 종교에 대한 관심에 민감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이상한 흥분마저 들었다.(사실 도킨스 류의 책들의 빠른 번역에서 자본의 냄새가 먼저 느껴졌던 게 사실이지만 그쪽은 내 관심 분야가 아니다보니...) 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하나의 미덕에만 집중해서 정리하고자 한다. 그것은 책에 담긴 알토란같은 증언들이다. 책의 인터뷰 대상에는 이 분쟁에서 상당히 거물급,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2023. 5. 17.
생생한 불교 소개서 종교 연구에서 선입관을 바로잡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 자체가 연구의 목적인 경우도 많다. 이번에 번역된 베르나르 포르의 책은 바로 이러한 목적에 충실한 개론서이다. 불교에 대해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것에 대해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내가 느끼기에 이 책의 내용은 매우 시원하다. 전공자들에게는 불편하고 다소 과격하거나 편향적이라고 느껴질 내용들도 분명 있지만, 내 취향에는 딱 맞는다. 이 산뜻한 책을 정확하고도 잘 읽히게 옮겨준 번역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불교란 무엇이 아닌가 - 베르나르 포르 지음, 김수정 옮김/그린비 책에서 다루는 선입관들은 23개로 다양한데, 그 안에서 어느 정도 반복되는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저자가 주된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불교를 순수한 사유체계로 증류해서.. 2023. 5. 17.
의례와 더불어 보는 동학‘들’의 세계 최근에 동학에 관련된 읽을 만한 책들이 부쩍 늘었다. 우선 사회적으로 동학에 대한 관심을 일으킨 김용옥의 (통나무, 2004)이 있고, 김용옥에 의해 소개된 표영삼의 꼼꼼한 역사 서술 (통나무, 2004, 2005)가 있다. 김용휘의 (책세상, 2007)도 깔끔하게 정련된 논의를 담고 있다. 동학의 테오프락시 많은 수는 아니라 할지라도 괜찮은 연구자들이 신구의 조화를 이루며 성과를 내고 있는 이 영역에 종교학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최종성의 (민속원, 2009). 사실 2000년대 중반의 동학 사상에 대한 관심이 일기 이전만 해도 동학은 ‘종교사상’보다는 ‘혁명’으로서 관심을 받았다. 한때 동학이라는 종교적 명칭보다는 갑오농민전쟁이라는 사회운동으로서의 명칭이 선호되기도 했.. 2023. 5. 17.
페이절스, <사탄의 탄생> 일레인 페이절스(Elaine Pagels)의 (루비박스, 2006). 좋은 책이고, 번역도 좋다. 영지주의 문헌들과 그 사회적 배경을 다루는 페이절스의 다른 책들과는 달리 주로 4복음서를 갖고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 약간 지루할 수도 있다.(나는 그랬다) 하지만 페이절스처럼 이름난 저술가는 자신이 논의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잘 설명한다. 이 책의 서문은 책의 내용을 요약적으로 보여주면서, 그것이 기독교 전체의 맥락에서, 또 종교사의 맥락에서 어떤 문제를 다루는 것인지를 인상적으로 소개하는, 모범적인 서문이다. 이런 서문을 쓰는 능력이 부럽다. 상식적으로 기독교는 유일신을 섬기는 일원론적인 종교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선과 악의 대립을 강하게 전제하는 이원론적인 종교로 신앙된다. 간.. 2023. 5. 16.
일곱 큰 죄에 대한 책 하나 책에 대해 검토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쓴 글.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다 보니 글의 본래 목적과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The Seven Deadly Sins (Paperback) Solomon Schimmel, The Seven Deadly Sins: Jewish, Christian, and Classical Reflections on Human Psychology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97). 1. 이 책의 제목은 정도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직역에 가까운데, 그러한 번역의 문제를 잠시 지적하고 넘어가자. 이 번역에는 ‘죽음’이 대단히 강조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저자가 지적하듯이 ‘죽음에 이르는 죄’(deadly sins)는 중세.. 2023. 5. 16.
누미노제 경험으로 메소포타미아 종교를 기술하는 것 Thorkild Jacobsen, The Treasures of Darkness: A History of Mesopotamian Religion (New Heaven: Yale University Press, 1976), ch.1을 읽고 남긴 메모. 야콥슨은 오토가 이야기한 누미노제 경험을 전제하여 메소포타미아 종교를 서술한다. 기독교 구도를 따르는 이러한 서술 대신 다른 서술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는 종교는 세계 외적인 실재인 누미노제에 대한 반응으로 서술될 수 있다는 강력한 오토 테제가 전제로 주어진다. 물론 이 경험은 일상의 사물들을 통하여 표현되는데, 이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지시어 또는 은유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종교가 일상의 경험으로부터 구성된다고 서술하는 것과, 외적 .. 2023. 5. 16.
The Invention of World Religions에 대한 서평 마쓰자와의 최근 저서, 에 대해서 험한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런 식의 원색적인 비난은 생산적이지 않은, 감정의 분출일 따름이다. 나의 심리 상태상 필요한 발언일 뿐이다. 그런데 내가 존경하는 학자인 슈미트(Leigh E. Schmidt, 이 사람은 19세기 미국 종교사 전공자이다)가 그 책에서 대해 쓴 서평(JAAR(2006) 74-1: 229-232)을 읽었다. 생각했던 대로, 책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적으로 가득 차 있는데, 대학자가 나같은 피라미와 다른 것은 불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이 부족하므로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를 지적하는 생산적인 비평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슈미트는 이 책을 종교 담론에 대한 거대한 수술 작업이라고 비유하면서, 이 수술이 때로는 멋지지만 때로는 “느려터진 수술 .. 2023. 5. 16.
신화 번역에서 잃는 것, 신화의 키취 웬디 도니거의 2023. 5. 16.
세계 종교 담론이라는 희망(?) 마쓰자와(Tomoko Masuzawa)의 (세계 종교의 창안)을 읽기 시작하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갖는 포부(?)는 다음과 같다. 미국 대학 종교학과의 교양 수업에서 세계 종교 수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미국에서 세계 종교 수업은 명실 공히 종교학의 밥줄로 기능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미국으로 오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양한 종교를 아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고, 그래서 어느 대학이나 세계 종교에 대한 강의를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그리고 그러한 기본적인 수요가 종교학자의 존재 근거가 된다. 일반 대학은 물론이고 조그만 커뮤니티 칼리지들까지도 세계 종교 강의를 제공하기 때문에, 종교학으로 학위 받고 나서도 직장 구할 곳이 이곳저곳 없지 않다... 2023. 5. 16.
엘리아데의 꿈 요즘 올리는 글들 대부분은 수업 시간에 제출하기 위해서 작성된 과제들을 손봐서 올리는 것들이다. 글 내용 딱딱하고 재미없을 수밖에 없고, 결정적으로 책 읽은 사람을 대상으로 쓰는 글이기 때문에 불친절하다. 약간 살을 붙여 올리긴 하지만 설익은 인용으로 이루어진 글이 잘 읽힐 거라는 기대는 않는다. 그래도 요즘 글 쓰는 것이 이런 것뿐이니, 다른 글 쓸 (시간은 있지만) 힘이 부족하니 학기중에는 어쩔 수가 없다. 안 올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혼자 생각하니까. 아래 글은 후반부에 실린 빈, 알렌, 케이브, 페이든의 글에 대한 논평 과제인데, 글 읽으며 들었던 생각, 특히 엘리아데에 대한 나의 입장 정리가 글 내용과 섞여서 서술되었다. 매우 거칠긴 하지만, 나에게 엘리아데의 의미는 이러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 2023. 5. 16.
엘리아데 읽기의 어려움 아래 글은 엘리아데에 대한 서평 과제를 채점한 후 들었던 생각 정리와, 엘리아데에 대한 논쟁 모음집인 의 전반부에 대한 논평이 짬뽕된 글이다. 학생들이 어려워했던 그 부분이 학자들의 논쟁이 집중되었던 그 부분이기도 하고, 학생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혹은 창조적으로 읽어낸 그 대목이 학자들이 자신의 이론을 새로 발전시켜 나간 그 대목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엘리아데, 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 동시에, 숱한 오독(誤讀)을 남긴 학자이기도 하다. (과제에 사용된 책은 (심재중 옮김, 이학사)이다. 내가 간직하고 있는 번역은 (정진홍 옮김, 현대사상사)이다. 두 번역의 차이는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 엘리아데의 를 읽으면서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2023. 5. 16.
성경 변개에 관한 책 바트 어만의 가 번역되어 서점에 나와있는 것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이 책이 미국에 나온 것은 2005년 말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2006년 5월에 우리말 책이 나왔다. 학술서적에서는 보기 힘든 속도이다. 그렇다고 책이 어설픈 것도 아니다. 좋은 책이 선택되었고, 번역이 썩 잘 되었다. 전문성 면에서나 수월하게 읽히는 면에서나 탁월하다. 딱딱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성서 본문비평을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책이다. 본문비평은 모든 비평의 기본이 되는 작업이지만 다소 지루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수많은 사본들을 대조해보면서 다른 부분을 찾아내고 비교하는 작업은, 난해한 그리스 본문들을 베끼다가 꾸벅꾸벅 졸아 실수를 하는 필사가들의 모습만큼이나 고달파 보인다. 그렇게 찾아낸 수만개의 이문(異文)들의 대부분.. 2023. 5. 16.
나시레마 사람들의 몸 의례 수업 때문에 (Vol.58, No.3, 1956, pp.503-507)에 실린 “나시레마 사람들의 몸 의례”(Body Ritual among the Nacirema)라는 글을 읽었다. 이상한 글이었다. 캐나다와 멕시코 중간 어디엔가 사는 나시레마 사람들은 몸을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미개인들로 몸을 학대하는 갖은 의례를 지니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육체가 아름답지 못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마조히즘과 새디즘이 동반된 온갖 의례들을 몸에 수행한다. 몸에 대한 거리낌 때문에 노출이나 배설 행위는 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져 개인적인 비밀 의례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데, 의료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에서만은 예외가 된다고 한다. 특히 이상한 느낌이 든 대목은 다음이었다: “뚱뚱한 사람들은 날씬하게 만.. 2023. 5. 16.
“고통의 문화사” 요약 “고통”이라는 제목 책. 영어본의 서지사항은 다음과 같다. Javier Moscoso, (Palgrave Macmillan, 2012) 아래 내용은 책 주제를 요약해 발표한 자리에서 사용한 유인물이다. 너무 간략하지만 이런 내용을 다룬 책이 있다는 정도로... [저자] 하비에르 모스코소Javier Moscoso 스페인 국립연구원(Spanish National Research Council, CSIC) 역사학, 과학사 과학철학 연구교수. [구성] 여덟 개의 주제topoi(경험이 소통되는 공통된 자리)를 통해 본 고통의 역사 [1. 재현representation] 근대 초기(중세 말)의 고통은 폭력의 쇼(spectacle of violence)에서 재현되었다. 순교한 성인의 육체, 처형당한 범죄자, 해부학 .. 2023. 5. 15.
아파하는 종교적 방식들 Ariel Gluckich, Sacred Pain: Hurting the Body for the Sake of the Soul (Oxford University Press, 2001), chap. 1. 제1장 아파하는 종교적 방식들(Religious Ways of Hurting) 1. 저자는 고통(통증)pain과 고난suffering을 구분한다. 고통은 일반적으로 세포 손상과 관련된 감각의 한 유형이다. 하지만 고통은 정신적이고 문화적 경험과 얽히기도 한다. 고난은 감각이 아니라 다수의 요인(고통 없는 것도 포함)에 대한 감정적이고 가치 평가적 반응이다. 자식을 잃는 것은 깊은 고난이고 슬픔인데, 이 고난은 파생적인 의미에서, 그리고 은유적 의미에서 고통스럽다. (‘pain’을 일단 고통으로 번역하였다... 2023.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