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배움/발제117 종교에 관한 50가지 오해 존 모리얼 & 타마라 손, , 이종훈 옮김 (휴, 2015). 1. 볼 만한 종교학 책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보통 종교학을 가르치는 일은 종교에 관한 상식과 싸우는 데서 출발한다. 그래서 상식 차원의 질문에 대해 그 생각의 잘못된 전제를 지적하는 이 책의 형식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질문에 대한 해설도 수준이 높다. 2014년에 저술된 만큼 최신의 학문적 논의도 담겨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수준급 번역자를 만나 2015년에 번역되어 나왔으니 고마운 일이다. 2. 질문을 어떻게 던지는가가 이런 작업의 핵심이다. 이 질문들은 미국의 종교학 교실에서 형성된 것이다. 미국인을 위한 것이다 보니 우리 처지에선 불균형해 보이는 것이 있다. 유대교 내용이 많은 것에 비해 불교를 비롯한 동아시아 종교에 관한 질.. 2023. 5. 18. 미국이 불교에 던지는 질문들 Thomas A. Tweed, The American Encounter with Buddhism: Victorian Culture & the Limits of Dissent (Chapel Hill: The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Press, 2000[1992]). 미국의 불교 수용 과정을 다룬, 잘 정리된 책이다.(번역서가 나와 있지만 번역 상태가 좋지 않아 인용하기 힘들다.) 우리는 보통 서양 종교가 아시아에 어떻게 선교되었는가에 대해서 연구하지 그 반대의 경우는 많이 생각해보지 않는다. 미국에 불교가 어떻게 선교되었는가를 다루는 이 책은 그 반대 상황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1. 불교라는 새로운 사상에 19세기말 미국 사회가 어떻게 반응하였는가가 핵심 내용이다.. 2023. 5. 18. 책: 고아에서 일어난 힌두교와 가톨릭의 만남 지난 달에 책 한 권의 내용 정리하고 평가한 발표를 했다. 알렉산더 헨(Alexander Henn)의 『고아에서 일어난 힌두교와 가톨릭의 만남: 종교, 식민주의, 근대성』(2014)이라는 책. 아래 첨부한 PPT파일이 발표 내용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발표 내용을 짐작할 수 없기 때문에 최근에 쓴 글 중 관련된 내용을 그 아래 실었다. Alexander Henn,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2014). 이 책은 동서 종교가 만나는 혼합의 흥미로운 사례를 세밀하게 연구한 동시에, 혼합현상에 대해 이론적으로 주목할 만한 주장들을 제시하고 있다. 인도 고아지역은 포르투갈 항해사 바스쿠 다 가마가 진출한 1510년부터 꽤 최근인 1961년까지 여러 정치적 변화에도.. 2023. 5. 18. 윌슨의 진화한 뒤르케임주의 데이비드 윌슨, , 이철우 옮김 (아카넷, 2004). 이번 주에 에드워드 윌슨의 책을 봐야 하는데, 그 김에 책장에 꽂혀 있던 이 책부터 먼저 읽었다. 그런데 책을 다 볼 때쯤에야 깨닫게 되었다. 아, 이 윌슨이 그 윌슨이 아니구나... 이 분야에서 내 무식함을 절감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떠나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1. 진화론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종교이론은 어떻게 재설정될 수 있을까? 어떤 새로운 이론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기대는 솔직히 김이 빠진다. 그의 주장은 결국은 상식적인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김빠짐이 이 책의 미덕과 연결된다. 2. 데이비드 윌슨은 매우 성실하게 종교 연구들을 검토하였다는 점에서 종교를 논하는 다른 진화생물학자들보다 탁월하다고 생각된다. 검토.. 2023. 5. 17. 친절하고, 멋대로 쓰지 않고, 현재 연구의 추세도 놓치지 않는 개론서 이번에 강의 교재로 이 책을 읽었는데 전과는 꽤 다른 인상을 받았다. 이전 판본(일곱 이론)을 읽을 땐 새로운 정보를 찾는 대학원생의 입장이었고, 그냥 밋밋한 개론서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개정판(여덟 이론)을 번역본으로 읽은 것인데, 책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학자들의 이론체계 전반의 그림을 보이는 것, 요약하되 핵심이 빠지지 않도록 어떤 부분에서는 상세히 설명하는 것, 해당 학자의 언어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쉬운 언어로 전달하는 것. 나로서는 할 수 없는 그러한 일들을 이 책은 하고 있다. 예컨대 엘리아데의 방대한 사유를 주저서와 함께 수십 페이지 안에 이야기할 수 있을까? 막스 베버는 또 어떤가? 이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게다가 해당 학자와 관련된 최.. 2023. 5. 17. 인간 중심적 의료: 종교와 의미 종교를 통한 인간 이해가 의료 행위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다음 글은 이런 문제에 대해 꽤 잘 정리되어 있다. 필요한 내용이라 일부를 번역하였다. 글에서는 다음 세 항목에 걸쳐 서술한다. (1)의미의 원천으로서의 종교 (2)가치의 원천이자 틀로서의 종교 (3)인간 다양성 평가에서 중요한 맥락으로서의 종교. 아래는 이 중에서 첫 번째 항목의 번역이다. “Toward a Person-centered Medicine: Religious Studies in the Medical Curriculum,” 70-9 (1995), 807-8. (1) 종교와 의미 병은 몸이 아니라 사람에게 닥친다. 그러므로 병의 의미는 생물학적으로biologically 뿐 아니라 일생사적으로biographically 이해되어야 한다... 2023. 5. 17. 위도 10도, 전쟁 속에 종교가 스며들어 있는 곳 얼마 전 참석한 행사 때문에 읽은 . 이 책은 종교분야 화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간의 관심이 많은 종교분쟁 분야에서 중요하면서도 신선한,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종류의 정보를 담은 책이다. 그런 책이 출간된 지 1년 만에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왔다. 이 빠른 번역을 보면서 드디어 출판계의 자본력이 종교에 대한 관심에 민감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이상한 흥분마저 들었다.(사실 도킨스 류의 책들의 빠른 번역에서 자본의 냄새가 먼저 느껴졌던 게 사실이지만 그쪽은 내 관심 분야가 아니다보니...) 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하나의 미덕에만 집중해서 정리하고자 한다. 그것은 책에 담긴 알토란같은 증언들이다. 책의 인터뷰 대상에는 이 분쟁에서 상당히 거물급,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2023. 5. 17. 생생한 불교 소개서 종교 연구에서 선입관을 바로잡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 자체가 연구의 목적인 경우도 많다. 이번에 번역된 베르나르 포르의 책은 바로 이러한 목적에 충실한 개론서이다. 불교에 대해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것에 대해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내가 느끼기에 이 책의 내용은 매우 시원하다. 전공자들에게는 불편하고 다소 과격하거나 편향적이라고 느껴질 내용들도 분명 있지만, 내 취향에는 딱 맞는다. 이 산뜻한 책을 정확하고도 잘 읽히게 옮겨준 번역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불교란 무엇이 아닌가 - 베르나르 포르 지음, 김수정 옮김/그린비 책에서 다루는 선입관들은 23개로 다양한데, 그 안에서 어느 정도 반복되는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저자가 주된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불교를 순수한 사유체계로 증류해서.. 2023. 5. 17. 의례와 더불어 보는 동학‘들’의 세계 최근에 동학에 관련된 읽을 만한 책들이 부쩍 늘었다. 우선 사회적으로 동학에 대한 관심을 일으킨 김용옥의 (통나무, 2004)이 있고, 김용옥에 의해 소개된 표영삼의 꼼꼼한 역사 서술 (통나무, 2004, 2005)가 있다. 김용휘의 (책세상, 2007)도 깔끔하게 정련된 논의를 담고 있다. 동학의 테오프락시 많은 수는 아니라 할지라도 괜찮은 연구자들이 신구의 조화를 이루며 성과를 내고 있는 이 영역에 종교학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최종성의 (민속원, 2009). 사실 2000년대 중반의 동학 사상에 대한 관심이 일기 이전만 해도 동학은 ‘종교사상’보다는 ‘혁명’으로서 관심을 받았다. 한때 동학이라는 종교적 명칭보다는 갑오농민전쟁이라는 사회운동으로서의 명칭이 선호되기도 했.. 2023. 5. 17. 낭만적인 신화 이해에 재 뿌리는 새로운 신화학 논의 이번에 쓴 신화학 책들에 대한 서평 중에서 >에 해당되는 부분을 요약 수정하여 써야 했던 글. 잘 쓰지 못한 글을 요약하는 심정은 참 답답하지만, 이미 이 서평을 쓰기로 할 때부터 생긴 업보로 생각하고 눈감고 이번까지는 감당하기로 했다. 원래 글이 다른 책과 묶어서 논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책 자체에 대한 적절한 소개를 담지는 못한 것 같다. 책의 풍성함을 맛보게 하기보다는 광고 문안처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정도의 책소개... 신화 이론화하기 - 브루스 링컨, 김윤성 외/이학사신화의 낭만주의적 이해에 재 뿌리는 신화학 논의- 링컨의 >의 출간을 축하하며 최근 대학가에서는 신화학 강의가 붐을 이루고 있고 일.. 2023. 5. 17. 페이절스, <사탄의 탄생> 일레인 페이절스(Elaine Pagels)의 (루비박스, 2006). 좋은 책이고, 번역도 좋다. 영지주의 문헌들과 그 사회적 배경을 다루는 페이절스의 다른 책들과는 달리 주로 4복음서를 갖고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 약간 지루할 수도 있다.(나는 그랬다) 하지만 페이절스처럼 이름난 저술가는 자신이 논의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잘 설명한다. 이 책의 서문은 책의 내용을 요약적으로 보여주면서, 그것이 기독교 전체의 맥락에서, 또 종교사의 맥락에서 어떤 문제를 다루는 것인지를 인상적으로 소개하는, 모범적인 서문이다. 이런 서문을 쓰는 능력이 부럽다. 상식적으로 기독교는 유일신을 섬기는 일원론적인 종교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선과 악의 대립을 강하게 전제하는 이원론적인 종교로 신앙된다. 간.. 2023. 5. 16. 일곱 큰 죄에 대한 책 하나 책에 대해 검토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쓴 글.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다 보니 글의 본래 목적과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The Seven Deadly Sins (Paperback) Solomon Schimmel, The Seven Deadly Sins: Jewish, Christian, and Classical Reflections on Human Psychology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97). 1. 이 책의 제목은 정도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직역에 가까운데, 그러한 번역의 문제를 잠시 지적하고 넘어가자. 이 번역에는 ‘죽음’이 대단히 강조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저자가 지적하듯이 ‘죽음에 이르는 죄’(deadly sins)는 중세.. 2023. 5. 16. 누미노제 경험으로 메소포타미아 종교를 기술하는 것 Thorkild Jacobsen, The Treasures of Darkness: A History of Mesopotamian Religion (New Heaven: Yale University Press, 1976), ch.1을 읽고 남긴 메모. 야콥슨은 오토가 이야기한 누미노제 경험을 전제하여 메소포타미아 종교를 서술한다. 기독교 구도를 따르는 이러한 서술 대신 다른 서술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는 종교는 세계 외적인 실재인 누미노제에 대한 반응으로 서술될 수 있다는 강력한 오토 테제가 전제로 주어진다. 물론 이 경험은 일상의 사물들을 통하여 표현되는데, 이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지시어 또는 은유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종교가 일상의 경험으로부터 구성된다고 서술하는 것과, 외적 .. 2023. 5. 16. The Invention of World Religions에 대한 서평 마쓰자와의 최근 저서, 에 대해서 험한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런 식의 원색적인 비난은 생산적이지 않은, 감정의 분출일 따름이다. 나의 심리 상태상 필요한 발언일 뿐이다. 그런데 내가 존경하는 학자인 슈미트(Leigh E. Schmidt, 이 사람은 19세기 미국 종교사 전공자이다)가 그 책에서 대해 쓴 서평(JAAR(2006) 74-1: 229-232)을 읽었다. 생각했던 대로, 책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적으로 가득 차 있는데, 대학자가 나같은 피라미와 다른 것은 불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이 부족하므로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를 지적하는 생산적인 비평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슈미트는 이 책을 종교 담론에 대한 거대한 수술 작업이라고 비유하면서, 이 수술이 때로는 멋지지만 때로는 “느려터진 수술 .. 2023. 5. 16. 신화 번역에서 잃는 것, 신화의 키취 웬디 도니거의 2023. 5. 16. 이전 1 2 3 4 5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