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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발제110

맬러리 나이, 종교하기 “문화로 본 종교학”의 저자 맬러리 나이의 논문으로, 종교 개념에 대한 비판적 이론을 수용한 종교학의 새로운 방향을 논한다. 문화 연구로서의 종교학이라는 저자의 입장, 저자가 제안하는 ‘종교하기’ 개념이 잘 설명되어 있다. Malory Nye, "Religion, Post-Religionism, and Religioning: Religious Studies and Contemporary Cultural Debates," 12-1 (2000): 447-76. 1. 시작부터 신랄하다. 종교학은 뒤처진 학문이라는 돌직구가 날라온다. “종교학이 학문적으로 뒤처져 있고, 그 주인공들은 종교학을 둘러싸고 소용돌이치는 개념적 혼돈을 무시하거나 피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447-448) 지.. 2023. 5. 15.
신불(神佛) 애니미즘과 트랜스휴머니즘 박규태, “‘신불(神佛) 애니미즘’과 트랜스휴머니즘: 가미(神)와 호토케(佛)의 유희”, 7 (2017).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기술 시대에도 종교적 이상이 살아있음을 이야기하는, 넓고 깊은 글. 트랜스휴머니즘 논의에서 시작하여 일본 종교사를 관통하는 개념을 논하고 다시 현대 일본의 로봇 산업까지 다룬다. 저자와 토론할 기회가 주어져 메모해둔 내용이다. 인상적인 문장들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정리해보았다. 1. 애니미즘 이 글에서는 여러 형태의 애니미즘이 등장한다. (1) 애니미즘: 타일러가 정의한 대로 “만물에 내재하는 영적인 존재들에 대한 믿음”이다. 이 고전적 애니미즘은 종교학사에서 종교기원론이라는 원래 의도대로 통용되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그런데 이 낡은 개념이 일본 맥락에서는 강하게 살아.. 2023. 5. 14.
캔트웰 스미스, 세계종교 패러다임의 극복을 말하다 James L. Cox, “Before the ‘After’ in ‘After World Religions’: Wilfred Cantwell Smith on the meaning and end of religion,” Christopher R. Cotter & David G. Robertson (ed.), (London: Routledge, 2016). 저자는 ‘세계종교’를 비판하는 현재의 논의에 도움을 주는 통찰을 윌프레드 캔트웰 스미스의 고전적인 저작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소개해준다. 캔트웰 스미스는 세계종교 패러다임 해체 논의의 선구자라는 저자의 평가에 수긍이 간다. 그의 공헌을 다음 세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그는 종교 개념의 해체 작업으로 유명하다. 대표작 에서 .. 2023. 5. 14.
아인슈타인의 종교론 “우주적 종교(Cosmic Religion)”는 종교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지론이 요약된 글로 다음 책에 수록되어 있다. (1931) 간단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소박하지만 ‘과학자의 종교’를 분명히 보여주는 글이다. 아마도 종교와 과학에 대한 지금의 논의에서도 과학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료로서 빈번하게 인용되리라 예상된다. (예를 들어 리처드 도킨스는 종교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를 시작하면서 자신이 비판하는 종교가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우주적 종교는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우주적 종교 아인슈타인은 종교(종교 사상과 신앙)가 발달한 계기에는 ‘감정과 필요’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실로 종교 사상의 요람에는 다양한 정서가 존재하는데, 그가 종교사의 가장 주요 계기로 꼽은 것은 바로 공포, 사회적 감정, 우주적 감각.. 2023. 5. 14.
모스 "증여론"에 대한 더글러스의 서문 메리 더글러스는 1990년에 마르셀 모스의 의 영어 번역서(Gift)에 서문을 썼다. 현대 사회의 상품 소비에 대한 연구를 한 학자의 입장에서 의 가치를 독창적으로 평가한 후에 학사적인 의미를 서술하였다. 뒤르케임과 그 학파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인상적인 글이다. 아래의 글은 너무 오래 전에 독서한 메모인데, 너무 잘못 읽지 않았기만을 바라며 올려둔다. "공짜 선물이란 없다"는 간결한 표현을 통해 더글러스는 모스의 업적을 요약하였다. 그 사실은 자선 사업에서 잘 드러난다. 자선 사업의 수혜자受惠者는 혜택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없다. 그것은 분명 선물이고, 그들은 보답이 수반되지 않는 선물은 없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선 봉사자들이 행하는 봉사는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이루어.. 2023. 5. 14.
"죄인이 된다는 것"(Becoming sinners) 앞부분 로빈스의 책 "죄인이 된다는 것"(Becoming sinners) 앞부분을 다시 정리함. 이전 발제문에서 빠졌던 앞과 뒤의 내용을 붙여서 글의 맥락을 좀더 알아볼 수 있겠끔 정리. 파푸아뉴기니 개종 사례에 대해, 기존의 문화적 틀이 작동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혼합말고 다른 표현을 써서 서술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인류학에서 기독교를 다루어온 방식에 대한 진솔한 평가도 볼 만하다. Joel Robbins, Becoming Sinners: Christianity and Moral Torment in a Papua New Guinea Societ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4), i-41. 프롤로그: ‘헤비 크리스마스’와 ‘사람에 적용되는 돼지 법’ 우라프민 공동.. 2023. 5. 14.
트랜스휴머니즘의 죽음관에 대한 한 신학적 비판 이 글의 저자는 기술로 죽음을 극복하려는 트랜스휴머니즘의 태도를 신과 같아지려는 인간의 교만이라고 비난한다. 거의 바벨탑 느낌. 전형적인 신학적 논리. 이 글에 대한 내 생각은 저자가 사족처럼 붙여놓은 마지막 문장과 같다. “물론 트랜스휴머니즘이 기독교 구원론 드라마를 구현해야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이 글은 왜 쓴 거지? Todd T. W. Daly, “Diagnosing Death in the Transhumanism and Christian Traditions”, Calvin Mercer & Tracy J.T Rothen ed., (Santa Barbara: Praeger, 2015). 트랜스휴머니즘과 기독교 전통의 죽음 진단 1. 의학저널에 실린 한 우화(“The fable of the dra.. 2023. 5. 14.
"Becoming Sinners" 서론(1) 기독교 인류학자 조엘 로빈스의 대표 저작으로 파푸아 뉴기니 한 부족의 기독교 개종과 죄 개념을 다룬 책. 시간 부족으로 책 서론의 일부(이론적 배경을 다룬 부분)만을 읽고 정리하였다. 살린스의 저작을 차분히 정리하여 이론적 재료로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나머지 더 중요한 부분은 다음에. Joel Robbins, Becoming Sinners: Christianity and Moral Torment in a Papua New Guinea Societ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4), 1-15. 우라프민(Urapmin) 사람들은 1977년 이후 전통 종교로부터 기독교로 전환하였다. 인간의 죄를 고백하고 개종하며 성령의 역할이 강조되는, 카리스마와 부흥회와 재림의 임박.. 2023. 5. 14.
기독교 인류학, 상황과 비판 기독교 인류학이라는 연구흐름을 개괄하기 위해 읽은 두 번째 글. 기존의 인류학에서도 종교에 대한 연구는 적지 않았는데, 요즘의 새로운 흐름은 어디가 다른지 약간은 이해하게 해 준 글이었다. Timothy Jenkins, “The Anthropology of Christianity: Situation and Critique,” 77-4 (2012). 기독교 인류학: 상황과 비판 1. 이 글의 장점은 ‘기독교 인류학’이 기존의 인류학 연구와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는지를 설명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인류학에서 기독교 관련 연구의 주제들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근본주의, 오순절교회, 식민지와 식민지 이후 시기의 선교, 선교의 영향, 문화접변과 토착화라는 용어와 크리올화와 혼합현상 모델로 기술되는 사.. 2023. 5. 14.
트랜스휴머니즘 시대의 신학적 인간론 “종교와 트랜스휴머니즘”(Religion and Transhumanism)이라는 책의 2장. 트랜스휴머니즘에 의해 변화한 인간 개념을 설명하고 이것을 여전히 신학적 인간론의 논의 안에서 설명하고자하는 시도. 영락없는 신학 논문으로서의 논리 전개이다. Matthew Zaro Fisher, “More Human Than the Human? Toward a ‘Transhumanist’ Christian Theological Anthropology”, Calvin Mercer & Tracy J.T Rothen ed., (Santa Barbara: Praeger, 2015). 1. 포스트휴머니즘의 두 형태: 사이보그와 트랜스휴먼 (이 글에서 제일 새로웠던 부분인데, 그나마도 다른 학자의 견해를 소개한 것. 포스트.. 2023. 5. 14.
물질성과 윤리적 행위지원성에 대한 입장들 기독교 인류학(Anthropology of Christianity)라는 영역의 주요 학자인 웹 킨(Webb Keane)의 논문 “Rotting Body: The Clash of Stances toward Materiality and Its Ethical Affordances”의 요약. 웹 킨은 인도네시아 개신교 선교에서 나타난 페티시즘 담론에 대한 저서를 쓴 바 있다. 그 이후로도 물질성이라는 주제를 꾸준히 천착하고 있다. 이 글은 정교회 유골 숭배를 다룬 연구들을 통해 물질성을 둘러싼 논쟁을 검토하고 있다. 물질적 경험을 기반으로 한 대중적 신앙의 우주론, 윤리적 성격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용어를 현란하게 사용하는 스타일인데, 그 중에서 주목할만한 대목은 ‘행위 지원성’(affordance)을 물질적.. 2023. 5. 14.
프로이트, "종교 경험" 영어로 “종교 경험”(A religious experience)라는 제목이 달린 프로이트의 짧은 글. 한글로 번역이 되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한 미국 외과의사의 편지에 대한 프로이트의 반응이 주된 내용이다. 외과의사의 사연은 다음과 같다. “어느 오후 해부실을 지나가고 있을 때 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해부대에 운반되어 온 온화한 얼굴의 사랑스러운 부인이었습니다. 온화한 얼굴의 부인이 너무나 뇌리에 남아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없어. 하느님이 있다면 사랑스러운 노부인이 해부대에 놓이도록 하지 않았을 거야.’ 그날 오후 집에 왔을 때 해부실에서 본 장면에서 받은 느낌 때문에 나는 교회 가기를 그만두었습니다. 전에는 기독교 교리가 마음속에서 의심의 대상이 되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나.. 2023. 5. 13.
'종교와 대중문화' 연구 흐름 Eric Michael Mazur, “대화와 고백들”, 종교와 대중문화 연구에 대한 안내서에 실린 글로, 대중문화와 종교의 상관성 연구가 언제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사람들에 의해 시작되고 주도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이 글에서는 미국의 1960년대 세대가 상당히 강조된다. 대중문화에 대한 종교계의 반감과 경계가 전환된 계기가 마련된 시점이라는 것. 대중문화-종교의 연구는 굉장히 미국적이라는 느낌이 확 오는 글이기도 하다. 아래에 정리하지는 않았지만 글 말미에서는 세계화를 언급하면서 대중문화를 통해 세계의 종교적 감수성이 만나고 동질화되는 양상을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글은(혹은 이 글이 반영하는 연구 동향은) 미국이라는 안방에 앉아 이민자들을 통해 '세계'를 경험하는 것에 안주하는 분위기를 풍긴다. .. 2023. 5. 12.
스미스 선생의 종교학 교육 최근 출판된 책 서문에서 자신의 학부 수업 준비에 대해 간결하게 소개한다. 짧지만 인상적인 조언이 많은 글이다. 1. 강의실 가는 길은 험하다.스미스의 특징은 사람 기를 죽이며 글을 시작하는 것. 30년 넘게 강의해 오면서도, 스미스 선생은 첫 강의 전날엔 밤을 설친다. 자다 일어나 강의안을 새로 고쳐 쓰느라고. 숙련된 교수에게의 강의 준비는 역시 힘든 것이라고 강조하는데, 주된 이유는 교과 내용이 새로운 환경 아래 매번 새롭게 구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강의한 경험을 기록해 축적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2. 강의를 한정 짓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 대학과 학과 운영이라든지 수강생 수와 같은 것. 강의 준비 요소로 중요한 것으로는 시간(한 시간 강의 준비를 위해서는 서너 시간이 소요), 강의 노트 사용(.. 2023. 5. 12.
기억, 이미지 최근에 기억력이 놀라울 정도로 감퇴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게 중요하고 가까이 존재하는 고유명사들이 떠오르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다. 500기가 HDD를 쓰다가 120기가 SDD로 갈아탄 느낌이랄까. 나이가 들어서일까, 전신마취 수술을 한 적이 있어서일까, 여러 의문이 들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인터넷이라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검색 덕분에 꼭 기억해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사라진 이후로 머리가 급격히 나빠진 느낌이지만, 그건 사실 머리가 다른 데 쓰이고 있는 거라고 자위하는 중이다. “기억”을 집필한 스티클러는 이런 사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기억을 외부의 사물에 심으며 살아왔다. 문화의 발전과 계승은 외부의 기.. 2023.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