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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발제110

<Relating Religion> 3장: 엘리아데의 형태론 2장에 이어 3장에서 조너선 스미스는 본격적으로 엘리아데의 을 꼼꼼하게 독서한다. 이처럼 치밀하게 엘리아데의 책을 디비 판 연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엘리아데 뒷조사 많이 하고 일기장 열심히 뒤진다고 좋은 엘리아데 연구가 나오는는 건 아니다. 이처럼 핵심 저작의 내적 논리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도식화해내는 작업이 정말 중요하다. 엘리아데에 대한 이런 작업은 정진홍 선생님의 에 실린 엘리아데 연구 이후 오랜만에 본다. 스미스의 엘리아데 독해는 결코 공감적인 독해가 아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엘리아데의 반대편에 서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스미스 자신의 관점에 입각한 독해이다. 조너선 스미스는 엘리아데의 모든 저서들을 꼼꼼히 읽은 것은 물론이고, 엘리아데 저서에서 사용된 방대한 자료들을 모두, 외국.. 2023. 5. 9.
<Relating Religion> 2장: 엘리아데 저술의 맥락 다음은 조너선 스미스의 의 2장에서 메모한 것이다. 이 책의 2, 3장은 엘리아데의 대표작 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논문이다. 여기서 다루어진 엘리아데의 책은 우리나라에 두 종류의 번역이 나왔다. 불어판을 번역한 이재실의 (까치, 1993)과 영어판을 번역한 이은봉의 (한길사, 1996)이다. 제목이 영 딴판인 것은 아래에 잘 설명되어 있듯이 출판 과정의 우여곡절 때문이다. 불어판 제목인 “Traité d'histoire des religons”를 으로 옮긴 것은 틀린 것은 아니겠으나, 스미스의 의견을 참고한다면 ‘Traité’는 간단한 입문의 의미인 ‘개론’보다는 포괄성을 담고 있는 ‘론’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게다가 엘리아데는 본격적인 ‘종교사’를 서술하기 앞서 그에 대한 서설로서 형태론적인 접근을 .. 2023. 5. 9.
Comaroff, "Of Revelation and Revolution" II-7,8,9 7.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영약 근대 선교에서 의료 활동은 교육과 함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한국에 온 초기 선교사의 명단만 봐도 의료 선교사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엇이 “치료와 전도의 결합”을 가능케 한 것일까? 기본적으로 치료는 육체의 구원을 통해 병든 영혼을 치유한다는 성서의 이미지와 부합한다. 예수의 행적에서 비롯된 성서의 은유들을 실천하는 행위가 된다. 저자들은 근대적 맥락에서 그러한 은유들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당대의 영국에서부터 의료의 의미를 탐색한다. 저자들이 묘사하는 19세기 초반 영국의 의료는, 푸코가 에서 묘사하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근대 의학이 탄생하기 이전의 도덕적인 의학이었다. 물리적인 대상으로서 육체가 분리되기 이전의 의학으로, 도덕적인 요구.. 2023. 5. 8.
Comaroff, "Of Revelation and Revolution" II-5,6 5. 식민지 주체 옷입히기 ‘기독교적인 삶의 방식’을 가르쳐주는 것은, 당시 영국의 빅토리아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 그들이 소비하는 방식을 가르쳐주는 일과 관련된다. 19세기 말의 한 담론을 인용하면, “야만인들로 하여금 그들의 필요와 욕구를 깨닫게 하여 건전한 취향으로 일깨우는데 있어, 선교는 우리 시장에서 긍정적이고 이득이 되는 힘이다.”[선교사들이 부르주아적인 삶의 양식을 전파했다는 저자들이 주장할 때에는, 그것이 기독교의 일부로서 통합되어 제시될 때도 있지만, 선교사들의 아비투스가 전달된 것일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들은 전자의 경우만 주장하지만, 자료에서 나타나는 것은 선교사들이 꼭 의식적인 행위주체로서 신학적인 완결성을 갖고서 영향을 미치지 않은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된다... 2023. 5. 8.
Comaroff, "Of Revelation and Revolution" II-3,4 3. 문명/경작, 식민화, 기독교 선교사 모팻은 말한다. “문명화(civilization)는 땅의 경작(culture)에 기인하며 의존한다.” 선교사들은 미개 상태에 있는 츠와나 사람들의 삶의 습관을 개혁하는 방법은 농경을 가르쳐서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선교사들은 영국 요먼의 잃어버린 이상, 농촌의 신화를 간직한 사람들이었다. 예를 들어 로버트 모팻의 아버지는 전문 정원사이자 농부였다. 그에게 선교는 아프리카 형제들의 “손에 쟁기를 들려주어” “죽는 영혼들에 풍요로운 수확”을 거두게 하는 행위였다. 경작을 가르치는 문명선교에는 성서적인 전원성, 낭만적인 자연주의, 그리고 노예제반대론자들의 도덕론이 함께 들어 있다.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 적용한 것은 없음의 담론이었다. 화폐, 시장, 경작 작물,.. 2023. 5. 8.
Comaroff, "Of Revelation and Revolution" II-1,2 1. 서문 1권에서 이데올로기, 헤게모니, 의식과 표상의 문제를 이론적 쟁점으로 내세웠던 저자들은, 2권에서는 식민주의와 일상의 문제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심화한다. 그들이 내세운 식민주의에 대한 일곱 테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식민주의는 정치 경제적인 동시에 문화적인 것이다. 선교사들이 츠와나에서 행한 농업은 생산에 관련된 것인 동시에 미적이고 지리에 대한 상상의 세계에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정치와 문화를 동시에 보는 관점이 요청된다. ②식민화의 주체는 정부 관료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행위자들, 예를 들어 선교사, 상인, 정착자, 군인 등을 포함한다. 그들은 직접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로 의례화되는 경우가 많은 표상의 기술에 의존한다. ③식민화는 메트로폴리스의 창출과 관련된다. 그.. 2023. 5. 8.
Comaroff, "Of Revelation and Revolution" I-6 6. 개종이라기보다는 대화Conversion and Conversation 개인의 극적인 회심이라는 바울 모델의 개종 개념은 근대 서구 학문에서도 깊이 뿌리박혀 있다. 영적 개인주의라는 부르주아 이상까지 흡수한 이 개념은, 사회 과학 영역에서는 특히 베버 전통의 학자들에 의해서 분석적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학자들은 제3세계 기독교 확장을, ‘토착’ 종교들에 비해 더 이성화된 신앙이 요구되었던 필요에 의해 설명한다. 개종은 지적이고 경험적 위기에 대한 개인적인 반응인 것이다. 다음과 같은 호튼(Robin Horton)의 테제가 대표적인 논의이다: “아프리카인의 개종은 근대화에 직면하여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전통적’ 우주론이 지역의 ‘소우주’ 바깥의 존재를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영적.. 2023. 5. 8.
Comaroff, "Of Revelation and Revolution" I-3,4,5 3. Africa Observed 3장에서는 유럽에서 아프리카의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정리하고 있다. 지리적 탐사와 여행기에서 생성된 자료들이 어떻게 과학 지식과 결합하고 ‘노블 새비지’의 이미지를 형성하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프리카 내륙은 오랫동안 유럽인들에게 미지의 지역으로 남아있었고, 18세기 말부터 탐험대를 조직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 이 지역을 탐사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니제르 강 탐사 이야기를 담은 문고 파크(Mungo Park)의 (1799)는 아프리카 내륙 사람들의 이미지를 형성한 대표적인 여행기이다. 이 책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은 해변 지역 사람들의 강인한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유순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그려진다. 이 책은 무지와 이단의 암흑에 빠져있는 아프리카인.. 2023. 5. 8.
Comaroff, "Of Revelation and Revolution" I-1,2 이번 학기에 코마로프 부부의 두 권을 읽었다. 많은 양이었다. 페이지 수도 적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소화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이제 어마어마한 책에 대한 어마어마한 양의 발제문을 올려놓으려 한다. 이 책 처음에 등장하는 노래 한 곡을 소개한다. 지금의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인 "God Bless Africa"(Nkosi Sikelel' iAfrika)이다. 이 노래는 1897년 요하네스버그에서 감리교 선교사에 의해 작곡된, 전형적인 찬송가풍의 노래이다. 이 노래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맞서 싸우는 민중들의 저항가로 사랑받았다. 저자들은 백인이라는 외세와 싸우는 과정에서 기독교 상징체계를 사용하는 이 장면을 소개함으로써 책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암시한다. 기독교 선교(revelati.. 2023. 5. 8.
Eric Wolf, "Europe and the People Without History" 인류학 수업 시간에 읽었던 에릭 울프(Eric Wolf)의 는 거대한 책이다. 요즘 학자들은 엄두도 내지 않는 스케일의 이야기이다. 근대 세계의 역사는 유럽인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비서구세계(저자는 이런 표현도 싫어할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낸 것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전의 인류학에서 갖고 있었던 환상, 자신들이 연구하는 ‘원주민’들은 역사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환상을 깨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이다. 오히려 인류학의 연구 단위가 되는 인종이나 부족 집단들은 근대에 서구와의 접촉을 통해서 생겨난 정치적 단위들이라는 것이 저자가 누누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책은 큰 이야기이면서도 세계 곳곳의 작은 부분들까지 이야기하게 되는데, 그것은 저자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물질”의 이동이기 때문이다... 2023. 5. 8.
"Drudgery Divine" 1장 조너선 스미스의 1장에 대한 간단한 발제. 이 책은 스미스가 비교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어 쓴 책이다. 그러기 위해 종교개혁기 이래 이루어진 호교론적인 비교 작업들을 열심히 뒤진다. 이 재미없는 자료들을 뒤지면서 그나마 지적으로 계발이 되는 부분을 찾아내려고 얼마나 고생했을까? 하지만 고생한 것에 비해 별로 보람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내 생각이다. 이 호교론적인 자료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은 우리가 익히 예상할 수 있는 것에서 ‘아주 약간씩만’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작업이 스미스만 해야 할 일은 아닐 거다. 이능화나 최병헌 같은 이들이 쓴 비슷한 내용의 비슷하게 지루할 것 같은 자료들을 나도 볼 일이 분명 생길 것 같아서 하는 얘기다. 기원들의 기원에 대하여 1-1. 제퍼슨과 애덤스는 .. 2023. 5. 8.
신화와 의례(클럭혼) 클럭혼의 신화-의례에 대한 대표적인 논문인 Clyde Kluckhohn, "Myth and Rituals: A General Theory," The Harvard Theological Review 35-1 (Jan., 1942): 45-79.를 나름대로 요약하고 내 생각과 관련자료를 덧붙인 글. 신화와 의례 1. 신화는 성스러운 이야기이며 의례와 상호 관계를 갖는다. 뒤르켐적 의미에서 성스러움을 지닌 이야기를 신화하고 할 수 있겠다. 신화가 의례적 맥락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경우에도 성스러움의 맛은 여전히 존재한다. 신화는 의례와 어떠한 관련성을 지닌다는 것이 중요한 특성이다. 2. 신화와 의례의 관계는 어느 것의 우선성의 문제가 아니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고전 .. 2023. 5. 8.
신화의례학파의 종교 이론 Robert Segal, "The Myth-Ritualist Theory of Religion," Journal of the Scientific Study of Religion 19-2 (1980): 173-185. 이 글을 토대로 하고 다른 글을 약간 보충하여 작성하였다. 신화의례학파의 종교 이론 신화의례 학파(Myth-and-Ritual School)의 다른 이름은 의례중심 학파(Ritual-dominant School)이다. 이들을 특정한 사람들이 모인 구체적인 학파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신화의 이해에 있어서 의례와의 상관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공유한 사람들로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시걸의 글은 신화의례학파 학자들의 주장을 요약 소개한 부분과, 이후 학자들의 신화와 의례에 대.. 2023. 5. 8.
<에누마 엘리쉬>와 창조 이야기 는 상당히 오래된 문헌이고, 따라서 인류의 태초의 종교성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흔히 받는다. 그러나 는 바빌로니아라는 새로운 왕조의 성립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제작된, 고도로 정치적인 신화이다. 여기엔 많은 오래된 전승들이 포함되어 있고, 이를 통해 고대적 세계관을 이해하는 자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먼저 이해되어야 할 것은, 이 신화가 어떻게 전승된 재료들을 가져다 사용하였는가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단순히 와 창세기의 비슷한 부분을 찾아서, 창세기가 의 영향을 받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 신화의 저자는 신화소라는 재료들을 부려 쓰는 사람이다. 두 신화에는 비슷한 재료들이 사용되었다고 지적할 수 있는데, 그 재료들이 사용된 맥락은 전혀 다르다. 비슷한 재료를 지적하는 것.. 2023. 5. 8.
기원전 2천년대 메소포타미아 종교, 통치자로서의 신들 아래는 야콥슨(Thorkild Jacobsen)의 의 3장 "기원전 2천년대 은유, 통치자로서의 신들: 하나의 정치체인 우주"를 번역한 것이다. 이 부분은 그리 길지는 않지만 메소포타미아의 정치 사회적 변화와 더불어 종교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생동감있게 잘 서술한 중요한 대목이라고 생각된다. 이전에 숙제로 번역한 것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다가 너무 말이 안돼는 부분이 많아서 많이 수정하였다. 내가 번역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욕이 많이 나왔다. 더 찾아서 고칠 부분이 있으니 계속 업데이트되지 않을까 예상됨. 바람잘 날 없는 시절 우리가 앞에서 이야기한 것은, 누미노스에 대한 매력과 두려움 사이에서 번민하는 인간이 어떻게 누미노스를 추구하거나 혹은 회피할 지 선택하는 요소를 도입하였는가에 대한 이야기였.. 2023.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