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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발제110

메소포타미아 종교를 바라보는 네 시선 A. Leo Oppenheim, Ancient Mesopotamia: Portrait of Dead Civilization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77[1964]), 171-227. 메소포타미아 ‘종교’가 서술될 수 없다는 것은, 우리 인식 속에 존재하는 서구적인 종교 개념을 통한 그 시대 종교 서술이 가능하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오펜하임은 서구적 종교 개념에 영향 받은 서술을 피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자료를 통하여 그들의 생활과 종교가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보이고자 한다. 메소포타미아 종교가 서술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 메소포타미아 종교에 대한 총괄적인 서술(신학부터 시작되는 크레이머의 서술의 경우)이 되었든 종교사의 서술(야콥슨의 경우)이 되었든, 그것이.. 2023. 5. 6.
기원전 3천년대 메소포타미아 종교 (이하는 Thorkild Jacobsen, "4th Millennium: The Gods as Providers," The Treasure of Darkness. 2장을 정리한 것이다.) 초기 메소포타미아 종교는 생활을 영위하게끔 해주는 자연의 힘에 대한 숭배를 통해 형성되었다. 기본적인 경제 활동 영역에서 풍요와 다산을 보장해주는 힘에 대한 숭배가 신화와 제의를 통해 신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다. [남쪽에는 늪지 생활과 낚시와 사냥과 관련된 신들: 서쪽 에리두 늪지 동식물의 신 엔키(Enki), 물고기의 여신 난쉬(Nanshe), 그리고 니나(Nina)와 키닐샤(Kinirsha)에서는 깊은 물에 사는 생물들에 새 생명을 주는 두무지-압수(Dumuzi-apzu)가 있다. 유프라테스강 하류에는 좋은 나무의 .. 2023. 5. 6.
조선 초 유교의 정통 확립과 이단 배척 조선 성리학이 지금의 종교사에 남긴 가장 큰 영향 중 하나는 정통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유교사의 맥락에서 이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다듬어졌는지 정리해두고 싶었는데, 이번에 읽은 도이힐러의 글은 이 문제를 명쾌하게(너무 명쾌해서 걱정일 정도로) 잘 정리해주어서 참 고마웠다. 이 학자의 글은 이번에 처음 읽는데, 한국 학자의 글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신선한 시각을 많이 얻은 글이다. 이 글에서는 이황이 정통 개념을 형성하고 이단을 배척하는 정통파의 보스처럼 그려지는 일종의 내러티브가 느껴지는데, 이러한 서술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받겠지만, 일단은 흥미롭다. 유교사를 한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에. 다음은 Martina Deuchler, "Reject the False and Uphol.. 2023. 5. 6.
막스 뮐러의 침묵 마쓰자와의 7장 5절에 대한 간단 발제. 이 부분에서 마쓰자와가 보여주는 논의 전개는 거의 바닥이다. 특히 글 마무리에 붉게 표시해놓은 대목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코멘트는 “이건 아니다”이다. 세계 담론의 출현 뒤에 있는 인과적 연결망, 그것은 마쓰자와가 책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이고 독자인 우리로서 기대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그것을 찾지 못했고, 이제 와서 독자들의 헛된 기대라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세계 종교 분류에 있어 막스 뮐러가 중요한 인물로 고찰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학계를 비난하였다. 그러나 이 장을 마무리하는 이 대목에서는 뮐러가 결정적인 문제에 침묵하였고 알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이야기할 뿐이다. 왜 굳이 뮐러를 들고 와서 이 난리를 쳤는가? 그저 그녀가 궁금해.. 2023. 5. 6.
<다른 사람들의 신화> 6,7장 1. 도니거가 6장에서 최종적 독자로 염두에 두고 있는 ‘우리’는 미국 사람들 중에서도 세속 인문주의에 반작용하면서도 1차적 순진성으로는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다. 맑스와 프로이트를 먹어치우고서도 여전히 배가 고픈, 이차적 순진성을 갈망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①신화화되지 않은 사람들(the un-mythologized) ②탈신화화되지 않은 사람들(the un-demythologized) ③탈신화화된 사람들(the demythologized) ④재신화화된 사람들(the remythologized) 2. 이 영화는 여신 숭배 형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가 너무 인기를 끌어 이 신에 대한 숭배가 인도 전역에 퍼졌으며, 사람들은 전통적인 예배 물품들(화환, 코코넛 등)을 극장 홀 앞 스크린에 바쳤다. 이 .. 2023. 5. 6.
The Invention of World Religions, 125-138. Tomoko Masuzawa, , 125-138.에 대한 간단 발제. 2. 유럽의 불교 발견 19세기 전반 유럽에서는 실론, 버마, 타일랜드, 일본, 중국, 타르타르1)에 걸친 지역에 다양한 신앙들의 유사성, 연결성, 계보적 관계를 인식하는 불교에 대한 관심이 일었다. 학자들은 이 현상이 기원전 6세기 인도 북부에 역사적 기원을 두며, 고타마 붓다라는 역사적 인물과, 그의 생애의 결과로 고대 아시아 언어로 쓰여진 다량의 문헌이 생성되었다는 점에 합의를 보았다.2) 근대 불교학은, 동인도회사에서 일하던 호지슨 경이 네팔에서 산스크리트 불교 문헌을 수집하고 이를 뷔르누프(Eugène Burnouf, 1801-52)가 정리하면서 시작되었다. 불교의 발견은 처음부터 문헌의 구성이었다. 그것은 창시자의 사상과 행.. 2023. 5. 6.
세계 종교 담론이 자리잡았을 무렵 [마쓰자와(Tomoko Masuzawa)의 1장 일부(37-46)에 대한 간단한 발제.] 종교를 범주화하는 방식이 불확정적이고 변화가 심했던 장기 19세기1)가 이 책에서 다루어질 시기이다. 단절의 모습을 통해 그 시기의 경계선을 그려 보이기 위해, 1절에서는 장기 19세기가 종결된 직후의 모습을, 2절에서는 장기 19세기 이전 시기의 모습을 보여준 후, 3절에서는 19세기 전반의 몇몇 사례들을 통해 이전 분류체계들이 변모되었음을 보여준다. 1. 세계 대전 시기의 “세계 종교들” 1920년대와 1930년대 초에 “세계 종교”라는 영어 용어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게 되었다. 이 시기 이 주제에 관한 책의 출판이 괄목할 만큼 늘었고, 세계 종교 강의가 북미 대학 커리큘럼에 나타나기.. 2023. 5. 6.
<깨끗함과 위험> 후반부 읽기 Mary Douglas, Purity and Danger 6-10 6. 권력과 위험 무질서는 질서를 위협하지만 질서를 생성하는 잠재력을 지니기도 한다. 체계 질서 내에서 유형화된 형태로 작동하는 힘이 있는가하면, 외적 경계 바깥에서 체계화되지 않은, 제어되지 않는, 승인되지 않은, 의식화되지 않은, 무형의 힘이 작동하기도 한다. 이 장에서는 사회의 경계에 의해 설정되는 힘의 관계, 즉 권력과 위험이 의례적 맥락에서 어떻게 나타나며 금기와는 어떤 관계를 갖는지가 다루어진다. 더러움은 통과 의례의 격리 단계에 있는 신참자들, 주변(margin)에 위치한 사람들의 상징적 의미에 상응한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고 했다. 사회 체계 바깥에 존재하는 규정되지 않은 힘, 즉 위험을 어떻게 서.. 2023. 5. 3.
<깨끗함과 위험>(전반부) 읽기 예전에 메리 더글러스의 (Purity and Danger) 앞부분(1-3장)을 읽고 수업시간에 발표를 해야했던 일이 있었다. 그땐 책을 내 삶의 경험에 견주어보려고 무지하게 노력하던 시기였다. 책을 읽으며 제일감으로 떠오른 것은 이젠 사회적으로 잊혀진 경험이 되어버린 방위 시절이었고, 그것이 발표문의 처음이 되었다. 당시 내 머리 속에 있던 건 모두 집어넣으려 애쓴, 꽤 혼란스러운 발표였다. 당시 발표문에선 더글러스와 리치의 차이점을 부각시키려 애썼는데, 지금 보기에 그리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3.1부터의 내용은 무효에 가깝다. 1.1 위험한 방위 방위병은, 불쾌한 존재이다. 그것은 방위가 분류체계 상에서 경계에 위치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방위는 '군인/민간인'의 분류체계 내에서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 2023. 5. 3.
어둠 속의 고양이, 짖는 개, 수레, 칼 종교학자 웬디 도니거의 책을 다시 읽으면서, 이 할머니 글을 너무 잘 쓴다는 생각을 했다. 전에 읽을 땐 좀 능글능글 눙치는 어투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이번에 보니 쉽게 썰 풀듯이 하면서도 빈틈이 없다. 나는 이 학자의 입장에 찬성하는 쪽이 아니기 때문에 다소 삐딱한 시선으로 글을 읽었는데도, 딱히 흠 잡아낼만한 구석이 없었다. 만만치 않은 내용인데 참 쉬운 말로 쓴다. 일상적인 표현과 이야기들, 그리고 문학과 각종 신화에서 가져온 이야기들로 포스트모던 비평의 주제들까지 다 소화해내고 또 방어한다. 일상으로부터 길어올린 글쓰기와 학문하기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 내가 알기로 종교학자 중 이런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종교학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꿈을 탐사하는 엘리아데 식의 로망은 사라졌다고 .. 2023. 5. 3.
유골/사리(relic) “유골/사리”(relic) Gregory Schopen, Critical Terms for Religious Studies 14장 영어 "relic"은 라틴어 "relinquere"(남기다)에서 유래한다. 유골은 ‘뒤에 남은 것’이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사리(舍利)의 산스크리트 어원은 몸이라는 의미의 "saria"(복수형 "sariani"가 사리를 의미함), 혹은 구성 요소, 근본 물질이라는 의미의 "dhatu"이다. 어원에서 동서양의 죽음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나지만, 유골/사리에 대해서 말해진 것과 사람들이 행한 것은 비슷하다. 종교개혁자들은 유골에 대해 적대적이었다. 칼뱅의 글("An Admonition Showing the Advantages Which Christendom Might Derive.. 2023. 5. 3.
Religion, Religions, Religious Religion, Religions, Religious 거시적인 안목으로 인류의 종교사를 조망하면 우리는 비교적 선명하게 ‘종교의 역사적 변천’을 기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종교라고 일컬을 수 있는 것이 따로 있지 않은 채 ‘종교적’이었던 시대, 종교라는 것이 구분될 수 있는 문화로 등장하면서 각기 개개 종교들이 자신의 절대성을 당해 문화권 안에서 규범적인 것으로 발휘하던 ‘종교’의 시대, 문화권의 단절이 소통 가능하게 열려지면서 하나의 문화권 안에 여러 종교들이 공존할 수밖에 없게 된 ‘종교들’의 시대, 그리고 삶의 모든 양태들이 스스로 의미있고 가치있는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지면서 특별히 종교라는 전승된 문화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 자체를 ‘종교적’이라고 읽어야 비로소 삶의 모습이 묘사될 수 있.. 2023. 5. 3.
“여기”의 종교, “저기”의 종교, “어디에나”의 종교 Jonathan Smith, "Here, There, and Anywhere," Relating Religion. 발제문. “여기”의 종교, “저기”의 종교, “어디에나”의 종교 고대 후기의 지중해 연안 종교들의 지형을 서술하기 위한 유형론을 제시하는 글이다. “여기”(here)의 종교, “저기”(there)의 종교, “어디에나”(anywhere)의 종교라는 세 유형인데, 고대 후기 이 지역의 특징은 어디에나의 종교가 확산되면서 두드러진 유형이 되었다는 점이다. 1. 여기의 종교: 가정 종교 여기의 종교는 가정 종교(domestic religion)로, 가정과 매장지에 주로 근거를 둔다. 가족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이다. 연속성에 대한 위협으로는, 첫째, 전쟁, 질병, 재난, 귀신의 공.. 2023. 5. 3.
고린도전서, KIN Jonathan Smith, "Re: Corinthians," Relating Religion. 의 발제문 Translation 파푸아 뉴기니 앗발민 사람들은 197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하게 기독교로 개종하였다. 그러나 기독교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전통 종교들과 긴밀히 얽혀있는 앗발민 사회의 일상생활을 버릴 수는 없는 일: “기독교 개종에도 불구하고, 여기 사람들은 통상 고유의 사회 종교적 관계들의 역사에 의해 구성된 주거지, 경계, 혈통 집단이라는 토착 지형 속에 자리잡고 사는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인식의 지형 위에서 기독교를 해석하는 상황에서, 여러 선교 사례들에서 쟁점이 되는 “번역”의 문제가 대두된다. (주41번 참조) 1980년대 이 지역을 강타한 두 종교 운동들--기독교 부흥운동과 하물 숭.. 2023. 5. 3.
뮐러, <독일인 작업장의 글조각들> 서문 막스 뮐러의 (Chips from a German Workshop) 서문을 읽으면서 메모했던 것들. Friedrich Max Muller, "Preface," (London: Longmans Green, 1867), 파일: Preface_ Chips_from_a_German_Workshop.pdf 이 책은 도서관에 없어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인터넷을 통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뮐러는 ‘종교가 전개되는 와중에서 유지되는 연속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것은 그가 생각하는 종교의 핵심이자 ‘참된 종교의 요소들’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 “하느님에 대한 감각, 인간의 약함과 의존의 감정, 세계를 신이 다스린다는 믿음, 선함과 악함의 구별,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 이것들이 모든 종.. 2023.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