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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발제

캔트웰 스미스, 세계종교 패러다임의 극복을 말하다

by 방가房家 2023. 5. 14.
James L. Cox, “Before the ‘After’ in ‘After World Religions’: Wilfred Cantwell Smith on the meaning and end of religion,” Christopher R. Cotter & David G. Robertson (ed.), <After World Religions: Reconstructing Religious Studies> (London: Routledge, 2016).
 
저자는 ‘세계종교’를 비판하는 현재의 논의에 도움을 주는 통찰을 윌프레드 캔트웰 스미스의 고전적인 저작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소개해준다. 캔트웰 스미스는 세계종교 패러다임 해체 논의의 선구자라는 저자의 평가에 수긍이 간다. 그의 공헌을 다음 세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그는 종교 개념의 해체 작업으로 유명하다. 대표작 <종교의 의미와 목적>에서 이루어진 작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종교 개념 뿐 아니라 기독교, 이슬람, 힌두교, 불교, 유교, 도교 등 각 개별 전통을 일컫는 표현들이 영어권에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도 자세히 다루었다. 종교 개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각각의 세계종교 개념에도 적용되고 있다.
그는 근대 서양인들이 종교를 객관적인 무언가로 상상하고 ‘이론적 구성물’로 인식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종교를 ‘사유 체계’로 묘사하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기독교 외의 다른 종교들도 사유의 체계로 인식하고 복수의 종교 개념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세계종교 개념의 형성과 직결된다. 그는 종교라는 말을 버리고 ‘종교적인 것’, 개인의 종교적 경험을 이해하고 서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2) 그는 믿음(belief) 개념의 역사를 추적하였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이 작업은 <Believing : An Historical Perspective>라는 단행본으로 출판되어 있다. 그에 따르면 서구지성사에서 믿음 개념도 종교의 경우와 비슷하게 동사적 개념에서 명사적 개념으로의 변화가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믿음을 명제적 진실로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가 세계종교 시간에 가르치고 암기하는 지식들이 바로 ‘명제적 진실’들이다. 우리는 그것들만 외우면 믿음을 이해한다고 믿는다.
 
(3) 더 나아가 그는 기존의 세계종교 교과서에 대해 대안적 서술을 시도하였다. 저자가 주목하는 캔트웰 스미스의 저서는 우리말로도 번역된 <지구촌의 종교>이다. 명제적 진실로 구성된 사유 체계를 벗어나 ‘종교적인 것’을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타인의 신앙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캔트웰 스미스의 표현을 빌면 그것은 “이즘(-ism)을 탈피하여 불교(Buddhism)가 아니라 불교인을, 힌두교(Hinduism)가 아니라 인도인을 이해하는 작업”이다. 그의 방법은 다량의 지식을 늘어놓기 보다는 공동체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을 요약해주는 핵심 문장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인도인의 신앙이라는 장에서 그는 ‘그대가 그것이다’(tat tvam asi)라는 한 문장에 집중한다. 이 문장이 인도인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심층적으로, 비교의 시각에서 이해한다면 그들의 경험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의미 있는 방법론이긴 한데, 솔직히 내가 그 책을 읽었을 때는 좀 실망하기도 했다. 그 한 문장을 열심히 설명하기는 했는데, 그것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그런 설명은 아니어서. 내가 서양인 독자가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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