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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 벌레979

벨 부부의 삼막사 휴양 벨 부부가 1895년, 1896년에 여름 휴양지로 간 곳은 관악산(삼성산) 삼막사였다. 서양인의 바캉스 개념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적용되었다. 그들이 초기에 택한 휴양 장소가 절이었기에 선교사와 불교의 흥미로운 만남이 시작되었다. 다음은 유진 벨의 기록이다. 다음 긴 기록에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그들은 템플스테이가 아니라 휴양을 간 것이다. 자신들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막대한 준비물을 가져갔고, 한국인 짐꾼과 하인이 동반되었다. (2)절을 선교사 숙소로 개조하기 위해 꽤 품을 들었다. 가람 훼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어떻게 개조했는지는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3)절은 종교공간이 아니라 휴양지였다. 거기서 행해지는 예불/우상숭배는 휴식에 방해되는 일일 뿐. 그래도 묘한 공존이 이루어.. 2024. 7. 1.
벨 부부의 크리스마스(1896, 1897) 유벤 벨, 로티 벨의 편지에는 1890년대 선교사들의 크리스마스에 관한 디테일이 담겨 있다. 19세기 말 미국에서 새로운 풍속으로 정착된 크리스마스를 한국에 어떻게 들여왔는지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받은 것들, 물건의 정확한 의미는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 자세한 목록만으로도 만족이다. 유진 벨, 고영자 & 이은상 옮김, 유진 벨 선교 편지: 1895~1897> (보고사, 2022).유진 벨의 1896년 크리스마스 기록 1897.1.2.모두들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냈기를 바란다. 우리도 잘 보냈다. 우리는 난생 처음으로 산타클로스 노릇을 하고, 헨리를 위한 스타킹에 이것저것 작은 것들을 넘었다. 나는 로티에게 식당에서 쓸 걸이용 캠프와 몇 개 작은 것들을 선물했다. 로티는 내게 새 옷 한 벌.. 2024. 7. 1.
로티 벨, 선교 편지 중에서 로티 벨, 고영자&이은상 옮김, 로티 벨 선교 편지: 1895~1897> (보고사, 2022). 로티 벨은 1901년 젊은 나이에 사망하여 활동이 많지 않은 인물이지만, 편지를 통해 정착하던 때의 이야기를 상세히 남겨주었다.  1. 식생활 적응 문제. 선교사 부인들이 한국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로티 벨은 그래도 노력하겠다는 결심을 보이지만,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의 불결함에 놀라는 대목이 자주 있는데, 음식 문제도 이와 연결된다. 1895.5.26.많은 선교사 부인들이 한국 음식은 먹지 않으려고 하지만, 저는 그걸 먹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들의 친구가 되려면 음식 먹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2024. 6. 29.
유진벨, 선교 편지 중에서 유진 벨, 고영자 & 이은상 옮김,  (보고사, 2022). 전남 선교를 개척한 남장로교 선교사 유진 벨, 로티 벨 부부의 서한이 번역되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인상적인 부분을 옮겨놓는다. 1. 유진 벨이 처음 와서 서울 거처에서 열심히 한 일 중 하나는 텃밭 가꾸기였다. 평범한 장면이지만 두 가지 생각이 든다. (1)상관 없는 생각. 낯선 품종의 목록을 보니, 토착화라는 선교에 대한 비유가 떠오른다. 선교는 씨앗(복음)을 가져와 낯선 토양(타국 문화)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라는 비유. 의도치 않았지만 유진 벨이 처음 한 노력은 토착화였다. (2)낯선 품종의 목록은 서구식 식생활을 유지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류대영이 말한 ‘사막의 오아시스’에 거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1895.4.2.. 2024. 6. 29.
[책]메타모포시스의 현장 이 책은 종교, 전력망, 헝가리에서 볼 수 있는 변화를 설명한다. 묘한 조합이다. 상관 없어 보이는 세 전공자가 한 사업단에 속해 있기에 만들어진 조합이다. 나는 책의 1부(1-4장)에서 그간 혼합현상(syncretism)에 관해 써온 글들을 정리했다. 종교는 만나 섞여서 변화한다. 정체성을 중시하는 신학에서는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종교사에서 변화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만남이다. 나는 신크레티즘이라는 다소 어려워 보이는 말에 끌려 학자들의 논의를 추적해왔다. 결론은 종교학에서 혼합현상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례영역에서 혼합의 역동성이 발휘된다, 정도의 간단한 내용이지만 일단은 여기까지 일단락하고 다음 공부를 준비하려 한다. 제1부 종교의 메타모포시스1장 종교의 혼합과 변형2장 혼합주의 담론의 역사.. 2023. 9. 7.
[책]개신교 선교사와 한국종교의 만남 박사논문을 책으로 정리해서 내는데 10년이 넘게 걸렸다. 속이 시원하다. 아래의 글은 책소개를 요청받아 "대학지성"에 기고한 내용이다. http://www.unipres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043 한국종교가 종교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 대학지성 In&Out ■ 책을 말하다_ 『개신교 선교사와 한국종교의 만남』 (방원일 지음, 소명출판, 306쪽, 2023.07) 우리는 만남이 잦은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www.unipress.co.kr 한국종교가 종교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우리는 만남이 잦은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나라를 여행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2023. 9. 6.
바빌론 강가에서 부른 귀향 노래 “바빌론 강가에서”(Rivers of Babylon)는 디스코 그룹 보니엠(Boney M.)이 불러 잘 알려진 노래이다. 그런데 이 노래를 둘러싼 의미의 껍질을 하나하나 들여다볼수록, 만만치 않은 종교적 가치가 이 문화적 상품 안에 담겨 있음을 알게 된다.(여건이 된다면 보니엠의 노래를 플레이해서 장중한 인트로와 더불어 글을 읽어주시면 좋겠다. 1. 우리 대부분에게 이 노래는 옛날 팝송의 하나이다. 노래 첫 구절을 우리 귀에 들리는 대로 변형해서 “다들 이불 개고 밥 먹어”[By the rivers of Babylon]라고 장난치는 데서 보이듯이(몬더그린mondegreen이라고 부른다), 단박에 의미가 통하지는 않는 영어 노래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팝송이 미국 노래가 아니라는 사실은 유념할 필요가 있.. 2023. 7. 16.
우리 일상에서 되살려진 애니미즘 애니미즘animism이라는 단어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의 대표적인 용어이긴 하지만, 그의 학문적 의도는 잘 잊힌 채 부정적인 의미만 강조되어 원시민족(교회에서 흔히 말하는 미전도 종족)의 종교라는 멸칭으로 사용되는가 하면, 현대 생태학에서는 긍정적 의미로 되살려지고 있는 용어이다. 설명의 실마리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이 용어의 고전적 의미부터 생태학적 의미까지 완벽하게 설명해준다. 글쓴이의 삶이 배어 있기에 가능한 설명임을 읽는 내내 느끼게 된다. 1부에선 타일러 의 번역자 유기쁨이 고전적 이론으로서의 애니미즘을 설명해준다. 이론적 논의에서 거의 항상 무시되어 오는 타일러의 입장에서 그의 문제의식을 상세히 알려준다. 물론 진화론적 도식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던 그의 한계가 무엇인지.. 2023. 7. 16.
코로나 시대의 좀비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아들 녀석은 날마다 좀비 놀이를 해달라고 성화다. 좀비 흉내를 내고, 총으로 좀비 쏘아죽이는 놀이를 하면서 저녁 시간이 다 간다. 나는 이쪽 문화에 시큰둥해서 끝까지 본 좀비 영화도 별로 없지만,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좀비는 이 시대의 지배적인 상징이다. 좀비의 유래와 영화적 발전에 관해서는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꽤 알려진 편이지만, 그 변화를 종교연구자의 관점에서 정리해보고 싶다. 여기에는 상징의 생명력에 관한 중요한 쟁점들이 녹아 있다. 공동체 바깥의 존재 좀비는 아이티의 부두교 주술사 보코르(bokor)가 노예처럼 부리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었다. 보코로는 특정한 사람에게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독극물을 사용하여 가사(假死) 상태에 이르게 하고 무덤에 집어넣는다. .. 2023. 6. 4.
허 본좌와의 만남 지난달 있었던 뜻밖의 만남. 이 만남은 두 결과물을 남겼다. 하나는 내가 남긴 학문적 메모. 온갖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근거가 부족한 추측은 자제하고 주관도 배제하고 학술적인 폼을 부려 점잖게 쓴 글이다.(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로 게재) 또 하나의 결과물은 그쪽에서 유튜브에 올린 영상. 낚시성 제목에 야릇한 썸네일로 많은 조회수를 올린 영상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쓰겠다는 양해 없이 종교학자 타이틀을 자기들 맘대로 소비한 것이라 기분이 좋지 않지만 그냥 참는 중이다. [첫째 결과물] 허 본좌와의 만남 1. 정치인 허경영이 얼마 전부터 종교인으로 등장했다. 본인은 이러한 규정을 달가워하지 않겠지만, 일단 세상의 분류를 따라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는 여러 번의 대선 출마와 파격적인 선거 공약.. 2023. 6. 4.
동작구 종교 이야기 서울특별시 동작구에 산 지 10년이 조금 넘었다. 고장의 내력을 파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종교 이야기라면 귀를 쫑긋 세우는 직업적 습관 탓에, 그리고 최근에 관련된 작업을 한 덕에, 귀에 익은 내 주변 지명들에 얽힌 종교적 사연들이 하나둘 쌓였다. 현재 지자체에서는 동작구를 사육신묘를 근거로 ‘충효의 고장’으로 브랜드화하고 있다. 하지만 동작구는 유교 문화 외에도 숱한 종교들의 만남과 자리 잡기가 명멸한 곳이다. 나는 이 글에서 근대 이후의 종교적 변화들을 기독교들을 중심으로 풀어가려 한다. 1. 노량진이 경기도 과천군에 속했던 대한제국기 이야기다. 이 지역에는 도성 외곽의 무당촌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1906년에 일제가 노량진에 인천수도공사를 설립하자, 일제에 의한 토지와 가옥의 무.. 2023. 6. 4.
일상화된 코로나의 아픔 1. 코로나 천만 시대에 좋아진(?) 것이 있다.(코로나의 위험을 경계하는 것이 여전히 필요한 태도이겠으나, 사회적 태도 변화를 말하는 것이니 너그러이 보아주셨으면 한다.) 이젠 코로나가 일상적인 질병으로, 덜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누그러지고 있다. 2년 전에 우리가 이것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겼는지를 떠올린다면 이제는 심리적으로 이를 극복하고 위드코로나에 접어들고 있음이 실감난다. 물론 인식의 변화에는 의학적 환경이 기본 바탕이 된다. 모두 알고 있듯이, 한편으로는 코로나19라는 같은 이름을 쓰고 있지만 코로나는 여러 변이를 거쳐 실질적으로 다른 질병이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차례의 백신 접종을 통해 견뎌낼 몸이 사회적으로 준비되었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래도 이와 더.. 2023. 6. 4.
페티시즘 개념을 통해서 본 개신교와 무속의 만남 개신교 선교사의 페티시즘 개념에 관한 글. 이 주제에 대해 옛날에 쓴 논문을 대폭 수정하고 자료를 추가해서 이번에 발표한 글이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섞어 엄청 길게 올려본다. 1. 머리말 2. 페티시즘 개념사: 만남과 물질 (1) 페티시즘의 출현 (2) 종교학의 페티시즘 (3) 경제학과 심리학의 페티시즘 3. 선교 현장의 페티시즘 (1) 전도된 물질적 가치 (2) 페티시 파괴: 개종의 세레모니 (3) 페티시즘의 학문적 서술 4. 맺음말 페티시즘 개념을 통해서 본 개신교와 무속의 만남 1. 머리말 2008년에 제작된 영화 는 숙희(송혜교 분)가 무당의 딸이라는 신분을 속이고 독실한 재미교포 개신교 집안에 시집간 이후를 그린 이야기이다. 남편이 사망한 이후 숙희는 옆집 젊은 부부와 가.. 2023. 6. 4.
건물과 종교 1. 종교 개념과 건물이 긴밀하게 결합한 것은 우리 언어의 특징이다. 우리는 종교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교회에 다닌다”, “절에 다닌다”, “성당에 다닌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교회, 절, 성당이 그 종교 자체처럼 받아들여진다. 우리말에만 있는 표현이다. 예를 들어 영어에 “go to church”라는 숙어가 있는데, 이것은 “예배를 본다”는 의미이지 개신교 소속을 의미하지 않는다. 게다가 영어 단어 ‘church’는 개신교와 천주교 건물 모두를 가리킨다. 한국어에서만 교회와 성당이 엄격히 분리된다. 언제부터 이런 표현이 자리 잡았을까? 2. 천도교 교당 건축에 관한 발표를 듣던 중에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건축물이 종교를 구성하는 핵심이라는 생각은 한국에서 종교 개념이 형성되는 초기부터 .. 2023. 6. 4.
하필 이럴 때 종교학 강의라니 (이 글은 비대면으로 진행된 필자의 인간과 종교 강의 인사말이다. 종교에 대한 말을 꺼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강의 인사말이라는 형식으로 답답한 마음을 정리해본 것이다.) https://crrc.tistory.com/2555 우리는 사회적 거리를 두고 특별하게 만나고 있습니다.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채 학기를 시작하는 일은 경험해보지도 생각해보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사회 활동이 정지하다시피 한 지금, 경제를 비롯한 우리 일상의 여러 영역은 타격을 입고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종교 역시 그러합니다. 종교사적으로 꼽힐만한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어, 아마 코로나19가 지나간 이후 종교계 모습도 많이 바뀔 겁니다. 학생들은 아마 종교에 대해 알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수강 신청을 했겠지만, 한두 달 지난 지금 시점에 그.. 2023.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