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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호족의 말의 노래 신기루로 만든 발을 가졌습니다. 걸음걸이는 무지개입니다. 태양끈 고삐를 매고 있습니다. 심장은 붉은 돌로 되어 있습니다. 내장은 온갖 종류의 물로 되어 있습니다. 까만 비의 꼬리를 가졌습니다. 멀리서 치는 번개가 그의 귀입니다. 반짝하며 퍼지는 별이 그의 눈이 되고 얼굴의 줄이 됩니다. 뒷다리는 새하얗습니다. 밤에 구슬이 그의 입술이 되었습니다. 햐이얀 조가비가 그의 이가 되었습니다. 검은 피리가 입속으로 들어가 나팔이 되었습니다. 새벽이 그의 배가 되어, 한쪽은 하얗고, 한쪽은 검습니다. (Sam Gill, Native American Religions, p.140) 말에 대한 나바호족의 노래이다. 엉성한 번역을 때문에 아름다운 느낌이 전해졌을런지 모르겠다. 나바호족의 세계관에서, 말은 태초와 연관된 .. 2023. 4. 19.
위네바고 인의 창조 신화 위네바고 족은 지금의 위스콘신 주 그린 베이 근처에 살았던 아메리카 토박이 무리이다. 자신들의 언어로는 호청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다음은 그들의 창조 신화 한대목이다. 창조주(Earthmaker)가 만물을 창조한 뒤 인간을 창조하였다. 인간은 창조된 것 중 가장 마지막이었다. 앞서 창조된 것들은 영들이 있었고, 창조주는 그들 모두에게 역할을 부여하였다. 심지어 가장 작은 벌레도 나흘 앞의 일을 미리 알 수 있었다. 인간은 창조주의 모든 창조물 중 가장 미약하였다. 인간은 아무 역할도 부여받지 못했고, 하루 앞의 일도 내다보지 못하였다. 인간은 가장 늦게 창조되었고, 가장 열등하였다. 그 후 창조주는 기분좋은 냄새가 나는 풀을 만들었고, 모든 영들이 그것을 원했다. 어떤 영들은 그게 자신에 속한 곳이라.. 2023. 4. 19.
강증산이 본 마테오 리치 백년 전 한국의 독창적인 종교인 강증산이 평한 마테오 리치이다.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평이다. 동서 문명의 만남을 신명계의 교통으로 이해하고, 이 만남을 역으로 서양 문명이 융성한 계기로 파악한 점이 흥미롭다. (이마두는 마테오 리치의 한문 표기이다.) 이마두의 공덕을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나 천지신명들이 그를 떠받드나니, 이마두는 신명계의 주벽(主壁)이이라. 항상 내 곁에서 나를 보좌하여 모든 것을 맡아보고 있나니 너희는 마땅히 공경할지니라. 이마두가 24절의 역을 만들어 때를 밝히고 백성들이 그 덕을 입어 왔으나 이 뒤로는 분각이 나리니 분각은 우리가 쓰리라. 이마두가 천국을 건설하려고 동양에 왔으나 정교에 폐단이 많이 쌓여 어찌할 수 없음을 깨닫고 죽은 뒤에 동방의 문명신을 거느리고 서양으로 건.. 2023. 4. 19.
칼뱅에 대한 한 묘사 (*이전에 써 두었던 글을 퍼옵니다. 요즘 제 홈페이지의 게시판이 불안정해서, 어차피 잘 쓰지도 않는 게시판이나 정리도 할 겸, 버리기는 아까운 글만 몇 개 여기 블로그에 옮깁니다.) 츠바이크라는 전기작가의 [폭력에 대항한 양심 -칼뱅에 맞선 카스텔리오]중의 한 구절. 이 책은 개신교의 아버지로서 한국에서 참으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인 칼뱅을 지독하게 냉혈한 한 독재자로서 그리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자신의 신앙을 절대적인 것으로 내세운 나머지 다른 주장에 대해서 극히 비관용적이었고, 교리족 차이를 용납하지 못한 나머지 세르베토를 사형시킨다. 인문주의적 이상을 지닌, 그리고 교리적으로는 칼뱅의 예정설에 반대한 입장이었던 카스텔리오는 무시무시한 이 종교 권력자에게 당당헤게 항변하였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 .. 2023. 4. 19.
[교우론], 우리는 우정을 통해서 만났다 영화 에는 남미 오지에 들어간 선교사와 원주민이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이 있다. 타자와 타자의 만남, 그 서먹한 관계는 무엇을 통하여 이루어 졌을까? 처음에 양쪽은 물끄러미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영화의 선교사는 피리를 꺼내 들더니 불기 시작하였다. 피리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퍼지고, 경계하며 떨어져 있던 원주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것이 선교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이 장면이 매우 그럴듯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선교에 있어 공통 분모의 설정이 얼마나 중요하며 극적인지를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눈을 돌려 동양과 기독교의 첫 만남을 바라보자.(여기서 처음이라는 말은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 2023. 4. 19.
200년 전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싸움](Nissenbaum, Stephen, The Battle for Christmas, New York: Alfred A. Knopf, 1997.)이라는 책의 1장을 정리한 내용이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라는 새로운 명절이 어떻게 탄생하였는가를 다루는 흥미진진한 책이다. 1장의 내용은 크리스마스의 본고장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금지했던 짧지 않은 역사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라 읽으면서 상당히 놀랐다. 게다가 200년 전의 크리스마스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지금과는 얼마나 다른 날이었는지! 충격적일 정도로 흥미로웠다. 번역하면 우리나라에서도 꽤 팔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심 점찍어둔 책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200여년 전의 크리스마스를 머리 속에 떠올리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가 이미 .. 2023. 4. 19.
가쿠레 기리시탄 가쿠레 기리시탄(かくれ キリシタン)이란 '숨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의미의 일본어이다. 16세기 천주교가 일본에 전래된 이후 200년이 넘게 일본 정부는 천주교를 금지한다. 그 혹독한 박해를 피해 숨어 살던 일단의 천주교인들이 있었는데, 자신의 신앙을 숨기기 위해 성모상 대신 (십자가를 뒤에 새긴) 관음상을 사용하는 등 은폐의 방법을 사용한다. 그런데, 대를 이어 숨겨 온 이들의 신앙은 점차 다른 모습으로 변모해 갔고, 후에 천주교가 공인된 이후에, 이질감으로 인해 그들은 천주교회로 복귀하지 않는다. 상당히 특수한 사례이다. 이 사례는 종교적 실천과 이념 체계가 어떠한 상호 관계를 갖는지, 어떻게 서로를 변형시키는지를 잘 보여준다. 흔히 의례는 이념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같은 이념을 지니면서 다른 .. 2023. 4. 19.
메노키오 노인의 기독교 -"치즈와 구더기"에서 “모든 것이 혼돈이었습니다. 흙, 대기, 물, 불이 함께 뒤섞여 있었습니다. 그것들이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었고, 우유로부터 치즈가 만들어지듯이, 거기서 벌레들이 생겨났는데, 그 벌레들은 천사였습니다. 신성한 권위에 의해 하느님과 천사들이 있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은 천사였고, 하느님 역시 계시었는데, 그 역시 그때 동시에 그 덩어리로부터 창조된 것입니다. 그는 왕이 되어 네 대장, 루시퍼, 미가엘, 가브리엘, 라파엘을 거느렸습니다. .....................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는 하느님의 자녀들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들이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에 매달린 분은 우리들과 동일한 본성을 지녔는데, 다만 더한 위엄을 지녔을 뿐입니다. 마치 교황이 우리와 동일한 사람인데 권.. 2023. 4. 19.
로베르 성인의 어떤 수행법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천국에서는 손가락 놀리듯이 좆을 마음대로 놀릴 수 있을거라고 상상했다. 마치 악수를 하듯이, 꼴리는 대로가 아닌 마음대로의 섹스를 하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정욕, 이것은 기독교사 내내 수도사들에게 일차적으로는 극복의 대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정욕을 불러일으키는 여자 역시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차분하고 신중하기 이를 데 없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논문의 행간에도 여자들에 대한 공포, 그래서 야기되는 적개심을 읽어낼 수 있을 정도이다. 로베르 성인(Robert of Arbrissel)은 여자들을 위해 헌신한, 11-12세기에 활동한 수도사였다. 일생동안 많은 여자 수도원을 건립하였다. 그런 그가 행한 수행 방식은 다소 엽기적이다. 그의 수행에는 .. 2023. 4. 19.
중세의 여자 취급 여느 사회와 마찬가지로, 서양 중세 남성들의 고민은 어떻게 말 안듣는 여성을 복속시킬 것인가였다. 하지만 그 고민의 차원이 달랐다. 그 시대는 살과 피가 튀는 살벌한 시대였고, 여자들이 문자 그대로 인간으로 여겨지지 않은 시대였다. 이러한 말도 안되는 취급은, 창세기 신화의 이브에 대한 해석을 통해 정당화되곤 하였다.(특히 대중적 차원에서는 더 심했다.) 몇가지 자료를 살펴 보자. 1. 프랑스 한 지방의 관습법. 여기서 마누라한테 맞는 남자들은 범죄자로 규정되었다: “부인에게 두드려맞는 남편은 체포해서, 당나귀에 얼굴을 꼬리쪽으로 거꾸로 태워서 망신을 줘야 한다.” 2. 13세기 보베 지역: 부인이 남편에게 무언가를 해주기를 거부할 때, 남편는 부인을 팰 수 있도록 허용되었다. 3. 14세기 보르두 관습.. 2023. 4. 19.
민주주의의 제3의 물결과 기독교 "문명의 충돌"로 유명한 새뮤엘 헌팅턴의 책 중에 "제3의 물결: 20세기 후반의 민주주의화"이라는 책이 있다.(우리나라에는 소개되지 않았다.) 토플러 책과는 다른 책으로, 20세기 후반, 한국을 포함해서 남미, 아시아, 남부 유럽 등의 민주화 과정을 제3의 물결로 묶어 다루고 있다. 꽤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 중간에 종교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논하는 대목이 있다. 헌팅턴의 주장은 선명하기 이를 데 없다. "기독교 없는 곳에 민주주의 없다!" 헌팅턴은 숫자를 통해 논의를 펼친다. 이 기간 중 민주주의화 된 곳 몇 나라. 그 중에서 기독교 국가 몇 개. 이런 식이다. 헌팅턴의 똘아이 기질 잘 드러나는 논법이지만, 그 논법은 상식에 아주 부합하는 것이라 격파하기에 좀 시간과 노력이 든다. (헌팅턴의 기본 주.. 2023. 4. 19.
성스러움과 폭력 성스러움과 폭력 류성민의 [성스러움과 폭력](살림, 2003)은 르네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의 논의를 이해하기 좋게 해설해주는 책인 동시에 여러 측면에서 보완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지라르의 책에는 흥미로운 통찰이 담겨 있다. 폭력은 인간 사회에 상존하는 위협이고 종교 제도는 이 폭력을 제어하는 사회적 장치라는 게 요지이다. 폭력과 종교는 상반된 것이라는 상식을 뒤집어 종교의 성스러움과 폭력은 아예 본질적인 관련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완전히 낯선 생각은 아니다. 우리가 “희생양”이라는 말을 일반 사회의 맥락에서 사용할 때 그런 생각이 전제에 놓여있다.) 지라르의 책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문학 평론에서 출발한 작업이라 약간은 생소한 그리스 문학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프로이트의 토템과 터부, .. 2023. 4. 18.
성서로 보는 미국 노예제 두 얼굴을 가진 하나님 : 성서로 보는 미국 노예제 미국에서 노예제를 놓고 벌어진 교회내의 논쟁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다. 교회가 성서를 현실에 적용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교훈을 제공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나라 학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주제는 못 된다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미국 뉴 멕시코 대학에서 이 문제를 전공한 학자의 책이 나와 있다. [두 얼굴을가진 하나님] (김형인 지음, 살림, 2003). 얇고 쉽게 쓰여진 책이지만 담고 있는 정보는 유용하다. 노예제 찬반을 놓고 미국 종교인들이 어떤 구절을 동원하고 어떤 논리를 구사하였는지를 잘 정리해주고 있고, 아울러 미국 노예제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들도 요약되어 있다. 게다가 이 내용으로 박사논문을 쓴 학자답게 노예제와 관련된 학술적 논쟁들.. 2023. 4. 18.
종교와 스포츠 이창익, (살림, 2004) 내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처음 실감하게 해주는 것은 사람들의 몸짓이었다. 그닥 유쾌한 것은 아니다. 여유없는 황급한 몸놀림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여전히 부족한 거친 움직임들. 그런 것들이 사람들이 띄엄띄엄 살던 사회에 익숙해있던 내게 이 사회를 상기시켜준다. 몸짓 속에는 이 사회가 압축적으로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미세한 몸짓의 차이와 변화를 놓고서 할 말이 참 많다. 우리 몸 속에 새겨진 역사, 문화, 삶의 환경에 대해 풍성한 이야기가 가능하므로. 서점에 갔다가 아는 선배가 새로 쓴 책을 발견했다. [종교와 스포츠 –몸의 테크닉과 희생제의]라는 책이다. 아, 멋진 일이다. 책을 통한 만남이라니. 어쩌면 당사자와의 만남 자체보다도 더 반가운 일이 될 수 있을 정도.. 2023. 4. 18.
몇몇 잡스러운 상식들 를 읽다가 새로 알게 된 짜투리 이야기들. 미국 역사와 문화 구석구석을 다루는 책이다보니, 막힐 때도 많다. 미국 사람들에게 상식일 이런 이야기들을 미리 좀 안다면 책이 술술 읽힐 텐데, 그래도 책 읽다 막히는 부분 있으면 찾아보는 것도 요즘처럼 시간이 남으니 가능한 일이다. 학기중이라면 엄두도 못낼 일이다. 책의 주된 논의는 제쳐 놓고, 새로웠던 사실 몇 개를 정리해 본다. 1. In God We Trust "In God We Trust"라는 슬로건. 너무 유명해서인지 책에서 제대로 설명도 안하고 넘어가는 내용이었는데, 한참 읽고서야 감이 잡혀서 얼른 내가 갖고 있는 미국돈들을 살펴보았다. 그렇다. 모든 미국 화폐와 지폐들에는 "In God We Trust"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미국의 공공생활에.. 2023.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