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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자료/만남

[교우론], 우리는 우정을 통해서 만났다

by 방가房家 2023. 4. 19.



영화 <<미션>>에는 남미 오지에 들어간 선교사와 원주민이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이 있다. 타자와 타자의 만남, 그 서먹한 관계는 무엇을 통하여 이루어 졌을까? 처음에 양쪽은 물끄러미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영화의 선교사는 피리를 꺼내 들더니 불기 시작하였다. 피리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퍼지고, 경계하며 떨어져 있던 원주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것이 선교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이 장면이 매우 그럴듯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선교에 있어 공통 분모의 설정이 얼마나 중요하며 극적인지를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눈을 돌려 동양과 기독교의 첫 만남을 바라보자.(여기서 처음이라는 말은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우리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처음'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도 경교와 중국의 접촉은 존재했다.) 두 문화의 만남은 마테오 리치라는 대단한 인물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그는 한문을 배워 한문으로 저술한 최초의 서양인이며 그것도 너무나도 훌륭하게 해낸 사람이다.
그는 수십년에 걸쳐 중국 문화를 익히기는 했지만 말을 익히자마자 막바로 기독교 교리를 중국인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소통의 지점을 확립하지 않은 채의 설교는 무의미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에게 서구는 오랑캐일 뿐이었다. 기술적으로야 받아들일만한 것이 있다는 점이 차차 자각되고 있긴 했지만, 문화적으로 수용할 만한 것이 중국 밖에 존재한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리치가 처음으로 쓴 한문 저술의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그 책은 <<교우론>>이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이탈리아의 친구에 대한 격언들을 엮어 한문으로 써 내었다. 그는 우정이라는 주제야말로 동서양이 무리없이 공유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하였고, 그것은 대성공이었다. 마치 <<미션>>의 피리소리처럼, 우정에 관한 격언들은 중국인들의 관심을 끌었고 서구를 소통가능한 타자로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격언으로 시작해 80여개의 격언을 나열한다.

1. 친구는 남이 아니라 곧 나의 절반이자 '제2의 나'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친구를 나처럼 여겨야 한다.
2. 친구와 나는 비록 두 몸이지만, 두 몸 안에 마음은 하나일 뿐이다.


친구라는 말에는 상대방을 무지막지하게 동질화시키는 힘이 있다. "친구"라는 말의 힘은 경상도 언어의 경우 극대화되고, 몇 년전 영화를 통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바 있다. 리치는 이 힘을 알고 있었고 두 문명의 거대한 만남의 준비운동으로 절묘하게 사용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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