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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_자료/문헌

위네바고 인의 창조 신화

by 방가房家 2023. 4. 19.

위네바고 족은 지금의 위스콘신 주 그린 베이 근처에 살았던 아메리카 토박이 무리이다. 자신들의 언어로는 호청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다음은 그들의 창조 신화 한대목이다.
창조주(Earthmaker)가 만물을 창조한 뒤 인간을 창조하였다.
인간은 창조된 것 중 가장 마지막이었다. 앞서 창조된 것들은 영들이 있었고, 창조주는 그들 모두에게 역할을 부여하였다. 심지어 가장 작은 벌레도 나흘 앞의 일을 미리 알 수 있었다. 인간은 창조주의 모든 창조물 중 가장 미약하였다. 인간은 아무 역할도 부여받지 못했고, 하루 앞의 일도 내다보지 못하였다. 인간은 가장 늦게 창조되었고, 가장 열등하였다.
그 후 창조주는 기분좋은 냄새가 나는 풀을 만들었고, 모든 영들이 그것을 원했다. 어떤 영들은 그게 자신에 속한 곳이라 확신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서로 “내가 세상에서 으뜸인 영이므로 저것을 맡게 될 거야.”라고 생각하였다. 이윽고 창조주가 말하였다. “너희들 모두에게 나는 소중한 것들을 주었다. 이제 너희 모두가 이 풀을 좋아하고, 나 역시 좋아한다. 그것이 이 풀이 소용되는 방식이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잎 한 장을 떼어 으깨었다. 그렇게 한 대를 만들어 피우니, 그 향기가 맡기에 좋았다. 모든 영들이 그것을 원했다. 창조주는 그들에게 한 모금씩 나누어 주었다.
“이제, 인간이 무엇이든 내게 구하는 것이 있고 그 대가로 담배를 바친다면, 나는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자신은 이 풀을 관할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파이프 가득 담배를 담아 바치고 요청을 해온다면 나는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이 풀은 담배라고 불릴 것이다. 인간은 내가 창조한 것 중에서 가장 미약하다. 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이것이 그들의 으뜸 소유물이 될 것이고, 우리는 그들로부터 이것을 얻을 수밖에 없다. 인간이 담배를 바치고 부탁을 한다면 우리는 언제나 그것을 들어줄 것이다.” 이렇게 창조주는 말하였다. (Paul Radin, The Winnebago Tribe, p.18)

이 신화가 그들의 오래된 전통인지, 즉 기독교 유입 이전의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이 부족은 17세기부터 프랑스인과 접촉이 있었고, 이 자료가 위네바고인과 결혼한 프랑스인 집안에서 전해내려 온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레이든의 책에 실린 자료 대부분이 그런 혐의가 짙은데) 이 자료에는 기독교의 영향이 많이 반영되어 있으리라 생각된다. 내 생각으로는 창조주(Earthmaker)라는 존재가 원래의 전통에서 이처럼 중심적인 신격이었는지조차가 의심스럽다. 인간이 최후의 피조물임을 강조하는 것도 창세기의 영향이라고 생각된다. 조나단 스미스는 마오리족 창조주 이오신 신화가 기독교 선교 이후의 산물임을 밝힌 바 있다. 나는 위네바고인들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기독교 창조 신화를 중심으로 자신의 전통의 요소들을 재구성하는 작업이 있지 않았나 싶다.
기본적으로 기독교의 창조 신화 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네바고인의 세계관의 특성이 엿보인다. 우선 호혜성에 바탕을 둔 관계가 두드러진다. 그것은 신과 인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인간이 무엇을 바칠 때, 신에게서 그 대가를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좀더 보충 자료가 필요하겠지만, 이 대목에는 유대인들이 하느님에게 번제를 드릴 때와는 다른 세계관이 전제되어 있다.
또한 담배가 위네바고인의 종교 생활의 중심에 있음이 이 신화에서 두드러진다. 아메리카 토박이의 세계관에서 담배는 성스러운 물질이다. 지금도 인디언들은 보통 담배에 찌들어 살아가는데, 그들에게 이런 종교적 배경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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