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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법이 아닌 활법 글과 그림으로 된 텍스트에서 글만 옮기는 것은 잘못된 인용방식이다. 장비의 문제도 있고, 정성도 부족한 탓이다. 하여튼 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투기(鬪技)의 역사는 고대 인도의 요가에서 비롯되었다. 이 요가에서 체계화되기 시작한 권술은 불교를 타고 동방 여러나라로 전파, 중국에 들어가서는 소림권법이 되고 태국에서는 킥복싱이 되었으며, 일본에 가서는 유도나 가라테, 그리고 한국에서는 태껸이 된 것이다. 불교가 권술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 증거가 있다. 우선 절 입구 산문같은데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왕의 모습을 예로 들 수가 있다. 유난히 두드러진 복근과 부릅뜬 눈! 공격 태세로 치켜올리고 있는 왼쪽 정권과 방어 태세를 취하고 있는 오른쪽 수도! 천수관음의 그 수많은 손도 마찬가지. .. 2023. 4. 25.
스미스 선생의 뒤르케임 가르치기 종교학 수업에서 뒤르케임의 책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논의한 (Oxford University Press, 2005)이라는 책이 있다. 뒤르케임주의자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뒤르케임의 팬인 나로서는 흥분되는 내용이 많은 재미있는 책이다. 사회학 교실에서 뒤르케임을 읽는 것과 종교학 교실에서 뒤르케임을 읽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종교학 전통에서 뒤르케임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어떤 맥락이 학생들에게 제공되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그에 대한 몰이해를 씻고 책 안의 통찰을 살아있는 것이 되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대학 개론 수업에서 뒤르케임을 다루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들이 실려있다. 이것은 단순히 교육의 테크닉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 요즘의 종교학 흐름이 뒤르케임의 재발견이라는 토대 위에 구축된 것이라는 점.. 2023. 4. 25.
연기라는 종교 주말에는 스케줄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주말저녁 드라마를 보는 일은 많지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온가족을 겨냥한 시간대인 토일8-9시 드라마를 일부러 챙겨보는 일은 별로 없다. 그 시간대에 라는 빌어먹을 드라마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같은 시간 MBC에서 라는 드라마를 하는지는 몰랐기 때문에 그 시간에 텔레비전을 켜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거기서 주연을 한다는 김성수라는 연기자가 만만치 않은 이야기를 한다. (나 를 보지 않아서 이 연기자를 모른다.) 이 사람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기 생활을 종교라고 부른다. 그것이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님이 인터뷰 전반에서 느껴진다. 제 촬영이 아침 7시 시작이면, 저는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6시에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거든요. 메이.. 2023. 4. 25.
우리가 공유하는 경험 나는 웬디 도니거의 (implied spider)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왜 신화에 보편성이 존재하는지를 이야기하는 3장 도입부라고 생각한다. 책 제목인 ‘숨은 거미’가 그 보편성을 가리키는 은유인데, 본격적으로 은유를 풀어놓기에 앞서 이야기를 하듯 자기가 생각하는 보편성의 이유를 부드럽게 써놓았다. 어려운 개념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저명한 학자들을 인용하고 있는 것도 아닌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왠지 모를 힘을 느꼈다. 도니거가 공들여 쓴 문장들이라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근거는 없다.) 보편성이라는 주제는 요즘 학자로서 옹호하기가 힘들고 따라서 기피하는 주제인데, 도니거는 평이한 문체를 구사하면서도 여기서 이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보편성이라는 개념은 ‘같다’라는 표현을 통해 우리에게 다.. 2023. 4. 25.
새로운 중심과 역외춘추 지구 자전설을 이야기한 것으로 유명한 홍대용의 은 조선 시대 실학자들의 과학적 지식이 얼마나 현대 과학에 접근한 것인지를 증명하는 책으로 읽히기 쉽다. 그러나 내가 읽으면서 흥미를 느꼈던 것은 어떻게 보면 그와는 다른 방식이었다. 우리의 상식과 같은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서술하는 방식에 있어서 다른 것에 눈길이 갔다. 그것은 간혹 있는 홍대용 서술의 과학적 오류를 찾는다는 말이 아니라, 그의 과학적 이해가 어떻게 당시의 언어로 서술되는지, 당시의 세계관 이해의 맥락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 세계관을 새롭게 정립하는가를 읽어내는가에 흥미를 느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물리학적 사실들이 유교와 도교의 언어들로 서술되고 있으며, 또 그 언어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직하는 .. 2023. 4. 25.
신학자들 비판 에라스무스, 문경자 옮김, (랜덤하우스중앙, 2006)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의 절정부는 당시 종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쏟아지는 마지막 대여섯개의 섹션들이다. 사제, 수도사, 신학자, 그리고 주교들과 교황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거명하며 비판하는 부분은, 그 앞의 다른 풍자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앞에서 학자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풍자와 해학의 느낌이 많이 풍긴다면, 이 뒷부분에서는 작심을 한 듯 준엄하다. 풍자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비판하기 힘든 세력을 대한다는 비장함이 서려있어서일까, 좀더 묵직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들의 야심은 그리스도를 닮는 것이 아니라 그들끼리 서로 달라지는 것”(146)이라는 수도승에 대한 야유도 재미있지만,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신학자.. 2023. 4. 25.
오행의 근원과 삼교의 진리 종교란 개념은 근대 서구에서 만들어졌으며 비서구사회에 근대 사회가 형성되면서 이식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만만치 않은 반론을 만난다. 즉, 비록 종교(宗敎)라는 언어 자체는 동아시아 문화권에 존재하지 않았으나, 지금 우리가 종교라고 부르는 현상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는 것. 유교, 불교, 도교가 독립된 전통으로 존재해 온 것이 좋은 증거라는 것. 종교라는 말이 생긴 것이 무어 대단한 변화냐는 것. 그러나 19세기 말 일본인들이 서구 열강들과의 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religion’의 번역어로서 ‘종교’라는 말을 고안함으로써, 동아시아에 종교라는 말이 도입된 것은 작은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이름 없이 존재하던 현상에 이름이 붙여진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 구조가 도입되고 근대라는 틀거리.. 2023. 4. 25.
"종교와 독서"에 관련된 책들 Robert Brown, "Reading (Writing) and Religion," Religious Studies Review 31-3,4 (July, October 2005): 171-177. 종교와 독서라는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리뷰를 읽었다. 경전을 “어떻게” 읽느냐라는 문제는 그 종교 공동체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해 왔지만, 정작 그런 식으로 연구된 성과는 별로 본 적이 없다. 예컨대 “그들은 성서를 어떻게 읽느냐?”라는 물음을 갖고 조사한다면 한국 개신교의 이른바 근본주의에 대해서 핵심적인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에서 리뷰된 책들은 대부분 미국 종교사에 관련되어 있지만 한국 종교 연구에도 중요한 시사를 줄만한 책들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미국 기독교는 .. 2023. 4. 25.
종교와 춤이라는 주제 샘 길(Sam Gill)은 북미 원주민 종교를 전공으로 하는 종교학자인데, 몇 년 전에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종교에 대한 책을 냈고, 요즘은 종교와 춤이라는 주제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구에 대해서는 지금 출판 준비중인 책 “To Risk Meaning Nothing: Essays on Play and Dancing”이 나오면 자세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의 그의 책 서문을 보면 무용학 전공한 딸내미 내외와 함께 춤 교실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종교학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며 관심 주제를 넓혀가는 학자이다. 그런데, 이런 자유로운 학풍의 소유자는 제자에게는 곤란한 상대일수도 있다. 북미 원주민 전공하는 친구에게 길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는데, 지도교수로 삼기에 .. 2023. 4. 25.
"북미원주민 종교" 서문 중에서 샘 길(Sam Gill)의 >는 오래되었지만(1982년) 아직도 삼빡한 개론서이다. 이렇게 참신한 관점에 입각해서 종교 현상을 서술한 책은 지금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책의 서론에서 인상 깊은 구절들을 좀 옮겨본다.의미심장하게도, 질은 콜럼부스가 서인도에 도착했을 때의 상황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시아로 간다고 믿었던 콜럼부스의 삽질로 만난 사람들. 유럽인들의 세계관에는 새 대륙과 그 사람들을 설명할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무지의 상태에서 인디언이라는 이름만 붙여 놓았을 뿐이다.(인디언이라는 말은 이 책에서 북미원주민으로 대체된다) 그들에 대한 이해는 나아진 것이 별로 없기에, 질은 지금 우리의 상황은 콜럼부스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상기시킨다.오늘날 우리가 “인디언”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 2023. 4. 20.
훌륭한 풍채 없는 예수 이사야 53장은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구약 구절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부분에서 제2이사야가 “고난받는 종”에 대해 예언한다. 이 예언은 기원전후의 메시아 운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후에 사람들이 예수라는 인물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기독교인들은 이 부분을 구약에 있는(즉, 예수 탄생 이전에 이미 하느님에 의해 예고된) 예수에 대한 예언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53장의 앞부분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시작된다. 그는 주 앞에서, 마치 연한 순과 같이, 마른 땅에서 나온 싹과 같이 자라서, 그에게는 고운 모양도 없고, 훌륭한 풍채도 없으니,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모습이 없다. 그는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고, 버림을 받고, 고통을 많이 겪었다. 보르헤스의 중 “.. 2023. 4. 20.
청일전쟁 때 일본 불교 많은 사람들이 종교가 전쟁을 말리지는 않을망정 앞장선다는 비판을 한다. 그런 예는 세계 도처에 수도 없이 깔려있지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이슬람교와 기독교이다. 요즘에는 부시 덕분에, 그리고 보수 개신교단의 집회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기독교의 전범 이미지가 증대되는 것 같다. 친구들 중에는 종교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운 것은 유일신 종교들이 판을 쳐서가 아니냐고 하는 이들도 있다. 불살생의 불교가 받아들여진다면 세상이 조용해 질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선하거나 악한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종교에 있어서의 본질적인 속성을 이야기하는 것에 반대한다. 본질, 속성, 정수.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 심심풀이 이야기에서나 가능한 논의라고 생각한다. 종교와 폭력에 대한 .. 2023. 4. 20.
종은 주인의 돈이다 1850년대, 남아프리카 선교사 콜렌소(John William Colenso)는 줄루족 은기디(William Ngidi)의 도움을 받아 성서를 번역하고 있었다. 그런데 성서를 읽던 은기디는 다음 부분에서 아연실색한다. 어떤 사람이 자기의 남종이나 여종을 몽둥이로 때렸는데, 그 종이 그 자리에서 죽으면, 그는 반드시 형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하루나 이틀을 더 살면, 주인은 형벌을 받지 않는다. 종은 주인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출애굽기 21:20-21) 은기디가 읽은 성서에서는 재산이 “돈”으로 번역되어 있었다. 종을 돈이라고 일컫는 구약의 비인륜적인 태도에 은기디는 항의한다. 콜렌소 선교사는 이해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당시 일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나는 그 지성적인 현지 기독교인과 함께 .. 2023. 4. 20.
영어 잘 하는 목사님 조용기 목사의 신학을 논할 만큼 책을 읽어보거나 설교를 들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에 관련된 글을 좀 보면서 눈에 띄었던 것은 그의 삶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에서 조용기 목사의 인생을 서술한 부분이 있다. 목사님에 대한 존경이 가득한 서술인데, 어린 시절 목사님의 비범함을 내보이는 측면 중 하나는 영어이다. 요즘 어린이 마냥 영어 배울 환경이 주어진 것이 아닌데도 성취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다. 그가 다니던 부산공고에는 미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평소 어학에 뛰어난 재질을 가지고 있던 그에겐 영어를 다 깊이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학교공부를 하면서 틈만 있으면 운동장에 있는 병사들에게 쫓아가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어울렸고, 영어실력은 하루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고등.. 2023. 4. 20.
스테파노스의 종교 스테파노스(Stephanos)라는 그리스식 이름을 가진 한 폴란드인이 1700년대 말 (지금의 남아공에 있는) 케이프 타운에 도착하였다. 그는 원래 용병으로 그 곳에 온 것이었는데, 용병 일이 끝나고 나서는 한 가게에 자리를 구했다. 그는 가게에서 위조 지폐 만드는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위조 사실이 적발되고, 그는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녹슨 못으로 티크 나무로 된 벽을 갉아내고, 나무 부스러기는 자기가 먹고 빈자리에는 빵을 채워넣는 방법으로 감옥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스테파노스는 북쪽으로 가, 런던 선교회(London Mission Society)의 새 선교 본부로 피신한다. 선교사들은 스테파노스가 자기들을 죽을까봐 겁이 나 그를 쫓아냈지만, 기독교인다운 친절로 성경, 고기, .. 2023.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