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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미 죽은 목숨 인류학자 에반스프리차드의 책에 등장하는 ‘살아있으되 죽은 사람’ 이야기. 사회생활에서 나타나는 의례의 강력한 효력에 대한 인상적인 예이다. 사회적 자아의 죽음은 한 개인의 죽음이나 진배없다는 이 이야기는 그리 과장된 것으로 들리지 않아 슬픈 여운을 남긴다. 마을에는 덥수룩한 외모의 우울한 표정의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가트부옥(Gatbuogh)였다. 이 사람은 몇 년 전에 멀리 여행을 나갔다가 오랫동안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마을에 그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마침내 그를 위한 장례식이 치러졌다. 그 후 그가 마을에 돌아왔고 내[에반스프리차드]가 방문할 때에도 마을에 살고 있었다. 그는 ‘조악 인 테그’(joagh in tegh), 즉 살아있는 유령이라고 묘사되었다. 나는 “.. 2023. 4. 26.
그들을 연구하듯이 우리를 연구하는 것 학계에서 솔직한 글을 만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그것은 ‘예의 없음’을 동반하지 않고서는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나는 그런 글에서 좋은 느낌을 받는다. 그것이 내 생각과는 반대일지라도. 세속적인 현대 미국 대학에서 가장 서글픈 사실은 성서에 관한 표준 강좌들이 커리큘럼 중에서 가장 형편없으며 게다가 썩어가는 중이라는 점이다. 무수히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서 성서를 공부함으로써 오히려 신앙을 잃어버린다. 이는 대학의 성서 학자들이 근대 대학에서 확립된 ‘역사비평’ 방법을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인데, 성서연구에 대한 이러한 접근법은 19세기 독일의 자유주의적 프로테스탄트주의에 연원을 두고 있다. …… 대학의 성서 비판가들은 자신들의 방법으로 무장한 채, 수세기에 걸친.. 2023. 4. 26.
뮐러의 '진정한 종교' 막스 뮐러의 글을 읽다보면 신학적인 이상이 존재함을 느낄 수 있다.(예를 들면, , “서문”, “선교에 대해서”) 19세기에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닐지 모르지만, 지금 시각에서 보면 새삼스럽게 느껴지며 선교사들과의 관계에서 유의미하게 작용했으리라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키펜베르크는 막스 뮐러에 대해 서술하면서 이 점을 속시원하게 지적한다. 뮐러는 감각적 지각과 이성적 지각과 더불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능력이 있다고 보았다. 이 능력은, 슐라이어마허가 이미 다룬 바 있는 것으로, 인간으로 하여금 유한한 세계에서 무한성을 지각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해준다. [뮐러에 따르면] 언어의 역사 덕분에 우리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시기로 돌아갈 수 있으며, 여기서 “진정한 종교”(authentic re.. 2023. 4. 26.
좀더 현실적인 개념을 만들었다면... 번역어로서의 ‘종교’라는 단어는 기독교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생겨난 것이다.……메이지 정부가 서구 열강과의 외교 관계를 확립시키려 했을 때……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나 불교, 신도 등을 하나로 다룰 개념이 필요하게 되어 종파라는 의미가 아닌 ‘종교’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때가 1874년(明治7)이다.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 할 사실은 ‘종교’가 기독교나 불교와 같은 제도종교, 즉 이 책에서 말하는 교단종교만을 의미하는 것이지 자연종교를 포함하는 말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일본인이 교단종교의 신자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무종교’라고 말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거침없이 ‘무종교’를 표명한다고 비난받는 것도, 그 원인은 대다수 일본인의 종교 감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종.. 2023. 4. 26.
구조와 역사의 잡음 구조주의는 역사적 변화를 설명하는 데 취약하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심지어 구조기능주의는 사회의 변화보다는 정지된 상태를 설명하는 보수적인 이론이라는 이야기를 수업 시간에 들은 기억도 있다. 그러나 그런 설명은 너무 손쉬운 정리이다. 레비스트로스의 글에서 흥미로운 것은 역사와 구조가 일으키는 긴장이다. 구조는 공시적인 것이지만 통시적인 변화의 와중에 존재하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고려 없는 구조는 맥이 빠진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적 변화, 우연한 사건(event)이 구조 안에 어떻게 포섭되며 어떻게 구조를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레비스트로스 책에 언뜻 등장하지만 눈길을 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서양에서 들어온 물건들이 토템이라는 전통적인 분류체계 내에 배열되는 모습. 두 번째 이야기는 조금 더 .. 2023. 4. 26.
타일러, 애니미즘, 심령술 에드워드 타일러의 (1920[1873])에서는 그 유명한 “최소한의 종교 정의”를 제시한다. 그것은 “영적 존재에 대한 믿음(the belief in Spiritual Beings)이다.”(424) 그는 ‘영에 대한 믿음’을 일컬어 ‘애니미즘’이라고 불렀다. 사실 애니미즘은 간간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표현이다. ‘스피리추얼’(spiritual)한 존재에 대한 믿음이니까 간단히 ‘스피리추얼리즘’(spiritualism)이라고 하면 간명할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고충이 있었다. 스피리추얼리즘(spiritualism)은 19세기 후반부터 유럽에 유행한, 영매를 통해 죽은 자와 교통하는 새로운 종교현상을 지칭하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애니미즘(Animism)이라는 이름 아래 영적 존재에 대.. 2023. 4. 26.
타일러의 귀신론 E. B. Tylor, "demonology," , 9th ed. (New York: C. Scribner's sons, 1878), 7: 60-4. 파일: Taylor_demonology__EB_9th.pdf 인류학자 타일러가 집필한 1878년 "demonology" 항목을 읽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다. "demonology"는 ‘악령숭배’라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이다. 그러나 타일러는 ‘데몬’을 중립적인 의미에서 사용하고 있다. 데몬은 죽은 자의 혼령의 의미로, 사실상 "demonology"는 그가 ‘영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라고 주장한 ‘애니미즘’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용어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종교 일반의 이해를 위한 기초적인 현상으로 다루어진 것이다. (19세기 말에 사용된) "demonol.. 2023. 4. 26.
장터에서 하는 선교 복음이 전해지는 곳: 시장에는 자신의 물건을 멍석 위에 펼쳐놓은 채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서 있는 사람도 있다. 그는 무언가 말할 거리가 있으며, 또 화술도 대단한 사람처럼 보인다.……그는 성경과 소책자 뭉치를 갖고 있는 권서전도사이거나 선교사다.……모든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는 장터에서 이것은 매우 이상한 일로 보일 것이다. 장터에서는 누구나 가능하다면 최대의 이익을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천 명의 사람들이 처음으로 복음에 관해 듣게 되는 곳은 바로 이러한 장터에서이다. (제이콥 로버트 무스, 문무홍 외 옮김, [푸른역사, 2008], 202.) 몇달 전에 “초기 선교사들의 전도활동과 장시”라는 발표를 들었다. 19세기 말에 장시는 전국의 상품 유통을 이어주는 공간인 동시에 문화.. 2023. 4. 26.
18세기말 영국의 종교 논의 다음 논문은 1688~1702년(명예혁명부터 윌리엄 3세 서거까지) 영국에서 있었던 종교(religion)와 타종교(religions)에 대한 논의들을 정리한 글이다. 공고했던 기독교의 위치가 흔들리고 새로운 종교에 대한 정보들이 유입되던 시기에, 영국 지식인들이 종교에 대한 담론을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볼 수 있다. 주장의 내용은 어느 정도 예견되는 것이지만 어떠한 “자료”를 통해 그런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던 글. David Pailin, "British Views on Religion and Religions in the Age of William and Mary," 6-1 (1994): 349-375. [논문파일: Pailin-British_views_on_Religion.pdf ].. 2023. 4. 26.
중세 서양의 종교행위들 중에서 상당히 자극적인 이 사례들이 바이넘 저작의 주요 내용인 것은 아니다. 성찬과 단식과 관련된 성인들의 행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말하는 맥락에서, 다소 극단적인 신체에 대한 혐오가 “없지는 않았음”을 말하는 과정에서 살짝 보여준 사례들일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와는 참으로 다른 중세인들의 감각에 의해 빚어진 기적과 종교행위들은 눈길을 끈다. 이 생경함은 예전에 호이징하의 을 읽으며 느낀 것에 가까운데, 그보다 더 강력하다. 바이념의 다음 책에서 조금 인용해본다. Caroline Walker Bynum, (Berkel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87). 의도적이고도 체계적으로 몸을 괴롭히는 것은 많은 [중세] 수도원 여성들의 매일의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시.. 2023. 4. 26.
소크라테스에게 영적인 신호란? 나는 소크라테스의 글을 그리 많이 읽은 편이 되지 못하지만, 가끔 철학에서 그가 다루어지는 방식에 불편함을 느길 때가 있다. 그는 분명 “철학의 아버지”이다. 하지만 간혹 우리는 그에게서 우리가 생각하는 근대적 철학자 이미지를 추출해내려고 강요하는 때가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그가 갖고 있던 신적인 영역에 대한 존중을 무시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때가 있다. 루이-앙드레 도리옹, 김유석 옮김, (이학사, 2009)에서 그런 걱정에 도움이 되는 구절들을 옮겨 보았다. 소크라테스가 종교적인 차원을 담고 있음에 분명한 이 임무를 근거로 내세울 때마다, 그는 어떤 때는 자신이 신에게 강력한 도움을 제공하며 신에게 봉사하는 중이라고 주장하고( 23b, 30a), 또 어떤 때는 자신이 신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라.. 2023. 4. 26.
종교학사에서 매럿에 대한 평가 20세기 초 종교학사에는 “Robert Ranulph Marett”이라는 인류학자가 있었다. 종교학사 책에서 ‘마레트’라는 이름으로 주로 번역되어온 이름인데,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한 이 학자의 이름은 좀더 버터 발린 발음으로 표기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글브리태니커와 국어사전에 실린 대로 “매럿”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자신이 없어 "국립국어원"을 검색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외래어표기법 규정이 있음을 찾을 수 있었다. 어느 표기나 장단이 있겠지만, 규정대로 따르기로 하였다. Marett 「명」『인』 영국의 인류학자(1866~1943). 우리말 표기: 매럿(O), 마랏(X), 마레트(X), 마렛(X), 마렛트(X)] 사실 이 학자는 지나가면서 언급된 적은 있어도 자체.. 2023. 4. 26.
골목길의 언어 저자의 고집스러움이 잔뜩 묻어 있는 이런 책이 좋다. 임석재의 (북하우스, 2006)은 욕 들어먹기 딱 좋은 책이다. 그것은 저자가 책 처음부터 끝까지 주의를 하고 있는 “막연한 낭만주의와 철부지 감상주의”라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것이 얼핏 보면 소위 달동네라는 지역을 누비며 사진을 찍고 골목길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 책에 대한 대부분의 어른들의 반사적인 반응일 것이다. 저자가 조사하러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도 그런 것이었으리라. 책에도 재개발이 되지 않고 골목길로 남아있는 것을 한스러워 하는 주민들의 반응이 적지 않게 담겨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굴하지 않고 그 자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간에 대한 살뜰한 애정을 담아낸다. 공간에 대한 애정은 미학적인 것인 동시에 가장 효율적인.. 2023. 4. 26.
그리피스의 일본종교 서술중에서 메모 그리피스(Griffis, William Elliot)는 서양인들의 한국 이미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 을 저술한 목사이다.(위키 항목) 그는 일본에서 집필활동을 하였는데, 그의 주전공영역은 한국이라기보다는 일본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한국 이해는 일본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즉 서구인으로서 일본이라는 동양국가를 이해할 때 적용되었던 이해의 틀이 한국에 적용되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에서 찾아본 몇 구절들. 이 책은 한국에 대한 저술들이 나온 이후 집필된 것이어서 한국에 대한 이해가 일본 이해에 영향을 준 것인지, 일본 이해가 한국에 영향을 준 것인지를 따지는 것은 좀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 Griffis, William Elliot, T.. 2023. 4. 26.
선교사 존스의 1902년 크리스마스 스케치 선교사 존스(George Heber Jones)의 자료를 뒤지던 중 그가 한국 크리스마스에 대해 기록한 짧은 글을 발견. George Heber Jones, "Christmas among the Koreans," Korea Review 2-2 (Feb., 1902). 1902년의 글로, 짧지만 당시 풍경에 대한 중요한 관찰들을 담고 있다. 그는 한국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벌써 자리잡았음을 이야기한다. 그는 한국에서 트리로 사용되는 소나무에 장수(長壽)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영생(永生)의 약속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덧붙이기까지 한다. 한국 초기 크리스마스의 특징적인 장식인 등불(lantern)에 대한 언급도 중요하다. 집집마다 등불을 하나씩 장만하여 교회 입구에 열지어 장식하는 모습은 불교에서 .. 2023.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