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뮐러의 '진정한 종교'

by 방가房家 2023. 4. 26.

막스 뮐러의 글을 읽다보면 신학적인 이상이 존재함을 느낄 수 있다.(예를 들면, <종교학으로의 초대>, <독일인 작업장의 글조각들> “서문”, “선교에 대해서”) 19세기에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닐지 모르지만, 지금 시각에서 보면 새삼스럽게 느껴지며 선교사들과의 관계에서 유의미하게 작용했으리라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키펜베르크는 막스 뮐러에 대해 서술하면서 이 점을 속시원하게 지적한다.

뮐러는 감각적 지각과 이성적 지각과 더불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능력이 있다고 보았다. 이 능력은, 슐라이어마허가 이미 다룬 바 있는 것으로, 인간으로 하여금 유한한 세계에서 무한성을 지각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해준다. [뮐러에 따르면] 언어의 역사 덕분에 우리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시기로 돌아갈 수 있으며, 여기서 “진정한 종교”(authentic religion)의 요소들을 알아낼 수 있다. 진정한 종교는 하느님에 대한 직관적인 인식, 의존의 감정, 세계 내의 하느님의 역할에 대한 믿음, 선과 악의 구분, 그리고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종교를 묘사할 때면, 문헌학자 뮐러는 설교자이자 신학자가 된다.
(Hans G. Kippenberg, <<Discovering Religious History in the Modern Age)>>[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2], 42)

키펜베르크는 ‘유한자에 의한 무한자의 감각’이라는 뮐러의 종교 관념이 ‘외부의 감각 세계로부터의 계시’를 강조하는 독일 신비주의 전통의 소산임으로 지적한다. 그러고 나서 그는 다음과 같이 준엄한 평가를 내린다. “이러한 문헌학적이고 심지어는 신학적이기도 한 관점으로 인해 뮐러의 종교학 작업이 신뢰를 잃어갔고 그의 신화 이론이 몰락을 재촉하게 되었다는 점은 이내 분명해졌다.”(43)
키펜베르크의 뮐러 서술의 중심은 뮐러의 종교학이 당대에 대한 문화비평적인 이상을 갖고 추진되었음을 밝히는 데 있다. 그럼에도 그 이상이 갖고 있는(사실 가질 수밖에 없는) 신학적 전제에 대해서 지적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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