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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메모

타일러, 애니미즘, 심령술

by 방가房家 2023. 4. 26.

에드워드 타일러의 <<원시 문화(Primitive Culture>>(1920[1873])에서는 그 유명한 “최소한의 종교 정의”를 제시한다. 그것은 “영적 존재에 대한 믿음(the belief in Spiritual Beings)이다.”(424)
그는 ‘영에 대한 믿음’을 일컬어 ‘애니미즘’이라고 불렀다. 사실 애니미즘은 간간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표현이다. ‘스피리추얼’(spiritual)한 존재에 대한 믿음이니까 간단히 ‘스피리추얼리즘’(spiritualism)이라고 하면 간명할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고충이 있었다. 스피리추얼리즘(spiritualism)은 19세기 후반부터 유럽에 유행한, 영매를 통해 죽은 자와 교통하는 새로운 종교현상을 지칭하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애니미즘(Animism)이라는 이름 아래 영적 존재에 대한 뿌리 깊은 교리를 조사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교리는 유물론적 철학과 반대되는 영적인 철학의 본질을 구체화한다.……스피리추얼리즘(spiritualism)이라는 말이 일반적인 의미로 사용될 수 있고 가끔 그렇게 사용되기도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볼 때는 분명히 결함이 있다. 이 말은 특정한 현대의 종파[심령술]에 대한 지칭이 되어버려서 세계적으로 확장해서 이러한 관점을 특별히 대표할 수 없기 때문이다.”(425-26)


타일러 책에서 종교정의를 제시하는 부분:
Tylor, Edward Burnett, <<Primitive Culture: Researches into the Development of Mythology, Philosophy, Religion, Language, Art, and Custom>> (6th ed., London: Murray, 1920), 1: 424-29. 파일:Taylor_animism__PC_a.pdf


타일러는 이런 식으로 심령술(spiritualism)이라는 용어를 배제하기는 하였지만, 당시 유행한 심령슬과 타일러 사이의 관계를 말해주는 논문이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이 논문에서는 타일러의 일기를 통해서 그가 당시의 심령술 모임에 참석해서 경험한 내용을 분석한다. 공식적으로 타일러는 심령술을 원시종교의 잔재 정도로 격하하지만, 일기에서는 비난하는 태도보다는 현상에 관심을 갖고 그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학문적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은 현상을 만났을 때의 당혹스러움도 어느 정도 나타난다고 생각된다. 학자로서의 타일러와는 다른 모습을 엿보게 되어 흥미로운 대목이다.
George W. Stocking Jr., "Animism in Theory and Practice: E. B. Tylor's Unpublished 'Notes on Spiritualism'," <<Man>> 6-1 (Mar., 1971): 88-104. 파일: stocking_animism_spiritualism.pdf

나는 애니미즘이라는 그의 용어에는 심령술이라는 당대 종교현상과의 만남이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심령술의 경험과, 망자의 혼인 ‘스피릿’ 개념을 종교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으로 규정한 그의 이론이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잔존물’이라고 절하학기는 했지만, 그 역시 원시현상과 당대 현상 간의 연속성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일기 내용이 그러한 영향 관계를 선명히 보여준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이 논문에서 제공된 일기 내용은 그런 가능성을 제시하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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