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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의 귀신론

by 방가房家 2023. 4. 26.

E. B. Tylor, "demonology," <<Encyclopaedia Britannica>>, 9th ed. (New York: C. Scribner's sons, 1878), 7: 60-4. 파일: Taylor_demonology__EB_9th.pdf

인류학자 타일러가 집필한 1878년 "demonology" 항목을 읽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다.
"demonology"는 ‘악령숭배’라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이다. 그러나 타일러는 ‘데몬’을 중립적인 의미에서 사용하고 있다. 데몬은 죽은 자의 혼령의 의미로, 사실상 "demonology"는 그가 ‘영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라고 주장한 ‘애니미즘’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용어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종교 일반의 이해를 위한 기초적인 현상으로 다루어진 것이다. (19세기 말에 사용된) "demonology"의 올바른 번역은 ‘악령숭배’가 아니라 '귀신론'임을 알게 되었다.

“세계 종교들에서는 일반적으로 영적 존재들의 체계를 인식한다. 이들은 지배적인 신격들의 지위 아래 존재하며, 살아있는 사람들과 일상사에 특히 관계된다는 점에서 요정과 님프와 같은 자연정령(nature-spirit)들과는 구분된다. 흔히 사자(死者)의 망령(亡靈, ghost)라고 스스로를 간주하는 이들이 바로 데몬(demon)이다.”(60)


그는 기독교에서 이 용어가 악의적인 신격에 관한 의미로 좁게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학문적 술어로서는 선악을 넘어선 넓은 의미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좁은 의미의 정의가 기독교 신학에 도입되었다. 기독교 신학에서는 선한 데몬과 수호 정령(genius)가 일반적으로 선한 ‘천사’라는 일반적 개념으로 통합된 반면에, 데몬이라는 용어는 악한 정령 혹은 ‘악마(devils)’를 뜻하는 것으로 전용(轉用)되었다. [그러나] 학문적인 용도를 위해서는 더 넓은 의미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60)

우리나라 종교에 대한 19세기 말 기록에서도 ‘귀신’을 가리키는 용어로 'demon'이 등장한다. 이사벨라 비숍의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에서 샤머니즘의 다른 표현으로 'demonism'이라고 했고, 로웰의 <<내 기억 속의 조선, 조선 사람들>>에서는 'demon worship'이라고 표현한다. 이 표현들은 물론 기독교적인 평가로서 사용된 것이 아니라 당시의 인류학적인 술어를 반영한 것이다.
타일러의 항목 서술을 읽어보아도 우리나라 귀신 관념과 일치하는 속성들이 많이 서술되어 있다. 데몬을 망자의 영이라고 본 점, 병을 데몬의 책임으로 보는 일이 많다는 점, 병고침을 위해 축귀 의례가 행해진다는 점, 무당이 접신하여 망자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례들이 많은 점(타일러는 이것을 복화술을 사용한 사기라고 설명하지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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