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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관하여 사진에 대한 글을 쓰고 나서 이 책을 읽으니 문장들이 머리에 쏙쏙 박힌다. 사진들을 보면서 희미하게 떠올랐던 생각들이 간결하고 정확한 언어로 잘 정리되어 있다. 사진에 관한 글에서 인용하고 싶은, 하지만 약간은 소화를 거쳐야 할 문장들을 기록해 놓는다. 수전 손택, 이재원 옮김, (이후, 2005)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새로 가르쳐준 사진은 무엇이 볼 만한 가치가 있는가, 우리에게 관찰할 권리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 등을 둘러싼 관념 자체도 바꿔버렸고, 더 넓혀줬다.”(17) “사진을 수집한다는 것은 세계를 수집한다는 것이다.”(18)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에 찍힌 대상을 전유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과 세계가 특정한 관계를 맺도록 만드는 것인데, 이 과정을 통해서 마치 자기가 어떤 지식을.. 2023. 5. 1.
근대적 천국관 콜린 맥다넬 등의 에서, 18세기 중반 이후 변화된 근대의 천국관의 특성을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한다. 이 시기 기독교 내세관의 변화는 여러 자료를 통해 추적할 수 있지만, 저자가 제시한 가장 선명하면서도 선도적인 사례는 스베덴보리의 이다.(그의 주요 저작들이 최근에 상당수 번역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특징들을 통해서 우리가 천국에 대해 상상하는 방식이 이 시기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저자는 근대 천국관은 20세기 후반 이후 쇠퇴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한다.) 콜린 맥다넬 & 베른하르트 랑, 고진옥 옮김, (동연, 1998), 402-79. (1) 이 세상과 천국 사이에는 얇은 휘장이 하나 드리워져 있을 뿐이며, 의로운 사람들은 죽음과 동시에 천국에 살게 된다. 사후에 최후의 심.. 2023. 5. 1.
"감사합니다, 한국" 이케다 다이사쿠, (조선뉴스프레스, 2012). 한국불교계에서는 SGI에 ‘왜색불교’라는 레테르를 붙이는 경우도 있지만, 정작 이 단체가 갖고 있는 한국에 대한 태도는 일본 종교로서는 독특한 것 같다. 이케다 회장의 이 책에서 한국에 대한 애정은 잘 드러난다.(아직 다른 책이나 글은 보지 못했음) 한 구절을 인용하면 이렇다. “한국은 일본에게 ‘문화대은’의 ‘형님의 나라’입니다. 또 ‘스승의 나라’입니다. 일본은 그 대은을 짓밟고 귀국을 침략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영원히 귀국에 속죄할 것입니다.”(54) 이케다 회장의 이런 발언은 립서비스를 넘어서는 것으로 느껴진다. 적어도 구체적인 사례들을 언급하며 한국과의 우호를 도모하는 그의 성실성만은 틀림없이 드러난다. 홋카이도와 울릉도 간의 행사에서 울릉도의 .. 2023. 5. 1.
‘천天’의 다의성과 천인 관계의 다양성 [현대 학자들은] ‘천’에 대해 인격신, 자연의 이법 외적인 ‘천’이라는 분류를 시도하고 있다.……후세에 서양 사상과의 교류 속에서 ‘천’이 기독교의 ‘God’의 번역어나 신이 소재하는 ‘Heaven’의 번역어로 사용되게 된 것도 이러한 다의성을 생각하면 잘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상의 다의성은 ‘천’이라는 말에 의해 지시된 대상 쪽에서 어떤 것이 보이고 있느냐 하는 그 차이와 관계가 있다. 이에 대해 (1) ‘천’이 어떻게 인간과 관계를 맺고 있는가, 즉 ‘천’과 인간이 ‘천명’이라는 형태로 직접적으로 교류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자연의 질서나 변화, 혹은 인위적인 제도를 매개로 하여 간접적으로 관계하고 있는가, 또 (2) ‘천명’이라고 할 경우 그것은 주로 인간 생활의 어떤 분야와 관계하고 .. 2023. 4. 30.
차라리 기독교인이 없는 지옥으로 가겠다 신대륙에서 스페인 식민지배자들이 원주민들을 상대로 벌인 비인간적 행위를 고발한 바르톨로메 데 라스 카사스 신부의 소책자가 (북스페인, 2007, 아쉽게도 현재 절판 중)로 번역되어 있다. 자극적인 것에 단련된 현대 독자들에게도 섬뜩한 내용들로 가득한 책이다. 아메리카 각 지역에서 얼마나 죽였고 어떻게 죽였는지에 대한 정보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그 디테일들은 여기 옮기기 싫을 정도로 끔찍하다. (더 끔찍한 건 책 중간을 읽다가 내가 졸았다는 것. 끔찍한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다 지쳐버린 걸까? 잔인함에 무감각해져버린 내 자신에 놀란 순간이었다.) 국내 번역본에서 약간 궁금했던 것은 이 책을 유명하게 해준 도판을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아마 역자가 사용한 원본에 도판이 없었기 때문에 굳이 후대의 판본을 .. 2023. 4. 30.
문화를 통한 종교 읽기 내 설명이 허술한 탓이겠지만, 문화로서 종교를 다루는 것이 만만치 않음을 새삼 느낀다. 요즘 하고 있는 ‘종교와 영화’ 강의 첫머리에서 나는 종교는 인간의 상상력이 발휘되는 전통적인 영역이고 영화는 상상력이 발휘되는 현대의 영역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늘 하던 이야기였고 상당히 소박한 차원의, 별 어려울 것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내용인데, 의외로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종교를 인간의 상상력과 연결한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았던 모양이다. 내가 속한 집단 내에선 당연한 말이 사회적으로는 그렇지 않음을 일깨워주는 것이 강의(특히 교양)이다. 문화(즉 인간이 만든 것)로서 종교를 다루는 학문적 전통을 일구는 일이 종교학 내외로 얼마나 지난한 일이었는지를 생각해보게.. 2023. 4. 30.
프로이트 말년의 주제 피터 게이의 프로이트 평전은 삶과 저술이 촘촘히 얽힌 거장의 세계로 독자를 불러들인다. 이 황홀한 초대의 내용을 쉽게 요약되지 않는다. 다만 종교에 관련된 내용 하나만을 메모해둔다. 이 책에는 프로이트 말년의 문제작 의 저술 과정과 맥락이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다. 전에 그 책을 읽었을 때는 괴이한 책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제 그 책이 프로이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는 그 책이 “프로이트의 작업 전체를 보자면 약간 괴짜”이며 “역사소설”에 가까운 점이 많다고 냉정하게 평가한다.(527) 그럼에도 모세라는 주제(“유대인은 모세라는 인간의 창조물이다”)는 프로이트가 말년에 강박적으로 집중한 주제이며, 그런 주제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많은 것들, 또 옹호 불가능한 많.. 2023. 4. 30.
종교 호러 영화가 먹고 사는 것 아래 인용문은 종교 관련 호러영화에 관한 것이지만, 사실 종교에 관련된 영화 일반을 접하면서 많이 느끼던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종교에 대해 잘 모른다. (아래 글에서는 자기 종교에 대해서만 안다고 얌전하게 말하지만 사실 자신의 전통에 대한 무지도 덜하지 않다.) 그래서 영화에서 심각한 척하면서 종교에 대해 뭐라 뭐라 말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순전히 허구가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고, 약간의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지어낸 이야기라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가 지어낸 것인지 분간하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를 기독교의 숨겨진 비밀을 폭로하는 영화로 받아들이기도 했고, 역시 잘 모르는 기독교인들은 이 영화에 대해 “분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영화는 종교.. 2023. 4. 30.
예수 영화 제작의 문화적 맥락 다음 인용문에서는 텍스트가 제작된 시대적, 문화적 맥락이 예수 영화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설명된다. 예들이 디테일하다. 신경 쓰지 않으면, 그리고 상당한 감각이 없으면 흘려버릴 내용들이다. 이런 부분들도 찾아보고 확인해야 할 숙제로 내게 주어진 내용. (아래는 의 마지막 식사 장면) 예수 영화들이 우리의 문화적 경험에 의존하며 그에 대해 직접적으로 발언한다는 사실은 영화들에서 잘 알려진 문화적 생산물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언급이 많다는 점에서 분명해진다. 영의 에서 요셉은 어린 예수와 사촌 요한(미래의 세례자 요한)을 데리고 처음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한다. 도시가 시야에 들어왔을 때 요셉은 성전을 가리키며 이렇게 소리친다. “예수야, 요한아, 우리는 더 이상 나사렛에 있는 것이 아니란다.” 시청자들은 이것.. 2023. 4. 30.
예수 영화 제작과 자료의 사용 영화 가 큰 호응을 받았을 때, 가장 흔한 긍정적인 평가는 예수님의 삶을 눈앞에 “있는 그대로” 재현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서에 대한 조금의 상식만 있다면 ‘사실 그대로는’ 허구적인 표현임을 알 것이다. 수천 종의 예수 영화들이 제작되었고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예수 생애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신앙적인 관점을 갖지 않는 사람이 이런 영화를 감상할 때(물론 이것이 다수의 경우는 아니지만), 관람의 포인트는 얼마나 있는 그대로 만들었냐가 아니다. 진짜 핵심은 우리에게 주어진 소량의, 그러면서도 통일되지 않은 자료들(즉 신약의 복음서)을 어떻게 선택하고 조합하고 덧붙이고 창조적 해석을 가미하였는가이다. 다른 말로, 우리가 아는 그 텍스트를 갖고 얼마나 변주하였는가가 될 것이다... 2023. 4. 30.
흐름으로 정의된 종교 “종교들은 유기체의 흐름과 문화의 흐름의 만남confluence으로, 인간적인 힘과 초인간적인 힘을 이용하여 거처를 만들고make homes 경계를 가로지름cross boundaries으로써 즐거움을 북돋고 고통을 감내할 수 있게 해준다.” Thomas A. Tweed,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2006), 54. 종교학에서 최근에 시도된 종교 정의 중 하나이다. 종교를 정의한다는 것 자체가 이론적으로 해명해야 할 큰 쟁점이 되는 시대이다 보니 이런 작업이 쉽지 않다. 연구자의 태도에 따라 종교에 대한 시각은 달라지기 마련이고, 그 시각을 반영하는 새로운 정의가 연구에 따라 달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기본적인 입장. 위의 정의는 현대사회에서 크게 부각되.. 2023. 4. 30.
물질적 측면을 논하는 것 [브루스 링컨의 종교학 방법론 테제 제3항] 종교학history of religions은 자신이 연구하는 담론의 방향성에 저항하고 그것을 뒤집는 담론이다. 학과 명칭이 뜻하는 바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종교학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특성을 영원하고 초월적이고 영적이고 신적인 것이라고 표상하는 담론, 실천, 공동체, 제도들에 대하여 그것들의 시간적, 상황적, 위치적, 이해관계의, 인간적, 물질적 측면을 논하자고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Bruce Lincoln,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2), 1. 원래는 1995년에 발표된 내용) 종교가 지향하는 바와 종교학이 지향하는 바는 다르다. 다르다는 것은 온건한 표현이고 사실은 반대될 때가 많다. 종교인들이 강조하고 높이 여기는.. 2023. 4. 30.
역설을 품고 있는 근본주의 잘 정리된 배덕만 선생의 책을 읽다가 인상적인 인용문을 발견하였다. 마스덴이 근본주의의 속성에 대해 설명한 대목이다. 근본주의는 역설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은 난폭한 논쟁주의와, 영향력과 효과적인 전도를 위해 꼭 필요한 수용적 태도 사이에서 찢겨 있다. 흔히 그것은 내세적이고 사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강력한 애국주의와 국가의 도덕적 정치적 복지에 대한 관심을 보유하고 있다. 근본주의는 개인주의적이지만, 강력한 공동체들을 만들어낸다. 근본주의는 어떤 의미에서는 반지성적이지만, 올바른 사고와 참된 교육을 강조한다. 근본주의는 주관성에 대한 부흥사들의 호소를 강조하지만, 인식론적 차원에서는 합리적이고 귀납적인 경우가 많다. 근본주의는 한 고대의 문헌에서 비롯한 기독교이지만, 또한 기술문명의 시대에 형성된.. 2023. 4. 30.
미국의 비종교인 Phil Zuckerman, (Oxford University Press, 2012). 저자가 인터뷰한 87명 중에서 골라 소개한 사례들이 알맹이라고 생각되는데, 나는 시간상 껍데기에 해당하는 서론과 결론만 참고하였다. 다음은 책에서 얻은 몇 가지 내용들. 1. ‘종교 이탈’(apostasy)의 유형론 간단해 보이지만 의미가 있는 분류 (1) 초기 종교이탈/후기 종교이탈(early/late): 초기 이탈은 종교적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이 사춘기 이후 지적 성숙이 이루어짐에 따라 어릴 적 종교를 떠나는 경우이다. 비종교인의 다수를 차지한다. 후기 이탈은 성인이 되어 자신이 선택한 종교를 떠나는 경우이다. 수적으로는 적다. (2) 표면적 종교이탈/심층적 종교이탈(shallow/deep): 가벼운 이탈은 몸.. 2023. 4. 30.
신선 존재에 대한 논증 도교의 대표적인 텍스트인 갈홍의 에서 전형적인 호교론의 논리를 만났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믿음을 확립하려고 하는 종교의 논리는 참으로 닮았다. 갈홍의 논리는 멀리는 신 존재에 대한 많은 논변들, 가까이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산타클로스는 존재한단다.”라는 논변에 이르는 여러 호교론들과 표현 하나하나까지 놀랄 정도로 닮아 있다. 내가 이 텍스트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다음 책 덕분이며 인용도 이 책에서 한 것이다. 이용주, (이학사, 2003). 여기서 갈홍은 신선神仙의 존재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을 논박하고자 한다. 직접 눈앞에서 증명할 수는 없지만 존재하는 중요한 그 무엇이 있다는 논리이다. 참된 진리를 이해하는 사람들만이 갖가지 방법을 심험하고 검토하여 참으로 신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 2023.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