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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함과 위험> 후반부 읽기 Mary Douglas, Purity and Danger 6-10 6. 권력과 위험 무질서는 질서를 위협하지만 질서를 생성하는 잠재력을 지니기도 한다. 체계 질서 내에서 유형화된 형태로 작동하는 힘이 있는가하면, 외적 경계 바깥에서 체계화되지 않은, 제어되지 않는, 승인되지 않은, 의식화되지 않은, 무형의 힘이 작동하기도 한다. 이 장에서는 사회의 경계에 의해 설정되는 힘의 관계, 즉 권력과 위험이 의례적 맥락에서 어떻게 나타나며 금기와는 어떤 관계를 갖는지가 다루어진다. 더러움은 통과 의례의 격리 단계에 있는 신참자들, 주변(margin)에 위치한 사람들의 상징적 의미에 상응한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고 했다. 사회 체계 바깥에 존재하는 규정되지 않은 힘, 즉 위험을 어떻게 서.. 2023. 5. 3.
<깨끗함과 위험>(전반부) 읽기 예전에 메리 더글러스의 (Purity and Danger) 앞부분(1-3장)을 읽고 수업시간에 발표를 해야했던 일이 있었다. 그땐 책을 내 삶의 경험에 견주어보려고 무지하게 노력하던 시기였다. 책을 읽으며 제일감으로 떠오른 것은 이젠 사회적으로 잊혀진 경험이 되어버린 방위 시절이었고, 그것이 발표문의 처음이 되었다. 당시 내 머리 속에 있던 건 모두 집어넣으려 애쓴, 꽤 혼란스러운 발표였다. 당시 발표문에선 더글러스와 리치의 차이점을 부각시키려 애썼는데, 지금 보기에 그리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3.1부터의 내용은 무효에 가깝다. 1.1 위험한 방위 방위병은, 불쾌한 존재이다. 그것은 방위가 분류체계 상에서 경계에 위치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방위는 '군인/민간인'의 분류체계 내에서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 2023. 5. 3.
어둠 속의 고양이, 짖는 개, 수레, 칼 종교학자 웬디 도니거의 책을 다시 읽으면서, 이 할머니 글을 너무 잘 쓴다는 생각을 했다. 전에 읽을 땐 좀 능글능글 눙치는 어투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이번에 보니 쉽게 썰 풀듯이 하면서도 빈틈이 없다. 나는 이 학자의 입장에 찬성하는 쪽이 아니기 때문에 다소 삐딱한 시선으로 글을 읽었는데도, 딱히 흠 잡아낼만한 구석이 없었다. 만만치 않은 내용인데 참 쉬운 말로 쓴다. 일상적인 표현과 이야기들, 그리고 문학과 각종 신화에서 가져온 이야기들로 포스트모던 비평의 주제들까지 다 소화해내고 또 방어한다. 일상으로부터 길어올린 글쓰기와 학문하기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 내가 알기로 종교학자 중 이런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종교학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꿈을 탐사하는 엘리아데 식의 로망은 사라졌다고 .. 2023. 5. 3.
유골/사리(relic) “유골/사리”(relic) Gregory Schopen, Critical Terms for Religious Studies 14장 영어 "relic"은 라틴어 "relinquere"(남기다)에서 유래한다. 유골은 ‘뒤에 남은 것’이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사리(舍利)의 산스크리트 어원은 몸이라는 의미의 "saria"(복수형 "sariani"가 사리를 의미함), 혹은 구성 요소, 근본 물질이라는 의미의 "dhatu"이다. 어원에서 동서양의 죽음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나지만, 유골/사리에 대해서 말해진 것과 사람들이 행한 것은 비슷하다. 종교개혁자들은 유골에 대해 적대적이었다. 칼뱅의 글("An Admonition Showing the Advantages Which Christendom Might Derive.. 2023. 5. 3.
Religion, Religions, Religious Religion, Religions, Religious 거시적인 안목으로 인류의 종교사를 조망하면 우리는 비교적 선명하게 ‘종교의 역사적 변천’을 기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종교라고 일컬을 수 있는 것이 따로 있지 않은 채 ‘종교적’이었던 시대, 종교라는 것이 구분될 수 있는 문화로 등장하면서 각기 개개 종교들이 자신의 절대성을 당해 문화권 안에서 규범적인 것으로 발휘하던 ‘종교’의 시대, 문화권의 단절이 소통 가능하게 열려지면서 하나의 문화권 안에 여러 종교들이 공존할 수밖에 없게 된 ‘종교들’의 시대, 그리고 삶의 모든 양태들이 스스로 의미있고 가치있는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지면서 특별히 종교라는 전승된 문화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 자체를 ‘종교적’이라고 읽어야 비로소 삶의 모습이 묘사될 수 있.. 2023. 5. 3.
“여기”의 종교, “저기”의 종교, “어디에나”의 종교 Jonathan Smith, "Here, There, and Anywhere," Relating Religion. 발제문. “여기”의 종교, “저기”의 종교, “어디에나”의 종교 고대 후기의 지중해 연안 종교들의 지형을 서술하기 위한 유형론을 제시하는 글이다. “여기”(here)의 종교, “저기”(there)의 종교, “어디에나”(anywhere)의 종교라는 세 유형인데, 고대 후기 이 지역의 특징은 어디에나의 종교가 확산되면서 두드러진 유형이 되었다는 점이다. 1. 여기의 종교: 가정 종교 여기의 종교는 가정 종교(domestic religion)로, 가정과 매장지에 주로 근거를 둔다. 가족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이다. 연속성에 대한 위협으로는, 첫째, 전쟁, 질병, 재난, 귀신의 공.. 2023. 5. 3.
고린도전서, KIN Jonathan Smith, "Re: Corinthians," Relating Religion. 의 발제문 Translation 파푸아 뉴기니 앗발민 사람들은 197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하게 기독교로 개종하였다. 그러나 기독교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전통 종교들과 긴밀히 얽혀있는 앗발민 사회의 일상생활을 버릴 수는 없는 일: “기독교 개종에도 불구하고, 여기 사람들은 통상 고유의 사회 종교적 관계들의 역사에 의해 구성된 주거지, 경계, 혈통 집단이라는 토착 지형 속에 자리잡고 사는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인식의 지형 위에서 기독교를 해석하는 상황에서, 여러 선교 사례들에서 쟁점이 되는 “번역”의 문제가 대두된다. (주41번 참조) 1980년대 이 지역을 강타한 두 종교 운동들--기독교 부흥운동과 하물 숭.. 2023. 5. 3.
미국의 종교 음식 Nora L. Rubel, “Food,” S. Brent Plate (ed.), , London: Bloomsbury, 2015. 1. “이브가 금지된 과일을 먹었을 때 죄가 이 세상에 들어왔다. 기독교인이 성찬대(聖餐臺)에서 하는 의식 중에 하느님을 먹을 때 구원이 온다.” 많은 기독교인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있는 은혜로운 식사를 매주 재연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영성체(wafer)와 포도주를, 어떤 이[개신교인]는 원더브레드와 웰치 포도 주스를 먹을 것이다.(96) 2. 음식은 실질적으로 종교 집단 내에서 돈을 끌어모으는 역할(fundraiser)을 할 때가 많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톨릭 교구의 스파게티 파티나 네이션 오브 이슬람(Nation of Islam)의 빈파이(bea.. 2023. 5. 2.
석마를 탄 앨리스 아래는 1905년에 대한제국을 방문해 수잔 손택의 후임으로 1년간 황실 ‘서양전례관’으로 일했던 독일 여인 크뢰거가 쓴 조선견문기이다. 1909년 독일에서 출판된 이 책이 논란이 된 것은 아래 내용 때문이다. 여기서 묘사된 앨리스의 행위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엘리스의 남편 롱위즈가 뉴욕타임즈를 통해 책 내용이 허위이고 크뢰벨은 거짓말쟁이라고 언플을 했다. 진위여부는 논란으로 남아있었지만, 최근에 코넬도서관에서 사진기자 월러드 스트레이트의 사진이 발간되면서 사실이 입증되었다. 철없는 여성의 해맑은 모습이 전해지는 사진이다. 문제가 되는 행위가 일어난 곳은 명성황후의 묘소(1919년 현재의 홍릉으로 옮겨졌지만, 1905년에는 청량리의 숭인원 자리였음)였다. 갑자기 뿌옇게 먼지가 일더니, 위세 당당하게 말을 .. 2023. 5. 2.
스타(Starr)의 의상 프레더릭 스타(Frederick Starr)는 1891년부터 31년간 시카고대학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한 인물로, 말년에는 일본에서 주로 연구하였다. 한국에도 관심이 많아 1910년대에 네 차례에 걸쳐 방문하였고 “Korean Buddhism”이라는 저서를 남겼다. 그는 일본에 거주하는 동안 미국 대학교수로서 명망 높은 인물이었다. 정치계, 학계를 비롯해 많은 인물과 교류하였고, 그 영향력은 한국 방문에도 활용되었던 것 같다. 다음 글에서 그의 의상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요약, 인용하겠다. Robert Oppenheim, “‘The West’ and the Anthropology of Other People's Colonialism: Frederick Starr in Korea, 1911–1930,” 64-.. 2023. 5. 2.
가스펠, 영가, 블루스 가스펠 송과 흑인 영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일단 가사의 내용이 다습니다. 흑인 영가는 죽음으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천국에 갈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이 주요 관심사입니다. 또 노래를 부르며 천국을 상상하고 현실의 고통을 잊으려 노력했습니다. 반면에 가스펠 송 가수들은 슬픔과 괴로움이 표현된 노랫말을 신앙의 환희를 실어 불렀습니다. 가스펠 송은 노래하면서 내면의 기쁨이 솟구치도록 만드는 창조적인 노래입니다. 그러므로 곡조도 리드미컬하고 격렬합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도취되고 환희를 느낀다는 점에서 가스펠 송은 링 샤우트(ring shout)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124) 음악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블루스와 가스펠 송의 가사는 완전히 다릅니다. 노랫말만 본다면 블루스는 ‘악.. 2023. 5. 2.
종교의 노이로제 세속과 종교가 미신의 제거를 위해 협력하는 관계로 설정되어 있지만, 종교는 끊임없이 세속으로부터 미신의 출처를 마련해준다는 혐의를 받게 된다. 특히 이미 기득권을 획득한 세계종교가 아닐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사이비종교는 미신으로부터 자양분을 받는다.……미신은 전염병과 같다. 언제 어디에나 있고, 항상 잠입 태세를 갖추고 있어서 경계를 늦출 수 없다. 그래서 종교는 늘 미신의 영역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노이로제’ 상태에 처해 있다.……백백교는 최악의 ‘스캔들 메이커’로서 그 위험성을 알려주는 신호등 역할을 하고 있다. 장석만, “1937년 백백교 사건의 의미”, (모시는사람들, 2017), 276-277. 한국 사회에서 백백교와 그 후예들이 계속 호출되는 이유를 선명하게 설명한 글. 종교와 미신이라는 .. 2023. 5. 2.
강남의 종교와 강북의 종교 서울의 종교인구 분포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자료. 기본 데이터는 서울서베이에서 제공되며, 2015년 자료를 정리한 내용이 (나남, 2017), 108-109에 나와 기록해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강남이 종교인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 강남구와 은평구의 대비가 선명하다. 표본이 충분치 않아서 일수도 있지만, 대형교회들이 많은 강남권의 종교 인구 비율이 높은 것은 뚜렷한 추세이고, 서울 다른 지역과의 차이가 상당함은 부정할 수 없다. 또 은평, 도봉, 동대문, 관악과 같은 30%대의 종교인구를 가진 지역의 종교문화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더 확인하고 설명할 것이 많은 자료이다. 2023. 5. 2.
동묘의 똑딱시계(?) "여행객은 이곳저곳에서 수호신의 형상을 종이에 그려 내부에 걸어놓은 작은 오두막을 보게 된다. 벽에는 한글과 한자로 적힌 기도문이 적혀 있는데, 그 내용은 “1년 360날 모든 아픔과 질병, 불운에서 구해 주십시오”라고 간청하는 것이다. 간간이 더 커다란 건물이 보이는데, 그것은 아마도 어떤 유명한 전사를 기리고자 세운 것일 것이다. 건물 안에서는 아마도 쏘아보는 눈을 하고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수염을 기르고 의자에 도전적인 자세로 앉아있는, 붉은색과 금빛으로 칠한 신격화된 전사의 형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숭배자들이 헌물로 바친 아주 이상한 물건들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오래된 칼이 그곳을 지키려는 듯이 보이는 반면에, 워터베리 시계(Waterbury clock)가 .. 2023. 5. 2.
박정희 시대 국가의례와 만주국 "한석정은 기념비 앞에서 행해지는 전사자에 대한 1분간의 묵도, 행진, 시국강연 청강, 선전영화 시청, 포스터 작성, 학생웅변대회, 집회와 대운동회 참가 등의 국가의례를 예로 들면서 이러한 것들은 원래 1930년대 만주국의 국가행사였다고 한다.... 가정의례준칙은 낭비나 허례허식을 삼가는 협화식(協和式) 결혼식을 상정하고 있었을 것이다. 또한 전국 각지에 세워지는 동상 역시 만주국에서 제사지낸 공자나 관우의 재래(再來)일 따름이다. 한석정이 지적하듯이, 만주국에서 행해진 규율화의 방법을 엄밀하게 반복할 수 있는 국가는 박정희 정권기의 한국 이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박정희 정권 치하의 한국은 만주국에서 거행되던 국민대회, 추도식, 전몰자기념비, 학생웅변대회, 표어 짓기, 반공대회, 체조, ‘건설’이나 ‘.. 2023.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