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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메모

‘천天’의 다의성과 천인 관계의 다양성

by 방가房家 2023. 4. 30.
[현대 학자들은] ‘천’에 대해 인격신, 자연의 이법 외적인 ‘천’이라는 분류를 시도하고 있다.……후세에 서양 사상과의 교류 속에서 ‘천’이 기독교의 ‘God’의 번역어나 신이 소재하는 ‘Heaven’의 번역어로 사용되게 된 것도 이러한 다의성을 생각하면 잘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상의 다의성은 ‘천’이라는 말에 의해 지시된 대상 쪽에서 어떤 것이 보이고 있느냐 하는 그 차이와 관계가 있다. 이에 대해 (1) ‘천’이 어떻게 인간과 관계를 맺고 있는가, 즉 ‘천’과 인간이 ‘천명’이라는 형태로 직접적으로 교류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자연의 질서나 변화, 혹은 인위적인 제도를 매개로 하여 간접적으로 관계하고 있는가, 또 (2) ‘천명’이라고 할 경우 그것은 주로 인간 생활의 어떤 분야와 관계하고 있는가. 이런 점들에 주목하면 거기에도 다양한 분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2)의 경우에는 같은 ‘천명’이라 하더라도 정치적 정통성의 근거인지, 도덕적 규범의 근거인지, 또는 개인에 대한 운명의 부여진지 등에 대응해 그 의미에 커다란 차이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천’이 부여한 사명이라는 측면도 ‘천직’이라는 관념과 결합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러한 두 가지 측면(대상 쪽의 다의성과 천인 관계의 다양성)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 교차하는 속에서 ‘천’이 다방면에 걸친 의미 연관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히라이시 나오아키, 이승률 옮김, <<한단어사전, 천>>(푸른역사, 2013), 29-30.)
나는 천(天) 개념을 이해할 때 지시대상에 대해서만 생각했는데(그것이 유학자들의 전통적인 설명이다), 이 책에서는 천과 인간의 관계맺음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낳아왔음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은 동아시아 정치 영역에서 천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를 열거하고, 그리고 특히 일본의 경우 특수성에 매몰되었음을 지적하면서 마무리된다. 짧은 사전 형식의 서술도 매우 역동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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