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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메모

"감사합니다, 한국"

by 방가房家 2023. 5. 1.

이케다 다이사쿠, <감사합니다 한국>(조선뉴스프레스, 2012).

한국불교계에서는 SGI에 ‘왜색불교’라는 레테르를 붙이는 경우도 있지만, 정작 이 단체가 갖고 있는 한국에 대한 태도는 일본 종교로서는 독특한 것 같다. 이케다 회장의 이 책에서 한국에 대한 애정은 잘 드러난다.(아직 다른 책이나 글은 보지 못했음) 한 구절을 인용하면 이렇다. “한국은 일본에게 ‘문화대은’의 ‘형님의 나라’입니다. 또 ‘스승의 나라’입니다. 일본은 그 대은을 짓밟고 귀국을 침략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영원히 귀국에 속죄할 것입니다.”(54)
이케다 회장의 이런 발언은 립서비스를 넘어서는 것으로 느껴진다. 적어도 구체적인 사례들을 언급하며 한국과의 우호를 도모하는 그의 성실성만은 틀림없이 드러난다. 홋카이도와 울릉도 간의 행사에서 울릉도의 전설, 민속을 언급하고, 일본을 방문한 한국SGI 앞에서는 도산의 말고 조선통신사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제주대학교 행사에서는 제주도민의 일본 이민에 대해 상세히 언급한다. 한글, 고려청자, 한복 등에 대한 그의 디테일한 언급도 눈에 띈다. SGI는 일제 군국주의에 반대했던 극소수의 일본 종교단체였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태도는 일관성이 있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그가 언급한 ‘문화대은’ 중에서 종교사적 맥락을 지닌 내용이 눈에 띄었다. 일련정종의 창시자 니치렌은 몽고의 고려, 일본 침공 때 활동했다. 그는 고려의 대몽 항전이 몽고의 일본 침략을 완화한 ‘대은’이었다고 평가한다. 일본은 몽고에서 온 사신을 참수하였는데, 이 일을 놓고 니치렌은 크게 탄식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케다는 이 사신 행렬에 죄 없는 고려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고려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비판한다. 일련정종 종교사에 한일관계를 얼마나 강하게 투영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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