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대한 글을 쓰고 나서 이 책을 읽으니 문장들이 머리에 쏙쏙 박힌다. 사진들을 보면서 희미하게 떠올랐던 생각들이 간결하고 정확한 언어로 잘 정리되어 있다. 사진에 관한 글에서 인용하고 싶은, 하지만 약간은 소화를 거쳐야 할 문장들을 기록해 놓는다.
수전 손택, 이재원 옮김, <<사진에 관하여>>(이후, 2005)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새로 가르쳐준 사진은 무엇이 볼 만한 가치가 있는가, 우리에게 관찰할 권리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 등을 둘러싼 관념 자체도 바꿔버렸고, 더 넓혀줬다.”(17)
“사진을 수집한다는 것은 세계를 수집한다는 것이다.”(18)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에 찍힌 대상을 전유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과 세계가 특정한 관계를 맺도록 만드는 것인데, 이 과정을 통해서 마치 자기가 어떤 지식을 얻은 듯, 그래서 어떤 힘을 얻은 듯 느낀다는 뜻이다.”(18)
“지난 수십 년간 책은 사진을 정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19)
“사진은 증명해준다. 말로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의심스러운 무엇이 있는데, 그것을 찍어 놓은 사진이 있다고 치자. 그러면 우리는 사실 여부를 입증할 수 있다고 여긴다.”(20)
“사진이야말로 여타 다른 모방물보다는 우리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실제와 훨씬 더 순수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그렇기에 훨씬 더 정확하게 연고나되어 있다고 여기곤 한다.”(21)
“사진은 피사체가 된 사람을 상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사물로 만들어 버린다.”(34)
“사진에 담긴 피사체는 사진에 찍혔다는 바로 그 이유로 비애감을 띄게 된다. 추하거나 기괴한 피사체조차도 사진작가의 눈길이 닿으면 그때부터 고귀해지기에 감동을 줄 수도 있다.”(35)
“1900년에 찍힌 어느 사진이 그 당시에 사람들을 감동시켰다면 그 이유는 피사체 때문이었겠지만, 오늘날에도 사람들을 감동시킨다면 그 이유는 1900년에 촬영됐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이리라.……결국 (제아무리 조잡한 사진일지라도) 거의 모든 사진의 예술적 수준을 결정해 주는 것은 바로 시간임 셈이다.”(44)
“사진을 통해서 현실을 확인하고 사진을 통해서 경험을 고양하려는 욕구, 그것은 오늘날의 모든 이들이 중독되어 있는 심미적 소비주의의 일종이다. 산업화된 사회는 시민들을 이미지 중독자로 만들어 버린다.”(48)
“사람들은 경험한다는 것을 바라본다는 것으로 자꾸 축소하려 한다.……오늘날에는 모든 것들이 결국 사진에 찍히기 위해서 존재하게 되어버렸다.”(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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