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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메모

신선 존재에 대한 논증

by 방가房家 2023. 4. 30.

도교의 대표적인 텍스트인 갈홍의 <<포박자>>에서 전형적인 호교론의 논리를 만났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믿음을 확립하려고 하는 종교의 논리는 참으로 닮았다. 갈홍의 논리는 멀리는 신 존재에 대한 많은 논변들, 가까이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산타클로스는 존재한단다.”라는 논변에 이르는 여러 호교론들과 표현 하나하나까지 놀랄 정도로 닮아 있다. 내가 이 텍스트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다음 책 덕분이며 인용도 이 책에서 한 것이다.
이용주, <<도, 상상하는 힘: 불사를 꿈꾸는 정신과 생명>>(이학사, 2003).

 

여기서 갈홍은 신선神仙의 존재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을 논박하고자 한다. 직접 눈앞에서 증명할 수는 없지만 존재하는 중요한 그 무엇이 있다는 논리이다.

참된 진리를 이해하는 사람들만이 갖가지 방법을 심험하고 검토하여 참으로 신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지만, 그 사실은 그들만 알고 있을 뿐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귀신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귀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신선을 목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해 세상에 신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146)
 
세상 사람들은 능히 손쉽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존재한다고 말하고, 자기들의 역량으로 미치지 못할 것에 대해서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을 내린다. 그렇게 본다면 이 세상에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대단히 적다.(148)
자신의 반대 의견에 대한 논박은 강렬하지만 정작 자신이 보여주어야 할 대목에 와서는 힘이 약해지는 것, 이것이 호교론의 또 하나의 공통점이 아닐까 한다. [갈홍이 신선 존재를 주장하는 논거는 다음 언급 정도이다. "뭇 신선들에 대한 기록은 옛 문헌들, 즉 죽간과 비단에 가득하다."(160)] 갈홍은 신선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누구나 배움에 의해 신선이 될 수 있다는 ‘신선가학론神仙可學論’을 펼친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이 주장은 인간의 운명이 별과 관련된다는 숙명론과 결합하면서 힘을 상실한다. “만일 신선이 되는 운명을 타고나지 않았다면 신선을 사모하는 마음을 갖기 못할 것이다.” 마치 인간 자유의지의 능력을 제한하는 예정설을 보는 듯하다. 도대체 왜 이 사람이 학습능력, 수양의 노력을 강조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주장은 부질 없는 것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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