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 Zuckerman, <Faith No More: Why People Reject Religion>(Oxford University Press, 2012).
저자가 인터뷰한 87명 중에서 골라 소개한 사례들이 알맹이라고 생각되는데, 나는 시간상 껍데기에 해당하는 서론과 결론만 참고하였다. 다음은 책에서 얻은 몇 가지 내용들.
1. ‘종교 이탈’(apostasy)의 유형론
간단해 보이지만 의미가 있는 분류
(1) 초기 종교이탈/후기 종교이탈(early/late): 초기 이탈은 종교적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이 사춘기 이후 지적 성숙이 이루어짐에 따라 어릴 적 종교를 떠나는 경우이다. 비종교인의 다수를 차지한다. 후기 이탈은 성인이 되어 자신이 선택한 종교를 떠나는 경우이다. 수적으로는 적다.
(2) 표면적 종교이탈/심층적 종교이탈(shallow/deep): 가벼운 이탈은 몸은 종교를 떠났지만 여전히 자신을 영적이고 비세속적인 사람으로 보는 경우를 말한다. 그들은 종교의 좋은 역할과 신성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무거운 이탈은 종교와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차단한 경우이다. 그들은 확신에 찬 비종교인으로서 적극적인 의미의 세속주의자들이다.
(3) 가벼운 종교이탈/전면적 종교이탈(mild/transformative): 가벼운 이탈은 종교에 깊이 빠져들지 않았던 신자가 종교를 떠나는 것을 말한다. 전면적인 종교이탈은 매우 종교적인 인물이 종교를 버리는 것이다. 이 경우 종교이탈은 그의 삶 전반에 심대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덧붙여 저자는 이 중에서 "심층적 + 전면적 종교이탈"의 경우에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지적한다. 그것이 책의 중심 사례들이기도 하다.
2. 무종교인을 일컫는 용어들
미국 사례를 갖고 미국에서 쓰여진 책이니만큼 무종교 혹은 무교irreligion가 편하게 무신론atheism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구체적으로 이 책에서 무종교는 “하느님을 믿음의 대상으로 고백하지 않는 것”과 동의어로 보아도 무방하다. 사실 한국은 이 문제가 복잡하다. 사실 무신론은 기독교적 현상이다. 이 사실을 망각하고 서양식의 용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혼란스럽다. 이 혼란을 정리할 가이드가 학계에서 제시된 것을 본 적도 없다.
‘종교를 떠나는 행위’로서 책에서 중심적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apostasy’(그리고 그 행위를 하는 사람인 apostate)인데 학계에서 어떻게 번역하는지 모르겠다. 사전에는 ‘배교’라는 가치판단에 절어 있는 뜻풀이만 실려 있다. 도저히 학술적인 번역어로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위에서는 ‘종교이탈’이라고 잠정적으로 옮겼다.
3. 오바마의 연설
책날개에도 소개되어 있는 결론의 한 대목에서 저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한 구절을 인용한다. 미국을 “기독교인, 무슬림, 유대인, 힌두교도, 그리고 비종교인”의 국가라고 지칭한 것이다. 이는 대통령 연설에서 비종교인이 미국 구성원의 존재로 처음 등장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 대통령의 연설에서라면 맨 처음에 나와야할 사람들, 하지만 미국 비종교인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한국 비종교인들, 더 정확히 말하면 미국과 비슷한 비종교인과 그렇지 않은 비종교인들이 혼재해 있는 한국의 비종교인들을 제대로 설명해야 하겠다는 과제만 머리에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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