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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측면을 논하는 것

by 방가房家 2023. 4. 30.

[브루스 링컨의 종교학 방법론 테제 제3항]
종교학history of religions은 자신이 연구하는 담론의 방향성에 저항하고 그것을 뒤집는 담론이다. 학과 명칭이 뜻하는 바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종교학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특성을 영원하고 초월적이고 영적이고 신적인 것이라고 표상하는 담론, 실천, 공동체, 제도들에 대하여 그것들의 시간적, 상황적, 위치적, 이해관계의, 인간적, 물질적 측면을 논하자고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Bruce Lincoln, <Gods and Demons, Priests and Scholars>(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2), 1. 원래는 1995년에 발표된 내용)

 

종교가 지향하는 바와 종교학이 지향하는 바는 다르다. 다르다는 것은 온건한 표현이고 사실은 반대될 때가 많다. 종교인들이 강조하고 높이 여기는 교리적 내용과는 달리, 종교학자들은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에 더 눈길을 줄 때가 많다. 종교인들이 ‘비본질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종교학의 주된 연구대상이 된다. 위 인용문에서 언급된 물질적 측면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종교인들은 성과 속을 엄격히 구분하지만, 종교학자는 그것들을 상황적으로 규정된 것으로 본다. 종교인의 시선은 위를 향해 있지만 종교학자들은 땅을 헤집고 다닌다. 그래서 언급되는 내용도 고고하고 이상적이라기보다는 비루한 것들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분명 다르다. 그 점을 잘 보여주는 종교학 연구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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