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뮐러, <독일인 작업장의 글조각들> 서문 막스 뮐러의 (Chips from a German Workshop) 서문을 읽으면서 메모했던 것들. Friedrich Max Muller, "Preface," (London: Longmans Green, 1867), 파일: Preface_ Chips_from_a_German_Workshop.pdf 이 책은 도서관에 없어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인터넷을 통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뮐러는 ‘종교가 전개되는 와중에서 유지되는 연속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것은 그가 생각하는 종교의 핵심이자 ‘참된 종교의 요소들’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 “하느님에 대한 감각, 인간의 약함과 의존의 감정, 세계를 신이 다스린다는 믿음, 선함과 악함의 구별,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 이것들이 모든 종.. 2023. 4. 26.
뮐러의 <종교학으로의 초대> 중에서 신의 개수를 기준으로 종교를 분류하는 기술은 선교사 문헌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일신론과 다신론의 구분을 필두로 해서 거기서 파생되는 복잡한 용어들이 등장하는데, 막스 뮐러의 저작 중에서 그 어휘들을 완벽하게 정리해서 제공하는 대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매우 중요하고, 어떤 목적을 위해서는 매우 유용한 분류가 다신론적(polotheistic), 이원론적(dualistic), 유일신론적(monotheistic) 종교로 나누는 것이다. 종교가 상위의 힘(Higher Power)에 대한 믿음에 주로 의존하는 것이라면, 그 상위의 힘의 성격은 세계의 종교들을 분류하는 가장 독자적인 특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 게다가 두 다른 종류들을 추가하는 것이 확실히 필요하다. 그들은 단일신론적(henoth.. 2023. 4. 26.
<효경> 16장에 대한 레그의 주석 의 제16장(의 경우. 에서는 17장에 해당된다)인 ‘응감장’(感應章)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우리말 번역은 김덕균 역주, (문사철, 2008)을 따랐다. 子曰, 昔者明王, 事父孝, 故事天明. 事母孝, 故事地察. 長幼順, 故上下治. 天地明察, 神明彰矣. 공자가 말했다. “옛날에 명철한 왕은 아버지를 섬김에 효를 다했다. 그러므로 하늘을 섬기는 것도 분명하였다. 어머니를 섬김에 효를 다했다. 그러므로 땅을 섬김에도 밝게 하였다. 어른과 어린이의 질서를 잘 지켰다. 그러므로 상하가 잘 다스려졌다. 하늘과 땅이 밝고 밝으면 귀신이 감응하여 잘 드러난다.” 1879년에 종교학의 시작을 알리는 전집인 (The Sacred Books of the East) 시리즈가 막스 뮐러의 기획 아래 출간되기 시작되었다. 이.. 2023. 4. 26.
지볼트 기록에 나오는 조선 종교 기술 1823-29년에 일본에 체류했던 독일인 의사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 위키 항목)는 20권에 달하는 일본에 관한 기록 을 출판하였다. 그 중 한 권이 조선에 관한 것이다. 당시 일본에서 외국인은 나가사키에 있는 인공섬 데지마에만 머물 수 있었다. 지볼트는 데지마에 머무는 동안 표류해온 조선 어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당시 일본에 표류해 온 조선 어민들은 나가사키로 이송되어 머물다 조선으로 보내어지도록 되어 있었다. 지볼트는 조선 귀환을 기다리는 어민들과 이웃해 있던 관계로 그들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자료를 수집하였다. 제한된 환경에서 저술된 책이기 때문에 소략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다. 이 꼼꼼한 독일인은 한국인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언어학적인 견지에서.. 2023. 4. 26.
혼마 규수케가 본 한국 종교 이번에 읽은 개화기 자료는 다소 특이하다. 일본인 낭인(浪人)이라고 할 수 있는 혼마 규스케가 비판적인 눈으로 조선을 기록한 책이다. 혼마 규스케, 최혜주 옮김, (김영사, 2008[1894]). 이 책에도 ‘종교’라는 항목에 대한 서술이 등장한다. 한국 전통 종교들의 난맥상을 기술하는 내용은 “지금은 기백이 완전히 죽었다”고 당시 조선을 기술하는 다른 서술들과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종교 없음’이라는 서술 방식은 당시 선교사들의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종교가 없는 나라’라는 선교사 담론을 이미 수용한 채 한국을 관찰했던 것으로 보인다. 1894년이니 ‘종교’(宗敎)라는 용어를 적용한 초기 기록에 해당된다. 원문에서도 종교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국립중앙전자도서.. 2023. 4. 26.
방이라는 글자 종교학이나 기독교 못지않게 이 블로그의 주 테마로 유지되고 있는 방(房)의 이미지에 대한 자료 추가.(현재 이 블로그에서 ‘방씨’를 검색하면 이 글 말고도 8개의 글이 검색된다. --;) 방(方)이 아니라 방(房)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 우리 사회에서 “OO방”이라는 언어 형식이 강세를 띠고 있음에 대해서 진작부터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노래방, 찜질방, 피씨방, 게임방 등의 인기 업종들에 의해 대표되듯이, 우리 사회에서 ~방이라는 공간에 대한 애착은 최근 10년간 중요한 사회현상으로 부각되어오고 있다. 사적 공간의 창출의 욕구와 이에 부응하는 상업적 형식의 공급은 다방(茶房)을 모태로 하여 한국 근대사회 한켠에 지속되어 왔다. 현재 시점에서 ~방에 필적할만한 공간은 모텔-고시텔-휴게텔의 용법에서 보이는.. 2023. 4. 26.
크리팔, 영지의 종교학을 말하다 Jeffery J. Kripal, The Serpent's Gift: Gnostic Reflection on the Study of Religion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7) 크리팔 교수의 책을 읽으면 찌릿찌릿하다. 그는 종교학이 종교의 핵심적인 부분인 지혜, 영지, 신비에 대하여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은 종교의 윤리적인 영역에 대한 발언이기도 하다. 나는 그가 비판하는, 종교에 대한 “순수하게 세속적인 연구자”에 속해 있다. 내가 속한 진영과 그가 주장하는 새로운 흐름은 분명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크리팔의 주장에 가슴이 떨리고, 그의 작업에 기대를 갖게 된다. 어쩌면 종교학의 소심함을 질타하는 데서 오는 이.. 2023. 4. 26.
<성호사설> 중에서 귀신, 무속 이야기들 이익의 을 읽다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익의 중 중에서도 관심을 끌만한 이야기 몇 개를 뽑아 실은 책(이익, 민족문화추진회 엮음, [솔, 1997].)을 읽다가, 그 중에서도 내가 관심이 가는 몇 가지를 골라 찾아보았다. 내 눈길이 갔던 것은 대부분 당시 무속에 대한 내용들과 귀신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실학자’ 이익의 개성이 드러나는 자료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시 유학자로서의 성호가 갖고 있던 무속에 대한 관점과 귀신론이 드러나는 자료들로서 흥미롭게 읽었다. 인용된 내용은 민추 웹페이지의 것이라 책과는 다소 번역이 다를 수도 있다. 정말 중요한 부분은 원문을 확인해야겠지만, 나중에 필요할 때 하기 위해서 일단은 링크와 약간의 발췌를 해 놓았다. 제7권 무(巫): 합리적인 논증을 통하여 무속을 부.. 2023. 4. 26.
<종교개혁> 중에서 루터에 대한 메모 패트릭 콜린슨, 이종인 옮김, (을유문화사, 2005). 종교개혁 작은 책이지만 이 책에는 든 것이 굉장히 많다. 문장 하나하나가 따끔거리면서 역사의 아이러니들을 건드려주고 우리의 상식들을 비틀어주는 맛이 그만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책이란 따분하기보다는 차라리 틀리는 게 낫다”는 특이한 지론을 펴는데, 그것은 내 취향과 상당히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내용 하나하나가 진부한 것이 거의 없고, 드는 예들도 자극적인 것이 많아서, 종교개혁이라는 복잡하고 방대하기 그지없는 영역을 스릴을 느끼며 횡단하게 된다. 물론 저자의 이야기들이 흥미롭고 마는 것은 아니다. 그가 주는 자극들은 대학자의 통찰에서 나오는 것들이기에 두고두고 생각할 거리들을 남기는 것들이다. 그 예로서 루터에 대한 언급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 2023. 4. 26.
조너선 스미스의 <Religion...> 중에서 조너선 스미스의 논문 "Religion, Religions, Religious," 의 처음 한페이지 반을 번역한 것이다. 이 글은 종교 개념에 대한 대표적인 논문이어서 많이 언급되고, 특히 나도 자주 써먹는 대목이다. 예를 들면 덧씌워진 종교 개념에 대한 최근 논의들. 이번에 아예 필요한 부분을 번역해버렸다. 이 논문의 대강을 보려면 이 발제문을 참고할 것. Jonathan Smith, "Religion, Religions, Religious," in Relating Religion: Essays in the Study of Religion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4), 179-180. “신세계”(New World)에 대해서 영어로 쓰여진 두 번.. 2023. 4. 26.
역사학과 인류학의 만남, 타자 Bernard S. Cohn, "History and Anthropology: The State of Play," Comparative Studies in Society and History 22-2 (1980): 198-221. 파일: Cohn-History_Anthropology.pdf 버나드 콘의 글은 인류학과 역사학의 현황과 만남에 대해 이야기한다. 상황 판단이 예리하고, 무엇보다도 그가 제시해주는 앞날의 그림(그중 많은 것들은 이제는 실현된 것이지만)에서 공감이 가는 바가 크다. 그는 서두에서 인류학과 역사학이 인식론적 차원(the epistemological level)에서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공통의 과제를 역설한다. 역사학자와 인류학자는 “타자”(othernes.. 2023. 4. 26.
'천주' 발견의 뒷이야기 최근에 내가 했던 일은 한국 기독교에서 ‘하느님’이라는 말이 언제 어떻게 쓰이기 시작하였는가를 추적하는 것이었다. 나는 ‘하느님’이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마음 속에 간직되어 있다가 기독교를 만나(혹은 동학을 비롯한 민족종교들을 만나) 쓰임을 받았다는 믿음은 일종의 신화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하느님’은 기독교와의 만남의 계기에서 출현한 언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만남을 추적하는 일을 아직 많이 하지는 못했다. 어쩌면 ‘천주(天主)’라는 말이 처음 사용되었을 때처럼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동아시아 기독교 전통에서 기독교 신의 이름으로 천주가 사용된 것은 마테오 리치의 활동을 통해서이다. 리치가 이 이름을 사용하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뒷이야기가 있다. 리치의 2권 3장에 나.. 2023. 4. 26.
'천도'와 기독교 며칠 전 참석한 포럼에서 와타나베 교수의 발표 중 메이지 시대 지식인의 재미있는 입장을 소개한 것이 있어 간략히 옮겨놓는다. (한편 와타나베 교수는 답변하는 도중에 동아시아인들이 동도(東道)를 이야기한 순간, 그것은 유교에서 이야기하는 보편적인 도(道)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였는데, 좋은 가르침이었다.) 1. 메이지 초기 일본 지식인들 중 일부는 기독교가 ‘문명개화,’ ‘문명,’ ‘개화,' 즉 ’civilization'의 일부를 이룬다고 생각했다. 2. 나카무라 마사나오는 “우리나라 인민으로 하여금 그 성질을 개조하게 하여 구미 제국의 인민의 고등한 수준과 같게‘ 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기독교의 보급을 주장한다. 현재 구미 번영의 근간은 기독교이며 따라서 우선 천황이 세례를 받아 친히 교회의 주(主)가 되.. 2023. 4. 25.
서학에 대한 유학자들의 반응 중에서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이 서학이라는 새로운 사상체계에 대한 반응을 보일 때, 일단 그것은 그들의 지적인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 남인 계열 일부의 유학자들의 서학 수용은, 그들이 정치적으로 밀려나 있는 데 대한 불만에서 기인한 것인가? 천주교를 공격한 유학자들은 보수적이어서 새로운 사상(더 나아가 근대화)을 받아들이는 데 실패한 것인가? 처음에 서학을 받아들였다가 이후 배교(背敎)한 성리학자들은 자기 한계를 벗지 못하여 철저한 기독교 신앙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일면적이고 잘못된 방향의 설명을 이끌어낸다. 단 베이커(Don Baker, "A Confucian Confronts Catholicism," 6(1979-1980))는 연구 과정에서 한국 학자들의 위.. 2023. 4. 25.
심청정/청정심 메리 더글러스의 을 읽을 때, 책에서 다루어진 사례들은 아프리카 종교에서 나타나는 금기 개념과 유대교의 정결 개념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민간신앙의 깨끗함 관념, 그리고 제사지낼 때의 부정 등을 떠올리긴 했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깨끗함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불교에서 마음을 깨끗이 하라는 이야기를 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을 터인데, 그것을 단순한 수사(修辭)로만 생각했던 탓일까? 다른 종교의 깨끗함 관념을 논의할 때 이상하게도 전혀 연결시켜 생각해보지 못했다. (살림, 2006)을 보면서 불교에서 깨끗함이 수사 이상임이 대번에 들어왔다. 불교 가르침의 핵심에 자리잡은 관념이라는 것이 너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의 한 대목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보살이 정토(淨土)를 얻고자 한다면 마땅.. 2023.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