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3-29년에 일본에 체류했던 독일인 의사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 위키 항목)는 20권에 달하는 일본에 관한 기록 <<Nippon>>을 출판하였다. 그 중 한 권이 조선에 관한 것이다. 당시 일본에서 외국인은 나가사키에 있는 인공섬 데지마에만 머물 수 있었다. 지볼트는 데지마에 머무는 동안 표류해온 조선 어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당시 일본에 표류해 온 조선 어민들은 나가사키로 이송되어 머물다 조선으로 보내어지도록 되어 있었다. 지볼트는 조선 귀환을 기다리는 어민들과 이웃해 있던 관계로 그들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자료를 수집하였다.
제한된 환경에서 저술된 책이기 때문에 소략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다. 이 꼼꼼한 독일인은 한국인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언어학적인 견지에서 한국어를 꼼꼼하게 분석하였다. 조선인들의 모습은 세밀하게 스케치되어 있고, 조선인들이 손수 작성한 한국어 자료가 다량 첨부되어 있다. (조선 어민과 지볼트의 만남에 대해서는 다음 강진신문 기사에 잘 정리되어 있다. 19세기 초 강진사람들 1 / 2 )
지볼트는 일본에서 입수할 수 있었던 자료들을 많이 사용하였는데, 역사적인 자료들은 일본 사료들을 많이 참조하였다. 하지만 당시 한국에 대해서는 하멜의 기록, 브로튼, 바질 홀, 맥레오드 등 한국 해안을 탐색한 서구인들의 자료는 빠짐없이 다 참조했음을 볼 수 있다.
종교에 대한 기사는 다소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주로 일본을 통한 역사적 자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간간이 인터뷰를 참조한 듯한 언급도 보이고, 아래 인용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입수한 불상(위의 그림)에 대한 세밀한 묘사도 있다. 지볼트의 보고는 당시 서구의 백과사전의 내용(예를 들면 1851년 미국 사전)의 기본 자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지볼트의 20권짜리 원본은 접근은 가능하지만 독일어로 되어 있어서 내가 볼 수 있는 자료는 아니다. 다만 첨부된 그림이나 넘겨볼 수 있을 뿐. 영어로 번역된 것은 축약되어 <<Manners and customs of the Japanese, in the nineteenth century>>로 출판되었다. 꼼꼼히 본 것은 아니지만 조선에 대한 내용은 찾기 힘들다. 내가 참조한 것은 지볼트 책에서 한국 관련부분을 번역한 류상희 번역, <<시볼트의 朝鮮見聞記>>(박영사, 1987).
불교가 중국을 경유하여 조선에 전래된 372년 이래 불교가 이 나라의 지배적인 종교이다. 사제(司祭), 중, 비구니의 수는 일본과 같이 매우 많으며 사원(寺院), 승원(僧院)도 많다. 덧붙여 얘기하면 예배를 드리는 건물이 그 곳에 거주하는 사제나 승려보다 존중되고 있다. 단지 선량(善良), 무해(無害)한 사람으로서 신앙심이 깊은 승려의 경우는 예외이다. 불교는 조선에서 일본으로 전파(552년 이래)되어 왔으므로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지만 어느 곳의 불교와 마찬가지로 그 나라의 풍속에 가능한 한 가장 잘 어울리는 형식으로 맞추어져 있을 것이다.
……
조선에도 불교 외에도 일본의 신도나 중국의 도교와 같은 고래(古來)의 제사의식이 존속하고 있다. 공자의 도덕철학은 높이 평가되어지고 있으며, 이 현인의 교파[儒敎]의 신봉자도 많다. (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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