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경>>의 제16장(<금문효경>의 경우. <고문효경>에서는 17장에 해당된다)인 ‘응감장’(感應章)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우리말 번역은 김덕균 역주, <<역주 고문효경>>(문사철, 2008)을 따랐다.
子曰, 昔者明王, 事父孝, 故事天明. 事母孝, 故事地察. 長幼順, 故上下治. 天地明察, 神明彰矣.
공자가 말했다. “옛날에 명철한 왕은 아버지를 섬김에 효를 다했다. 그러므로 하늘을 섬기는 것도 분명하였다. 어머니를 섬김에 효를 다했다. 그러므로 땅을 섬김에도 밝게 하였다. 어른과 어린이의 질서를 잘 지켰다. 그러므로 상하가 잘 다스려졌다. 하늘과 땅이 밝고 밝으면 귀신이 감응하여 잘 드러난다.”
1879년에 종교학의 시작을 알리는 전집인 <<동방성전>>(The Sacred Books of the East) 시리즈가 막스 뮐러의 기획 아래 출간되기 시작되었다. 이 시리즈에서 처음 출간된 세권 중에는 제임스 레게가 번역한 중국의 성전(The Sacred Books of China)이 포함되어 있었고 처음 번역된 책은 <<서경>>(書經)과 <<효경>>(孝經)이었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여기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이 책에서 레게는 효경 16장의 해당 부분을 아래와 같이 영역하였다.
내가 이 부분을 소개한 것은 아직까지도 고전적인 동양 고전의 영역으로 인정받고 있는 레게의 번역을 음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것을 따질 실력은 부족하다. 내게 흥미로운 것은 이 대목에 붙어있는 레게의 주석이다. 장의 해제에 해당되는 주석에서 레게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장은 효도와 세 힘의 관계를 다루는 7장(삼재장(三才章)) 만큼이나 이해하기가 까다롭다. 사실 이 장은 7장의 후속편이다. 하늘과 땅이 하늘이나 하느님을 대신하는 두 힘(two powers), 혹은 이원적인 힘(a duel power)으로 등장한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바치는 존경을 신하가 통치자에 보이는 충성으로 변환시키는 논의는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다. 그러나 효도가 발달되어서 여기서 전제되고 묘사되는 종교로 되는 것은 납득하기 훨씬 어렵다. 이것은 이 덕목을 만들어질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너무 밀고나간 것 아닌가? 그리하여 주왕조 동안 종교를 타락시키고, 초기의 유일신교를 일종의 자연숭배와 섞어놓은 것 아닌가?
여기서 레게는 선교사다운 중국 종교사 이해를 보여준다. '종교가 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는 그가 "the spiritual intelligence"라고 다소 의역한 신명(神明)에 대한 불편함이 아닌가 한다. (우리말 번역에서는 '귀신이 감응한다'고 번역되었다.)
초기의 순수한 믿음, 즉 유일신에 대한 숭배가 후대의 발전에 의해 훼손되었다는 것. 이 지점에서 두 지적 유산을 지적할 수 있겠다. 하나는 마테오 리치를 비롯한 가톨릭 선교사들이 발달시켜 놓은 중국의 종교사 이해. 다른 하나는 초기의 순수한 종교적 감각이 언어질병설 등의 과정을 통해서 후대의 번잡한 모습으로 퇴화된다는 막스 뮐러식의 종교사 이해. 뭘러와 레게의 지적 교류가 보이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