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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담론에 대한 반성 “한국 사회 신화 담론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심포를 참관하였다.(이 심포의 취지와 발표 내용에 대해서는 이 글을 참조할 것) 나는 사실 이 연구 집단의 내부자이고 발표 준비 과정도 어느 정도 보아왔던 사람이기도 하다. 해서 오늘 듣거나 읽은 네 발표에 대한 ‘조심스런’ 코멘트들을 기록으로 남겨둔다. 1. 한국의 중국 신화 연구에 대한 비평적 접근은 애초부터 쉽지 않은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중국 신화 연구자들은 (서구에 편중된 신화 논의에 대해) 꽤나 비판적인 의식을 근간으로 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면에서 비판을 할 수는 있어도 기본적으로는 괜찮은 연구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발표자는 이 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원래의 의도인 ‘비판’보다는 연구자들의 .. 2023. 5. 19.
제국주의, 술, 복음 1910년 선교 대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선교사 애비슨(O. R. Avison)은 당시 일본 제국주의가 기독교 선교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보고하다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우리 사역에서 일본의 영향과 연관되는 위험은 다음과 같다. 만일 선교사들이 일본과 협력하면, 일본인들을 적으로 간주하는 한국 백성의 신뢰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일본 맥주와 위스키가 엄청난 양으로 수입되어 왔으며, 술의 소비가 그에 따라 급증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런 습관은 복음 전파에 반대가 되고 있으며, 이 시점의 한국에서는 특히 그렇다. (애비슨이 에딘버러 선교대회(1910)를 위해 작성한 보고서. 안교성, “선교와 제국주의의 관계: 1910년 에딘버러 세계선교대회를 중심으로”에서 재인용) 제국주의와 .. 2023. 5. 19.
정치적이지 않다는 말 대부분의 초기 개신교 선교사들은 일제에 관한 정치적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입장이었지만, 수뇌부의 선교사 중에는 일본에 대놓고 우호적인 이들이 있었다. 한일병합 당시에 한국과 일본 양국 감리교 감독이었던 해리스는 친일적인 성향을 가진 이였다. 그가 당시 일본에서 했던 인터뷰 중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요즘 어떤 신문은 내가 합병론 찬성자인 것처럼 전하지만, 이것은 나의 진의를 오해한 것이다. 나는 정의의 기초 위에 세워진 한일 합동의 정책을 기독교주의의 견지에서 주장했을 뿐, 하등의 정치적 의미는 없었다. 내가 열망하는 바는 한국인의 안녕과 행복에 있다. 내가 한국에서 인민에게 말했던 것은 한일 양국이 잘 접근하여 새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이 한국의 지도자임은 하늘의 섭리라 해야겠다. .. 2023. 5. 19.
한국 사회의 시민종교 “한국 사회에서 시민종교의 현상탐구: 종교와 시민사회의 소통가능성과 그 방법론”이라는 심포지엄에 갔다 왔다. ‘시민종교’라는 개념에 관심이 좀 있었고 한국 사회에 적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던 터라, 참석했던 자리. 한국의 시민종교를 논하면서 불교, 천주교, 개신교에 대해 각각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런 메모는 주로 불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배운 것을 기록하는 데 소홀한 경향이 있다. 배운 것은 다양해서 정리하기 쉽지않은 반면에, 불만은 하나의 줄기로 꿰어지는 일이 많아서일 것이다.) 1. 애초에 심포 제목을 접했을 때 들었던 노파심은 시민종교를 막연히 좋은 것으로 여기고 발표를 기획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나는 시민종교를 중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자체로 좋은 것일 수는 없다. 우리나.. 2023. 5. 19.
퀴어 신학자의 강연 기독교 내의 동성애 문제에 대한 강연을 들은 지 6년 만에 또 하나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퀴어 신학을 이끌고 있는(그렇다고 들었다) 테오도르 제닝스Theodore Jennings 박사 강연 “교회와 동성애: 호모포비아의 극복을 위하여”였다. 핵심을 짚어내는 제닝스 박사의 언어의 힘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강연이었다. 이 주제에 대해 내가 주워들은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듣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막연하게 갔던 나의 기대를 훨씬 넘어서는 자리였다. 이 문제에 대해서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고개를 돌리 것이며, 그나마 약간 있는 온정적이고 양심적인 이들의 입장은 같은 피조물인 동성애자들도 교회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제닝스 박사가 제시한 의제 설정은, 그가 짜놓은 싸움의 구도는 다른 .. 2023. 5. 19.
선교사들의 종교 이론에 관한 발표 발표: “1910년 에딘버러 세계선교사대회의 성취이론에 관한 재고” 한국기독교역사학회 주제발표(2010년 5월 1일, 새문안교회) 한국에서 활동한 북미 선교사들의 타종교에 대한 태도는 ‘성취론fulfillment theory’(다른 종교에도 기독교적 계시의 신학이 존재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기독교 진리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으로 설명되곤 한다. 안선생님의 발표는 이에 대한 반론의 성격을 지닌다. 엄밀한 의미에서 성취이론은 1910년 에딘버러 선교사대회 제4위원회에서 채택된 것으로, 북미 선교사들의 신학적 입장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게 발표의 요지이다. 대신 그들의 입장은 종교하강설(원시유일신론)으로 요약될 수 있다는 것. 나는 기본적으로 성취론이라는 명명으로 선교사의 타종교관을 정리하곤 하던 기.. 2023. 5. 19.
죽음을 통해 본 일본종교의 생명관 지난 주말에 참석한 학회(사진의 원불교 건물에서 열렸음)에서 박규태 선생님의 “일본인의 생명관: 계보적 일고찰”이라는 발표를 들었다. 울림이 남는 발표였다. 주제는 생명인데 다루어진 것은 주로 죽음이었다. 이것은 일본인들이 삶의 문제를 주로 죽음을 통해 성찰했다는 커다란 전제에 입각해서 이루어진 것이긴 하다. 하지만 다른 생각도 든다. 발표하신 선생님의 삶의 경험에서 죽음의 의미를 해명하는 것이 요즘의 절실한 문제가 아닐까? 그래서 죽음에 대해 심혈을 기울인 이 글을 쓰게 되신 것은 아닐까? 물론 잡생각이다. 일본과 같이 복잡한 문화의 이천년간의 죽음관을 한 편의 논문으로 다루다니, 이건 너무 무모하다는 것이 나의 상식적인 견해다. 이건 책 서너 권을 써도 모자를 듯하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 작업을 했다.. 2023. 5. 19.
민족주의 강연(정수일) 동서문명 교류사 방면에 독자적인 업적을 쌓아올린 학자 정수일 선생의 강연에 갔다가 예상치 못했던 내용을 듣고 왔다. 처음엔 당혹스러웠지만 듣고 나니 그런 불리한 주제를 고수하는 학자의 양심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민족주의, 아시아의 보편가치”라는 제목은 기이하다. 민족주의와 보편가치는 모순되어 보이는 표현이고, 게다가 이 보편가치는 아시아라는 범위로 한정되어 있다. 이 강연은 이것을 모순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통념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작업이었다. 강연 말미에 정선생님은 “민족주의는 보편적 진보주의이며 국제주의와 상치되지 않는다”고 하며 “진정한 민족주의자는 진정한 국제주의자”라고까지 말한다. 최근 학계에서 ‘민족’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것은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라는 베네딕트 앤더슨의 논의일 것이다. .. 2023. 5. 19.
IMF를 극복한 무교 로렐 켄달(Laurel Kendall) 선생의 발표를 듣다. 제목: "Korean Shamans and the Spirits of Capitalism" (2009년 12월 10일, 서강대학교 다산관) 켄달 선생은 한국 여성 무속인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분이다. 직접 발표를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 자리는 선생의 신간, (University of Hawaii Press, 2009)의 내용을 소개하는 자리였고, 발표문은 책의 내용에서 뽑아서 구성되었다. 책의 존재를 몰랐는데, 중요한 책을 소개받게 되어서 기쁜 자리였다. 평소에 글로 만나던 학자를 강연을 통해 만나는 경험과 앨범으로 듣던 가수의 콘서트에 가는 경험은 비슷한 것일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막상 강연장에 가면 그 단촐함 때문에 그.. 2023. 5. 19.
평범한 막사발에서 찾아낸 성스러움 (2009.12.5) 성스러움과 속됨, 아름다움과 추함은, 결국 진정한 차원에서는 극복되기 위해 존재하는 개념이 아닐까? 종교학회에서 들은 이승현 선생님의 발표,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에 있어서 信과 美”에서 인상적인 사례를 만나게 되었다. 야나기는 한국의 도예를 사랑한 일본인으로 유명하다. 이 발표는 그러한 야나기의 민예관이 종교관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야나기는 의 법장비구의 48대원 중 제4원에 주목하였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만약 내가 부처가 될 때 내 나라 사람들의 형색이 같지 않고 아름다운 사람과 추한 사람이 있다면[有好醜者] 나는 부처가 되지 않겠다.” 나처럼 메마른 사람이 보기엔 아름다움/추함의 구별을 부정하는 것은 그런 상대적인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읽을 텐데.. 2023. 5. 19.
초기 하와이 한인에 대한 견해들 중에서 (2008.10.10) 관심 있는 분야에서 접하기 못했던 자료로 구성된 글을 읽는 것은 여러가지 생각을 할 기회를 준다. 지난 주 새문안교회에 가서 들었던 이덕희 선생의 발표, “초기 하와이 한인들에 대한 견해”가 그런 경우였다. 1902~5년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로 하와이에 간 한국인들에 대한 미국 내 다양한 견해들을 정리한 글로, 이 견해들은 미국 사회 내 한인에 대한 미국인의 최초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겠다.그중에서 인상적인 평가 하나는 선교사 노블이 전하는 것이다. 15.81일만 일하던 한인이지만 교회에 다니면 23.34일을 일한다! 교회와 노동력의 완전한 비례.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증언할 수 있을까? 또한 중요한 것은 한중일 노동자를 비교하면서 종교적.. 2023. 5. 19.
데이비드 치데스터의 강연 (2008.5.2) 데이비드 치데스터(David Chidester) 교수가 한국에 왔다 갔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라는 종교학의 ‘변방’에서 활동하는 학자이지만, 치데스터야말로 현재 종교학의 중심에 있는 학자 중 하나라고 평소부터 생각해왔기에, 참으로 반가운 만남이었다. 마침 내가 그의 서울대 강연 원고의 번역을 맡았기 때문에, 그 내용을 아래에 올린다. 치데스터는 이번 한국 강연에 알맞은 주제로 특별히 원고를 썼다. 을 중심으로 자신이 아프리카에서 한 작업을 소개하고, 서구와 식민지인들의 관계를 분석하는 그런 식의 세계 각지에서의 작업들이 모여서 진정한 ‘세계 종교학’의 이야기를 이룰 수 있다고 제안한다. 물론 이러한 제안에는 한국에서의 작업이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는 그의 기대가 포함되어 있다... 2023. 5. 19.
덴마크 무함마드 만평에 관한 학술행사 (2006.2.17) 요즘 이슬람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덴마크 신문 만평을 둘러싼 분쟁에 대한 심포지엄(The Danish Cartoon Crisis: Perspectives on the Global Controversy)이 있었다. 작년 말 예언자 무함마드를 조롱한 만평을 게재한 한 덴마크 신문에 대해 무슬림들이 반발하였고, 그 파장이 덴마크를 넘어 이슬람 국가들에서 반 덴마크 시위가 일어나고 덴마크 외교관이 소환되는 등 아직까지 그 분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종교학과 종교분쟁 연구소가 주체가 되어 현재 진행중인 이 분쟁에 대해 개략적으로나마 스케치를 하고 이슈를 정리하는 자리는 마련한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현재의 이슈 대해 전문가들을 모아 행사를 마련하다니, 역시 우리학교 종교학과는 참 좋은.. 2023. 5. 19.
옛 이스라엘 사람의 눈으로 창세기 1장 읽기 (2006.1.22) 그랜드캐년 대학(Grand Cayon University)에서 마련한 월튼(John Walton) 교수의 강연에 갔다왔다. 대중 강연이라 주로 동네 노인분들이 많이 온 자리였다. 아시아 사람 하나 눈에 띄지 않거니와, 주변에 온통 백발들이었고 그 자리에서 내가 제일 젊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제목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갔던 자리였다. “옛 이스라엘 사람의 눈으로 창세기 1장 읽기” (Reading Genesis 1 with Ancient Eyes). 저술되었던 당시 사람들에게 그 텍스트가 어떻게 이해되는가라는 문제는 그 책 이해에 핵심적이라는 게 당연한 듯하지만, 성서를 읽는 신자들에 있어서는 잘 고려되지 않는 부분이다. 성서는 하느님이 주신 책이고 시대를 뛰어넘어 진리를 전달해 .. 2023. 5. 19.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한 미국인의 발표 (2005.10.31) The ASU Korean Studies Program presents: “Bounded Variation: Music Television and its Aesthetics in South Korea” A lecture by Professor R. Anderson Sutton of the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In celebration of the Tenth Anniversary of the ASU Koren Studies Program Friday, October 28, 2005 3:00 – 4:30 PM Lattie Coor Hall 120 An overview of Korean popular music, with historical back.. 2023.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