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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얻어배우는 것

신화 담론에 대한 반성

by 방가房家 2023. 5. 19.

“한국 사회 신화 담론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심포를 참관하였다.(이 심포의 취지와 발표 내용에 대해서는 이 글을 참조할 것) 나는 사실 이 연구 집단의 내부자이고 발표 준비 과정도 어느 정도 보아왔던 사람이기도 하다. 해서 오늘 듣거나 읽은 네 발표에 대한 ‘조심스런’ 코멘트들을 기록으로 남겨둔다.

 

1. 한국의 중국 신화 연구에 대한 비평적 접근은 애초부터 쉽지 않은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중국 신화 연구자들은 (서구에 편중된 신화 논의에 대해) 꽤나 비판적인 의식을 근간으로 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면에서 비판을 할 수는 있어도 기본적으로는 괜찮은 연구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발표자는 이 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원래의 의도인 ‘비판’보다는 연구자들의 비판적 인식과 대안적 작업을 ‘소개’하는, 현명하면서도 불가피해 보이는 글을 작성하였다. 대신 원래의 의도였던 비판은 에필로그에 ‘보완적 제안’으로 덧붙여져 있다. 그 비판은 온당한 편이다. 중국 신화 연구자들이 중화 중심의 경향에 대항하며 “중원 지역에 대하여 주변 지역의 힘을 예증하는 방식”을 택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선험적인 동질성을 전제하는, 비교 작업에서 흔히 빠지게 되는 ‘동일성의 질곡’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비판이 가능한 것이기는 해도 아직 생산성을 갖지는 못한다. 발표자가 “지금까지의 목표를 수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상투적인 제안 이상의 것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에.

 
2. 한국 무속 ‘신화’ 담론에 비판적인 이 발표는, 신화가 ‘만들어진 전통’이며 현재의 시각(혹은 현재의 기억)에서 구성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발표는 이 입장을 재론하는 데 주로 할애된다. 거의 유일하게 사용된 자료는 조선후기 재판자료인 <역적여환동추안>과 <자충걸추안> 기록을 언급한다. 무당을 중심으로 한 몇몇 민중들이 “물의 재앙을 통해 도성이 파국을 맞고 미륵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산간제천을 거행하는 역모 사건에 대한 것인데, 이런 면모는 한국 무속신화에서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이것은 논의의 지렛대로서는 아직 힘이 약하다.(예컨대 언급이 안 된 것인지 못 된 것인지를 따지는 소소한 논의부터 시작해서 밝혀져야 할 게 많으므로)
 
3. 레비스트로스 신화연구에 대한 단편적인 성격의 발표이기에 내가 받아들인 내용도 단편적. 도움이 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레비스트로스는 ‘신화를 통해서 인간이 어떻게 사유하는가’를 보여준 게 아닐라 ‘신화들이 인간의 마음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보여주고자 했다는 것. (2)신화와 음악이 비슷한 구도를 갖는다는 게 중요한 주제. 음악은 자연적 리듬(호흡 체계의 주기성이나 배꼽 시간)과 문화적인 훈련에 의해 생성된 주기성, 둘 다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문화와 자연이 접점에서 만들어진다. (3)친족 구조에 이어서 토테미즘이 주요 관심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 대한 지적. “친족 구조가 인간의 마음이 자아내는 사회적 자연성이라면, 그러한 사회적 자연성을 표상하는 것이 바로 신화.” 토테미즘은 바로 사회적으로 “사물들을 이어주고 끊어주는 방식”인 분류체계의 문제.
 
4. 1920-30년대 한국 신화 개념에 대한 발표. 서양의 ‘myth’와 동아시아의 ‘神話’가 다소 다른 개념의 역사를 지닐 것이라는 생각이 연구의 출발점. 그래서 이 서양 언어가 일본에서 번역되었을 때 “일본의 가미[神] 개념이 결합하여 神話라고 번역되어 동아시아에 유입”되었다는 중요한 테제를 제시하였는데, 이것은 문헌자료에 의해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 발표의 대부분은 단군 신화의 문제에 할애되는데, 그것이 신화라는 전체 문제에서 전부인 것인지,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 설명이 없기 때문에 다소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한국의 신화 연구는 일본의 신대사(神代事) 서술과 병행되어서 이루어졌다는 주장이 중요하다고 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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