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 벌레966 Kumbaya 어린이 방송을 틀어놓고 있는데(요즘 조카 봐주는 시간이 많다. --), “쿰바야”라는 노래가 나온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영가(spiritual)가 어째서 한국의 어린이 방송에서 나오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뒤져보던 중에, 흑인 영가-찬송가-동요, 이 세 영역 간에 통하는 부분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영가와 동요라는 동떨어져 보이는 영역을 통하게 하는 것은 구전(口傳)이라는 특성이리라. 예를 들어, 이라는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어린이를 위한 간단한 영어 노래들인데 적지 않은 수의 영가들이 눈에 띈다. ("Wade In the Water," "Go Down Moses," "Oh Happy Day," "Down By the Riverside," "Michael Row the Boat.. 2023. 5. 21. When God Dips His Pen Of Love In My Heart 요즘 즐겨 듣는 노래 하나 올려 놓는다. 앨리슨 크러스(Alison Krauss)라는 컨트리 음악 가수가 부른 노래로, 제목은 “When God Dips His Pen Of Love In My Heart”이다. “Now That I've Found You: A Collection”(1995)라는 앨범에 수록된 노래. 내용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가스펠의 내용으로 하느님의 성령을 체험한 기쁨을 노래한 것이다. 구원받음과 죄사함의 기쁨을 이야기하는 익숙한 이야기들인데, 두드러지는 부분은 아무래도 제목에 나타나는, 그 체험의 순간에 대한 감각적인 표현이다. “하느님이 내 마음에 사랑의 펜촉을 축이셨을 때”(When God Dips His Pen Of Love In My Heart)라는 제목은 가사 중간에는 “하.. 2023. 5. 21. 그들의 찬송가: The Rose 세번째 같이 부른 노래도 귀에 익은 팝송이었다. “The Rose"라는 곡. "love"라는 단어가 반복되면서 그들의 박애적인 정서가 물씬 풍겨나온다. 내 기억엔 부분적인 수정이 있었는데, 사랑은 면도날이라는 두번째 줄 가사는 불리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랑을 찬양하는 노래로 톤을 바꾸어놓은 것. 이 날 예배에 참석한 사람은 5명이었다. 목사 부부와 다른 부부 한 쌍, 그리고 할머니 한 분. 모두 백인 늙은이들이었다. 노래는 한 할머니가 나와서 재롱을 피우며 지휘하였다. 컴퓨터 미디 파일의 조야한 소리를 테이프에 녹음해와서 틀어주며 노래를 불렀다. 그 할머니나 옆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목사나 엄청난 음치여서 내가 알던 멜로디가 맞나 헷갈릴 정도였다. 아무래도 뉴에이지는 노래만큼이나 오래된 백인 노인들의 종.. 2023. 5. 21. 그들의 찬송가: Over the Rainbow (2006.3.1) 지난주 일요일에 갔던 뉴에이지 공동체 교회(New Age Community Church). 뉴에이지 운동과 교회라는 형식은 잘 조화되지 않는 조합이지만, 어쨌든 그렇게 운영되는 곳이 있어 궁금해서 가보았다. 교회가 있고, 목사가 있고, 일요일 오전에 예배를 드리는 곳이다. 뉴 에이지 그룹 중에서도 복고적인(기독교적인) 취향을 가진 곳으로 이해된다. 드리는 예배 역시 기독교의 틀을 사용해서 구성된다. 단어들만 조금씩 바꾸면서 주기도문(아버지를 아버지/어머니로 바꾸는 식) 외우고, 설교하고 성만찬도 한다. 명상 시간과 기를 모아서 서로를 치료해주는 순서가 있는 것이 특이하다. 뉴에이지 운동에 대해서는 좀더 경험이 쌓이면 이야기하겠고,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것은 우리들이 그 날 함께 불렀던.. 2023. 5. 21. Just A Closer Walk With Thee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고 하느님이 두려워 숨으려는 그 찰나에 다음 구절이 등장한다. 날이 저물어 선들바람이 불 때야훼 하느님께서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듣고 아담과 그의 아내는 야훼 하느님 눈에 뜨이지 않게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다. (창세기 3:8, 공동번역) 곧 이어 “네가 어디 있느냐?”라는 호통이 떨어지고 아담과 이브가 나와 벌을 받는 급박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그와 무관하게 이 문장의 표현은 사랑스럽다. “날이 저물어 선들바람이 불 때”라는 아름다운 시간에, 그들은 하느님이 거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다. 거니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이야기의 설정이지만, 설정이 설정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2023. 5. 21. 야퀴족 사슴 노래 미국 애리조나주와 멕시코 북서부 소노란 사막에 분포하는 야퀴(Yaqui)족이 스스로를 부르는 이름은 요예밈(Yoemem, 그들 언어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런 경우 어떤 이름을 취할 것인지 약간의 갈등이 생긴다. 학자에 따라서는 그들이 부르는대로의 이름을 찾아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큰 오해에 기반한 것은 아니므로 내 생각에는 그냥 통용되는 대로 야퀴족이라고 해도 무난할 것 같다.) 야퀴족의 역사에서 내 관심을 끄는 부분은 두 대목이다. 첫번째는 그들이 오랫동안 자신의 자주권을 위해 싸워온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17, 18세기 그들은 몇차례에 걸쳐 스페인 군대를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기록에서 그들은 사나운 사람들로 묘사된다. 야퀴족은 멕시코 정부와도 투쟁을 벌였.. 2023. 5. 21. 서러워 말아요 꽃잎이 지는 것을 (사진 출처: http://blog.empas.com/annylove/7898251 ) 요즘 듣기에 좋은 노래라서 올려놓는다. 서러워 말아요 꽃잎이 지는 것을 그 향기 하늘 아래 끝없이 흐를텐데 그 향기 하늘 아래 끝없이 흐를텐데 아쉬워 말아요 지나간 바람을 밀려오는 저 바람은 모두가 하나인데 밀려오는 저 바람은 모두가 하나인데 부르지 말아요 마지막 노래를 마지막 그 순간은 또 다시 시작인데 마지막 그 순간은 또 다시 시작인데 조동진이 만든 "다시 부르는 노래"에는 나와는 참 잘 맞는 만물유전(萬物流轉)의 세계관이 담겨있다. 조동진도 라즈니쉬 탐독하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그의 히피 취향이 되었든, 나의 도가적 취향이 되었든 굳이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정도 차원에서야 다 통하는 이야기인걸.... .. 2023. 5. 21. 불나무라는 노래 , 한국 대중음악에서 이처럼 은유의 중첩으로 이루어진 텍스트를 만난 적이 없다. 내가 방의경의 노래를 만나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어디 방씨 가수가 누구 있나 살펴보던 중에 그녀 노래들을 듣게 되었는데, 청아한 목소리와 낯선 가사들에 전기에 감전된 듯이 그냥 사로잡혀 버리고 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노래들은 엄청난 사연과 내공에 둘러싸인 노래였다. (방의경에 대해서는 한겨레21 기사, 주간한국 기사 1 / 2 참조) 지금의 우리와 방의경을 그나마 연결시켜 줄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양희은의 의 작사가라는 사실 정도이다. (김세화가 부른 (하양 나비)라는 노래도 방의경이 만들었다.) 그러나 70년대 방의경은 포크계의 두목으로 불리며 선굵은 활동을 하고 있었다. 남성으로는 김민기가 있다면 여성으로는 .. 2023. 5. 21. 사의 찬미를 들으며 얼마 전 1920년대 신여성에 대한 발표를 들으면서 윤심덕의 노래가 생각났다. 잘 알려져 있듯이 그녀는 김우진과 현해탄에서의 자살함으로써 생을 마감한다. 한 선생님의 질문이 재미있다. "그 사람들 죽음을 비극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어? 그렇게 죽음이 인생에서 아름다운 거라고 찬양하던 사람들인데 말야." 가 김우진의 작사란 걸 생각하면, 더 할 말이 없어지는 질문이다. (게다가, 유서에 남겨져 있는 김우진의 문장, "나는 밥을 먹는 이 나라가 싫다"를 보면 그나마 동정해주고 싶은 마음도 싹 가시는 게 사실이다.) 광막한 황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러 가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설움 발표 중에 .. 2023. 5. 21. 다들 아는 노래만 들어있는 앨범 정광태가 요즘 날고 있다. 독도 문제가 광풍처럼 우리나라를 휩쓸면서 “독도는 우리땅”이 연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고, 정광태 자신도 바쁘게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한 때는 외면받았던 외로운 노력이 늦게라도 인정받는 모습은 분명 보기 좋다. 지금의 초등학생까지도 익히 외우는 노래가 “독도는 우리땅”인데, 이 노래를 정광태의 앨범을 통해 들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노래의 유명세에 비해 그의 앨범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내가 그의 앨범을 갖게 된 것도 우연이었다. 길거리를 가다가 어느 레코드점이 점포정리 대처분을 하는 걸 보고 정광태의 앨범 를 천원인가 이천원인가 주고 샀다. (그 때 같이 산 앨범으로 권진원 1집 가 있다. 역시 희귀 앨범이다.) 별 생각 없이 산 시였는데, 내용에 놀.. 2023. 5. 21. 1938년 전화 통화 한국 대중문화에 사용된 외래어를 약간 언급했는데, 그걸 이야기할 때 꼭 소개하고픈 노래가 하나 더 있다. 사실 외국어 사용만이 이 노래의 특징은 아니고, 여러 주목할만한 점들이 있는 특이한 노래이다. 1. 이 노래는 저작권이 소멸되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노래이다. 저작권 소멸 요건은 매우 까다롭다. 작곡자, 작사자, 가수가 “죽은” 지 50년이 지나야 하고, 음반 취입된 지는 30년이 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그런 노래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지만 그래도 잘 찾아보면 3-40편 이상의 노래가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 기사를 참고할 것.) 1938년 발매된 “전화일기”라는 노래로 박향림과 김해송이 듀엣으로 불렀다. 1930년대에는 엽기발랄한 노래가 좀 유행했는데 이를'만요’(漫謠)라고 부른.. 2023. 5. 21. Gregorian "Sound of Silence" 수도사들이 부른 “Sound of Silence”를 듣는 순간, 거의 얼어붙은 듯이 꼼짝 않고 노래를 들었다. 멋진 어울림이다. 수도사만큼 침묵의 소리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수도원에서 오래 세월 동안 침묵 안에서 영성을 추구해온 내공이 빛을 발하는 듯한, 인상적인 공연이다. 찾아보니 이 노래는 “Gregorian Masters of Chant”라는 그룹이 불렀다. (http://www.gregorian.de/) 거창한 이름, 폼잡는 앨범 자켓 사진, 인기 팝송으로 채워진 목록. 실제 수도사를 초빙하여 부른 것이긴 하지만, 상업적인 의도가 다분하다. 그레고리 성가라는 게 악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어떠랴. 나는 이런 식의 상업적인 기획을 무척 좋아한다. 가야금으로 캐논 협주곡.. 2023. 5. 21. 이씨스터즈와 토착화 이씨스터즈의 "Muskarat Ramble"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분명 우리말 가사로 부르고 있는데, 주의해서 듣지 않으면 꼭 미국 노래를 듣고 있는 것 같다. 곡조나 분위기, 심지어 가사 발음까지 미국 노래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물론 이 노래는 번안 가요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노래는 전혀 우리 노래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잘 부른 노래이지만, 미국의 노래를 우리나라 사람의 목소리로 충실히 재현하였다는 느낌이다. Mcguire Sisters의 노래를 가져와 부른 것인데, 씨스터즈라는 그룹 이름에서나, 영어를 그대로 유지한 노래제목에서나, 심지어는 앨범에 있는 머리 모양에서나, 몸만 한국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씨스터즈-Muskarat Ramble .. 2023. 5. 21. 초기 한국 천주교 신자들이 부른 성가 초기 한국 천주교 자료들을 보다가 성가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자료들을 보았다. (다음 자료들은 모두 전정임의 [초기 한국 천주교회음악]에서 간접 인용한 것이다.) 19세기 말 조선땅에서 생경한 라틴어 성가들이 울려퍼지고 있음이 많이 기록되어 있다. 구한말 자료에서 만나는 라틴어는 참 낯설다. 1891년 10월 4일. 저녁 때 소성당의 강복식이 있었다. 마니피캇(Magnificat)을 노래하고 성체강복. ([뮈텔 주교 일기 1], p.18) 1892년 4월 16일. 6시 반에 성 토요일 예식... 프와넬 신부가 엑술텟(Exsultet) 노래. ([뮈텔 주교 일기 1], p. 44) 1893년 우리는 처음으로 진짜 성당의 천장 아래서 크레도를 노래부를 수 있었습니다. ([서울교구연보 1], p.139) 외국 .. 2023. 5. 20. 노래 부르는 교회 흑인 교회에서 노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미국에선 요즘 "black"이란 말을 안쓰기 때문에, "black church" 대신에 “African-American church"라고 부른다. 하지만 적당한 번역어가 없어 그냥 흑인 교회로 한다.) 노래를 부르면서 사람들이 모여 예배가 시작되고, 노래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노래로 마무리를 한다. 그래서 어느 흑인 교회 장로는 노래를, 신앙의 여정을 지켜주는 세 개의 지팡이--노래, 기도, 예배--의 하나라고 표현한다. 노래는 흑인 교인들에게 일상생활에서도 예배를 지속시키는 강력한 매체로 기능한다. 차 안에서 듣는 가스펠 라디오 방송은, 이들에게 핵심적인 종교 생활이다. 이들이 노래와 관련하여 즐겨 인용하는 성구들이 있다. 그 대부분은 시편이다. 예.. 2023. 5. 20.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