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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_자료/음악

야퀴족 사슴 노래

by 방가房家 2023. 5. 21.

미국 애리조나주와 멕시코 북서부 소노란 사막에 분포하는 야퀴(Yaqui)족이 스스로를 부르는 이름은 요예밈(Yoemem, 그들 언어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런 경우 어떤 이름을 취할 것인지 약간의 갈등이 생긴다. 학자에 따라서는 그들이 부르는대로의 이름을 찾아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큰 오해에 기반한 것은 아니므로 내 생각에는 그냥 통용되는 대로 야퀴족이라고 해도 무난할 것 같다.) 야퀴족의 역사에서 내 관심을 끄는 부분은 두 대목이다. 첫번째는 그들이 오랫동안 자신의 자주권을 위해 싸워온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17, 18세기 그들은 몇차례에 걸쳐 스페인 군대를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기록에서 그들은 사나운 사람들로 묘사된다. 야퀴족은 멕시코 정부와도 투쟁을 벌였다. 결국 패하기는 하였지만. 멕시코 정부와 투쟁하다 피난온 사람들은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몇 지역에 야퀴족 거주지를 형성해 살고 있다. 피닉스 남쪽에 과달루페라는 작은 도시도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내가 사는 템피에 인접한 가까운 곳이라 쉽게 그들을 만날 수 있다.


두번째는 그들의 종교 생활이다. 정치적 패배 이후 그들에게 강요된 종교는 가톨릭이었다. 그 상황에서 그들은 '자기 전통을 보존하는 방법'으로 기독교를 받아들였다. 기독교라는 큰 틀 안에 전통의 요소들을 결합해서 자기들만의 가톨릭 전통을 창출해낸 것이다. 그들의 화려한 부활절 의식은 두 전통 혼합의 대표적인 예가 된다.
(사슴 춤 공연 모습. 사슴 역할을 하는 이 사람을 파콜라(pahkola)라고 부른다)

오늘 올리는 자료는 기독교 의례가 아니라 사슴 노래(Deer Song)와 춤(Deer Dance)이라는 야퀴족 전통 의식이다. 사냥꾼이 사슴을 잡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여기서도 다른 북미 원주민 전통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대상과 인간과의 대등한 상호관계가 나타난다. 인간을 위한 사슴의 희생을 존중하고 감사하는 의미가 깔려있다. 노래에서 핵심적인 상징 개념으로 작용하는 것은 “꽃”이다. 사막에 흐드러지게 피는 꽃은 사막이 야퀴족에 선사하는 풍요를 상징한다. 꽃은 생명의 실체를 의미하는 세아타카(seataka)라는 말로 표현된다. 사슴 노래는 꽃 개념을 통해서 현실 세계인 후야 아니아(Huya Ania, 사막 수풀 세계)를 이상향인 세아 아니아(Sea Ania), 즉 꽃세계와 요 아니아(Yo Ania), 즉 조상의 세계를 매개해준다. 이 전통적인 꽃 개념이 야퀴 기독교에서 어떻게 은총 개념과 결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켄 모리슨의 “Sharing the Flower: A Non-Supernaturalistic Theory of Grace”를 참고할 것.
사슴 노래를 얻게 되어서 여기 올린다. 야퀴족 언어로 된 거라 무슨 내용인지는 하나도 모르겠지만. 이 노래는 채록되어 책으로 출판되었다. (Larry Evers and Felipe S. Molina, <<Yaqui Deer Songs/Maso Bwikam: A Native American Poetry>> (Tuscon: University of Arizona Press, 1987) 사슴 노래와 사슴 춤을 기록한 비디오(Seyewailo: The Flower World (New York: Norman Ross Publishing))도 볼 수 있었는데, 이 비디오의 공연에는 전통악기가 아니라 바이올린과 서양 피리가 연주에 사용된다. 야퀴족 전통이 얼마나 적응력과 생명력을 지니고 전승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작은 움막에서 햇빛 받으며 땅바닥을 기어다니며 하는 공연 모습은 솔직히 생각만큼 낭만적인 것은 아니었다. 꽃은 잘 떠오르지 않고 그들의 고된 삶만이 연상될 뿐이었는데, 그 역시 그들 삶의 정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메시지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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