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의 창조 이야기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고 하느님이 두려워 숨으려는 그 찰나에 다음 구절이 등장한다.
날이 저물어 선들바람이 불 때야훼 하느님께서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듣고 아담과 그의 아내는 야훼 하느님 눈에 뜨이지 않게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다. (창세기 3:8, 공동번역)
곧 이어 “네가 어디 있느냐?”라는 호통이 떨어지고 아담과 이브가 나와 벌을 받는 급박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그와 무관하게 이 문장의 표현은 사랑스럽다. “날이 저물어 선들바람이 불 때”라는 아름다운 시간에, 그들은 하느님이 거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다. 거니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이야기의 설정이지만, 설정이 설정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게 종교 텍스트의 특성 아닌가. 이 순간은 내가 성서에서 본 중에서 인간과 하느님이 가장 가까이 자리하는 순간이다. 그 가까움을 묘사하는 언어는 소박하기 그지없다. 비록 몇 초 후면 그 가까움은 산산조각이 나게되지만.
옛날 내가 참석했던 어느 집회(UBF 모임이라고 기억된다)에서는 두 시간 내내 “네가 어디 있느냐?”라는 호통이 쩌렁쩌렁 울렸다. 기독교 복음을 들려줘도 듣지않는 불신자들을 향한 경고이자 꾸짖음의 의미가 강한 외침이었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기독교인이 된다면 이 세상이 죄에 물든 타락의 상태라는 것보다는 이 세상이 창조되었을 때 “보기에 참 좋았다”는 말씀, 그리고 그의 바스럭거리는 발소리를 들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던 추억을 소중히 여기는 신자가 될 것 같다. 흔히 기독교 신학이 하느님의 초월성(transcendence)과 편재성(immanence)이라는 두 테마를 조화시키는 노력이었다고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런 불가능한 작업이야 종교쟁이들의 몫이겠지만) 편재성이라는 테마를 더 좋아하는 나의 취향은 굳이 집어넣자면 개신교보다는 천주교와 더 잘 맞는다.
“Just A Closer Walk With Thee”라는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면 나는 위의 구절을 떠올린다. ‘그 분과 더 가까이서 걷고 싶다’는 제목 때문에 그런 거긴 한데,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다. 사실 예수를 계속 부르는 이 노래와 관련된 구절로는 흔히 고린도후서 13:4를 꼽는다. (사실 그는 약하셔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셨지만, 하느님의 능력으로 살아 계십니다. 우리도 그의 안에서 약하지만, 하느님의 능력으로 그와 함께 살아나서, 여러분을 대할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내 식으로 들을 뿐이다. 절대자의 가까이 있음을 추억하며.
이 노래는 1800년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내려온 노래이다. 그러므로 이 노래에서 자신이 약하다고 흐느끼는 대목엔 농장에서 착취당한 흑인들의 아픔이 녹아있다. “걸음”이라는 평범하면서도 아름다운 행위를 통해 주에게 다가가는 착안에서도 그들 삶의 고됨이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흑인 민요로 구전되던 이 노래가 미국 전역에 알려진 것은 1920년대이다. 1920년대부터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종교 음악이 음반으로 만들어져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여기서부터 지금 “가스펠”이라고 부르는 상업적인 종교음악의 영역이 탄생하였다. “Just A Closer Walk With Thee”는 당시 가스펠 운동을 대표하는 최고 히트곡이었다. 이 노래는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을 받아, 지금도 계속해서 재즈, 블루스, 흑인 영가의 장르들에서 연주되고 있다. 숱한 명연주들이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조안 바에즈의 열창으로 이 노래를 듣는 것을 즐긴다. 지극히 세련되고 힘이 넘치는 방식으로 바에즈는 이 노래를 재해석해서 들려준다.
미국에서 가스펠이라는 장르 초창기를 대표하는 이 노래는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에서도 가스펠 장르의 처음을 알리는 노래가 되었다. 한국 가스펠송의 역사를 개관한 글에서 인용한다.
1971년 조영남은 "Just Closer Walk With Thee"를 "주님께 더 가까이" 라는 제목으로 직접 번안해 불렀고 이듬해부터 성가 앨범을 내기 시작했다. 1973년 서울 여의도에서는 빌리 그레이엄 전도집회가 열렸다. 연인원 3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인원이 참여한 이 대회에서 조영남은 기타 반주로 찬송을 불렀다. 당시로서 "저게 무슨 찬송가야.." 할 정도로 파격적인 창법으로 노래했다. 그의 노래를 두고 한국 기독교계에서는 찬반 양론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대중적인 스타일로 기독교적인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정서가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지만, 조영남은 문화를 창조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1969년에 발매된 앨범에서 조영남은 앨바스 프레슬리를 연상시키는 창법으로 이 노래를 불렀다.
Just A Closer Walk With Thee
I am weak, but Thou art strongJesus, keep me from all WrongI'll be satisfied As long,As I walk, let me walk Close to Thee.
Just a closer Walk with Thee,Grant it, Jesus, Hear my Plea,Daily walking Close to Thee,Let it be, dear Lord, Let it be.
Through this world Of Toil and Sweat,If I falter, Lord, who cares?Who with me My Burden shares?None but Thee, dear Lord, None but Thee.
Just a closer Walk with Thee,Grant it, Jesus, Hear my Plea,Daily walking Close to Thee,Let it be, dear Lord, Let it be.
Now when my feeble Life is o'er,Hard times for me Will be no more;Just guide me gently, Safely o'erTo Thy Kingdom Shore, To Thy Shore.
Ah just a closer Walk with Thee,Grant it, Jesus, Hear my Plea,Daily walking Close to Thee,Let it be, dear Lord, Let it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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