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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_자료173

사랑의 윤회 처음에 종교영화에 대한 어떤 글에서 불교적 주제를 갖는 영화로 (Groundhog Day, 1993)을 소개한 것을 보았을 때, 난 코웃음을 쳤다. 반복되는 시간이라는 소재를 윤회에 갖다 붙이는 것이 지나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 이 영화를 다시 보았을 때, 영화의 짜임새를 느낄 수 있었고 다소 오락적이라고 생각했던 결말도 꽤나 진지하게 다가왔다. (제작자의 의도와는 별개로) 충분히 불교적인 주제에 대해 말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펑츄토니Punxsutawney 마을이 사바세계로 내게 다가왔다. 윤회의 굴레 영화에서 강조되는 것은 반복되는 일상의 숨막힘이다. 성촉절Groundhog Day 취재를 위해 펑츄토니 마을에 간 주인공은 계속 되풀이되는 2월 2일을 맞이하게 된다. 동일한 장소에서 .. 2023. 4. 14.
타자의 혼성성, 중공군과 인민군 영화 (2003)는 뻥쟁이 주인공의 “미국적” 무용담(혹은 신화)으로 가득 차 있다. 주인공은 군대에 들어가게 되고, 병역기간을 줄여 빨리 약혼자에게 돌아가기 위해 위해 위험한 임무를 자청한다. 그 중 하나는 “윙 카이 탕 발전소에서 설계도를 훔치라는 비밀 임무”이고, 그는 이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쌍둥이 여가수를 만나 함께 미국으로 귀환한다. 우리 입장에서 흥미로운 것은 그가 중국에 침투해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설계도를 뺏어오는 장면에서 주인공이 기묘하게도 ‘북한군’과 대결한다는 것이다. 막사 안에서는 두 북한군이 “아니 이것이 왜 이렇게 모자라?”라고 한국말로 대화하다가 미국인이 침입하자 “너는 누구냐?”라고 외치고 나서는 쿵푸 동작을 하며(!) 달려든다. 내가 듣기.. 2023. 4. 14.
사우스파크, "몰몬교에 대한 모든 것" 사우스파크 시즌7 제12회 "All About Mormons"(South Park S7 E12, 2003). 한 논문에서 언급된 것을 보고 구해다 보았는데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었다. 후기성도교회(이하 몰몬교로 지칭)에 대해여, 그리고 신앙의 속성에 대해 생각하게끔 해주는 수준 높은 내용을 담고 있다. 1. 두 문화의 만남 [1:50-3:00] 스탠과 개리 / [8:40-10:40] 스탠 아버지와 개리 가족 처음에 인상적인 것은 미국 거친 일반적 문화와 가족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몰몬교 문화의 만남을 묘사하는 장면이다. 학문적 언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몰몬교도들은 평균적으로 착하다. 건전한 생활을 하고 가족을 중시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사람들, 내가 겪어본 그들은 그러했다. 그.. 2023. 4. 14.
"가인과 아벨의 수난" 영화 의 상영과 그에 대한 반응은 하나의 종교현상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멜 깁슨 감독은 예수 생애에 대한 전통에서 폭력성과 고통의 요소들을 추출하여 이 영화를 만들었다.(이 글을 참조할 것.) 제작될 때의 여러 우려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일단 상영되자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큰 환영을 받았다. 감독의 강한 가톨릭 신앙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환호와 열광은 가톨릭과 개신교를 넘어 전기독교적으로 만장일치에 가까운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랬고, 미국에서도 그랬던 것 같다. 흔히 이런 식의 열광은 작품에 대한 평가나 분석을 저해하는 분위기를 낳곤 한다. 내 경우에는 이 영화에 대한 분석은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반응의 분석은 아직 제자리 걸음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이한 열광에 대.. 2023. 4. 14.
20세기초 선교사의 용법으로 사용된 ‘페티시’ 필요에 의해서 영화 한 편을 꾹 참고서 끝까지 보았다. 송혜교가 주연한 영화 . 이상하고 이해도 되지 않는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내가 필요로 했던 내용은 영화에서 페티시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냐는 것이었다. 야릇한 영화 포스터로 미루어 보거나,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실낱같은 기대 중 하나가 송혜교와 관련된 야한 장면이 있을 거라는 점을 염두에 둘 때, 나는 이 영화에서 페티시라는 단어가 야한 용법(프로이트적 용법, 이 단어의 여러 의미에 대해서는 이 글을 참고할 것)으로 쓰였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영화를 본 결과 페티시는 무당의 방울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것은 19세기말, 20세기초에 선교사들이 한국 무교의 상징물, 특히 무구巫具를 영어로 표현할 때 페티시라고 했던, 바로.. 2023. 4. 14.
영웅 신화 구도의 전형적인 예, <오즈의 마법사> 크리스토퍼 보글러(그의 직업은 ‘시나리오 컨설턴트’이다)의 다음 책은 조지프 캠벨의 영웅 신화구조를 영화 시나리오에 알맞게 다듬어낸 결과물이다. 이 내용이 영화 제작에 큰 영향을 미쳤음은 쉽게 짐작이 된다. Christopher Vogler, (Michael Wiese Productions, 2007) 여기서 제시된 영웅 신화 구조의 12단계는 아래와 같이 정리된다. 이 책에서는 영화 (1939)를 가장 전형적인 사례로 사용한다. 책의 내용을 따라 영화를 보고 정리해보았다. 분리>> 1. [1:56-5:30]일상 세계 캔자스의 일상생활이 황갈색 화면으로 그려진다.(이것은 오즈 세계를 컬러로 촬영한 것과 대조된다). 영화에서 캔자스 부분은 원작에 비해 길고 비중있게 처리된다. 모험이 일상에 어떠한 의미를 .. 2023. 4. 14.
“엑소시스트”의 처음 10분 영화 (1973)의 처음 10분은 악마(혹은 귀신)가 어디서 온 건지를 암시하는 데 할애된다. 악의 발원지는 이라크의 한 고고학 유적지이다. 악의 근원은 기독교 외부의 타자로 설정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기근을 몰고 오는 메마른 바람의 신 파주주Pazuzu가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고대 이교라는 근원은 현대의 이슬람의 이미지와 교묘하게 겹쳐진다. 영화는 고대 이교와 이슬람을 교묘하게 직조하면서 불안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신부 겸 고고학자라는 다소 이상한 설정까지 해가며 공들여 만든 영화의 첫 10분에서 뽑은 몇 장면들. 출토된 악의 형상 유적지를 돌러싼 아름다운(?) 이슬람의 이미지 미심쩍은 무슬림 모습 삽입. 줄거리와 무관하게 이상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무슬림들의 기도(살라트) 현장.. 2023. 4. 14.
"미션"에 대한 무식한 관점 종교 영화들을 개관한 한 책에서 에 관한 글은 다음과 같이 끝맺는다. 은 1986년 칸느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주제인 ‘인간 사랑’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작년에 한국의 어느 평론가가 을 ‘백인우월주의’에서 만들어진 졸작으로 선정한 적이 있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온건한 분위기의 글에서 갑자기 이런 폭력적인 언사가 튀어나와 당황스러웠다. ‘무식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한 것일까? 칸영화제 상을 탔을 정도의 수준 있는 작품을 몰라보았다는 뜻일까? 아니면 좀 넓게 해석해서 앞 단락에서 언급한 예수회 선교사들의 숭고한 행동(교회 정책 대신에 과라니족의 편을 들었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뜻인가? 어느 쪽이든 간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는 이 잘 만든 영화라고.. 2023. 4. 14.
"패션(수난)"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 최근에 수업 때문에 영화 를 반복해서 보아야 했다. 눈을 질끈 감으며 볼 수밖에 없는 이 영화, 그러나 열 번 가까이 보는 시점에서는 사과를 깎아 먹으며 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런 흉측한 장면을 학생들에게 억지로 보여주었다는 것이 영 찝찝했는데, 이 포스팅을 정리하는 시점에서 문경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사건이 보도되어서 찝찝함은 배가되었다. 심지어 그 사건을 보도한 한 뉴스에는 영화 장면이 영상자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아, 이 글 올리는 심정, 정말 별로다. 영화를 해설하기 위해 국내에 나온 논문들을 참조하였는데, 그 내용이 천편일률적이라 약간은 실망하였다.(내가 참조한 글은 다음과 같음. “에서 재현된 ‘역사적 진실’”, “기독교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십자가 복음에 관한 연구”) 내.. 2023. 4. 14.
“지킬 것은 지킨다” 박카스 광고를 보다보면 마음이 훈훈해질 때도 있지만 가끔은 마음이 답답해질 때도 있다. 10여 년 전에 “젊음, 지킬 것은 지킨다”라는 카피로 박카스 광고가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한 젊은 남녀가 죽어라고 뛰는 광고였다. 뛰어가는 애들 머리 위로 “딴 건 다 괜찮은데 귀가시간은 지켜야지.”라는 아버님이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 아이 집에 겨우 도착해서 땀을 닦는 이들을 보여주며 “젊음, 지킬 것은 지킨다”라는 카피가 등장한다. 내가 느낀 것은 기성세대에 대한 순응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는 답답함이었다. 이처럼 세련된 방식으로 기성세대의 명령을 전달한다면 그에 대한 반항도 누그러질 수밖에 없는 법. 그런 의미에서 이 광고는 건전한 젊음이라는 미명하에 세대간 갈등 해소에도 도.. 2023. 4. 14.
밀양의 기본 구도 최근 한국 영화 중에서 종교 문제를 다룬 걸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영화 . 주제에 대한 본격적인 음미는 아직 할 단계가 아니고 일단은 줄거리를 요약하기 위한 글. 영화는 대략 다음과 같이 나누어진다. 1) [첫 45분] 밀양에 도착. 신애와 주변 사람들 묘사, 준이의 실종. 2-1) [53-1:10] 준이 실종사고의 전모가 밝혀짐. 신애는 방황하다가 기도회에 참석하게 됨. 2-2) [1:11-1:29] 안수를 받고 개신교인으로서의 삶 시작. 개신교인으로서 회개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신애의 모습. 살인자를 용서하기로 결심하기까지의 과정. 3) [1:29-2:19] 그러나 면회 후 살인자가 이미 용서받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신애의 반기독교적인 투쟁 시작. 결국 생의 중심을 잃고 정신병원에 갔다가 나.. 2023. 4. 14.
현대 영웅신화의 전형, 슈퍼맨 현대의 영웅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옛날 영화 (1978)을 찾아보다. “무한한 힘을 가진 영웅의 위장”이라는 신화적 테마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호소력은 “유한성을 자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불현 듯 특별한 인간(영웅)이 되기를 꿈꾸는 현대인들의 동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될 수 있겠다.(, 195) 그런데 보편적인 특성 못지 않게 미국적인 특성에 대해서도 생각할 여지가 많다. 1. 탄생의 비밀, 비범한 탄생[17:50] 크립톤 혹성이 멸망할 때, 아기 슈퍼맨은 모세처럼 구유에 태워져 지구로 보내진다. ->지구에 도착 *이것은 천상에서 지상으로 떨어진(타락한) 천사의 지상여행 모티브를 지니다. 천상의 기원을 잊고서 지상에서 지내는 천사... 2. 평범하게 자라나지.. 2023. 4. 14.
'센과 치히로...'의 통과의례적 구조 통과의례의 기본적인 구도는 분리-격리-결합이다. 이 구도는 영웅 신화에서 영웅의 성장이라는 ‘통과제의적인 구조’로 응용된다. 조셉 캠밸이 영웅 신화 분석을 통해 정교화시킨 바 있는 이 도식은 현재 영화 제작자들에게 교과서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워낙에 보편적인 도식인데다, 제작자들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되다 보니 영웅에 관한 작품들은 대부분 이 도식으로 설명되는 것 같다. 분리> 1. 일상세계에서 벗어남 2. 모험의 소명 3. 주저하거나 소명을 거부 4. 정신적 스승의 격려와 도움 격리> 5. 첫 관문을 통과하고 특별한 세계로 진입 6. 시험. 협력자와 적대자를 만남 7. 동굴 가장 깊은 곳. 두 번째 관문 8. 시련을 이겨냄 9. 보상을 받음 통합> 10. 귀환의 길에 오름 11. 세 번째 관문.. 2023. 4. 14.
티아라가 타자를 대상화하는 방식 무의미한 가사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티아라의 신곡 의 뮤직비디오에는 북미원주민 이미지가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이 뮤비에서 티아라가 연기하는 ‘인디언’에는 미지의 타자를 대상화하는 전형적인 방식들이 모여 있다. 뮤비가 기대고 있는 상투성 덕분에 이 뮤비는 타자화 방식을 보여주는 교재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여기서 타자 이미지가 사용된 방식을 정리하는 것이 무의미한 작업은 아닐 것 같다. 1. 인디언은 가상의 장소(미지의 장소)에 있는 원시인이다 뮤비는 어느 비행사가 이름 모를 섬에 추락하면서 시작한다. 그 미지의 섬에서 티아라 인디언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여기서 인디언은 북미 대륙이라는 특정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알 수 없는 어딘가에 사는 사람들이고, 철저하게 .. 2023. 4. 14.
루저가 데미갓이 되다 좀 시시하긴 했지만 애초부터 오락용이라기보다는 학습용으로 보았던 영화 . 여기서 학습이라고 하는 것은 그리스 신화가 현대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어떻게 번역되었는가를 배우고 싶었기 때문. 쉽게 말하면 요즘 신화를 어떻게 팔아먹고 있는지를 보고 싶었던 것. 질 높은 번역이라고 평할 수는 없지만,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만듦새 때문이었는지 영화를 보는 동안 좀처럼 긴장감을 느끼지 않았고, 그래서 영화의 줄거리에 몰입하지 않고 원래 목적대로 비평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2023.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