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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_자료/영상

"가인과 아벨의 수난"

by 방가房家 2023. 4. 14.

영화 <패션(오브 크라이스트)>의 상영과 그에 대한 반응은 하나의 종교현상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멜 깁슨 감독은 예수 생애에 대한 전통에서 폭력성과 고통의 요소들을 추출하여 이 영화를 만들었다.(이 글을 참조할 것.) 제작될 때의 여러 우려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일단 상영되자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큰 환영을 받았다. 감독의 강한 가톨릭 신앙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환호와 열광은 가톨릭과 개신교를 넘어 전기독교적으로 만장일치에 가까운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랬고, 미국에서도 그랬던 것 같다. 
흔히 이런 식의 열광은 작품에 대한 평가나 분석을 저해하는 분위기를 낳곤 한다. 내 경우에는 이 영화에 대한 분석은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반응의 분석은 아직 제자리  걸음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이한 열광에 대한 풍자를 하나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여기 간단히 소개한다.

 

<심슨 가족The Simpsons>의 16시즌 제8회 “Homer and Ned’s Hail Mary Pass”에서 <패션>에 대한 열광을 풍자하는 대목이 있다. 호머의 아내인 마지 심슨(그녀는 독실한 개신교인이다)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내용인데, 그녀가 느끼는 것은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하다. 폭력과 고통의 요소로 제작된 기독교물, 그에 대한 열렬한 환호 속에서 혼자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딱 그러했다. 마지가 '흠' 소리를 내며 그르렁 댈 때의 타이밍이 나와 정확하게 일치했던 것이다.

마지 심슨이 본 상영물은 호머의 독실한 개신교인 이웃 네드 플란더스Ned Flanders가 제작한 것이었다. 여기서 잠시 네드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 그는 독실하고 보수적인 미국 개신교인을 표현하는 캐릭터이다. 아마 내가 아는 대중문화 작품에서 개신교인을 가장 잘 표현한 인물이지 않을가 싶다. 그는 매우 선하고 도덕적이고 종교적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하는 인물이지만, 종교적 성향은 매우 보수적이어서 세속 문화가 악에 물들어 있다고 보고(그가 흔히 언급하는 예는 동성 결혼 허용이다) 그에 대항하는 기독교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가 기독교적 영화로 만든 것은 <패션>을 패러디한 <가인과 아벨의 수난>이다. 
 
여기서 패러디된 내용, 그에 대한 마지의 반응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만화의 속성상 풍자는 매우 경쾌하고 전개는 매우 빠르다. 아주 철저하게 물고 늘어지지는 않지만 가벼운 잽으로 사안을 충분히 포착하는 힘이 느껴진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가톨릭 전통 내에 내재한 폭력과 고통의 요소는 성인 숭배 전통에 보존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16시즌 제21회 “The Father, The Son, and The Holy Guest Star”에서 재미있게 포착된다. 바트가 가톨릭 학교에 들어가 쿨(cool)하다고 좋아하던 그 부분이 바로 그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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