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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메모116

메노키오 노인의 기독교 -"치즈와 구더기"에서 “모든 것이 혼돈이었습니다. 흙, 대기, 물, 불이 함께 뒤섞여 있었습니다. 그것들이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었고, 우유로부터 치즈가 만들어지듯이, 거기서 벌레들이 생겨났는데, 그 벌레들은 천사였습니다. 신성한 권위에 의해 하느님과 천사들이 있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은 천사였고, 하느님 역시 계시었는데, 그 역시 그때 동시에 그 덩어리로부터 창조된 것입니다. 그는 왕이 되어 네 대장, 루시퍼, 미가엘, 가브리엘, 라파엘을 거느렸습니다. .....................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는 하느님의 자녀들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들이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에 매달린 분은 우리들과 동일한 본성을 지녔는데, 다만 더한 위엄을 지녔을 뿐입니다. 마치 교황이 우리와 동일한 사람인데 권.. 2023. 4. 19.
로베르 성인의 어떤 수행법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천국에서는 손가락 놀리듯이 좆을 마음대로 놀릴 수 있을거라고 상상했다. 마치 악수를 하듯이, 꼴리는 대로가 아닌 마음대로의 섹스를 하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정욕, 이것은 기독교사 내내 수도사들에게 일차적으로는 극복의 대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정욕을 불러일으키는 여자 역시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차분하고 신중하기 이를 데 없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논문의 행간에도 여자들에 대한 공포, 그래서 야기되는 적개심을 읽어낼 수 있을 정도이다. 로베르 성인(Robert of Arbrissel)은 여자들을 위해 헌신한, 11-12세기에 활동한 수도사였다. 일생동안 많은 여자 수도원을 건립하였다. 그런 그가 행한 수행 방식은 다소 엽기적이다. 그의 수행에는 .. 2023. 4. 19.
중세의 여자 취급 여느 사회와 마찬가지로, 서양 중세 남성들의 고민은 어떻게 말 안듣는 여성을 복속시킬 것인가였다. 하지만 그 고민의 차원이 달랐다. 그 시대는 살과 피가 튀는 살벌한 시대였고, 여자들이 문자 그대로 인간으로 여겨지지 않은 시대였다. 이러한 말도 안되는 취급은, 창세기 신화의 이브에 대한 해석을 통해 정당화되곤 하였다.(특히 대중적 차원에서는 더 심했다.) 몇가지 자료를 살펴 보자. 1. 프랑스 한 지방의 관습법. 여기서 마누라한테 맞는 남자들은 범죄자로 규정되었다: “부인에게 두드려맞는 남편은 체포해서, 당나귀에 얼굴을 꼬리쪽으로 거꾸로 태워서 망신을 줘야 한다.” 2. 13세기 보베 지역: 부인이 남편에게 무언가를 해주기를 거부할 때, 남편는 부인을 팰 수 있도록 허용되었다. 3. 14세기 보르두 관습.. 2023. 4. 19.
민주주의의 제3의 물결과 기독교 "문명의 충돌"로 유명한 새뮤엘 헌팅턴의 책 중에 "제3의 물결: 20세기 후반의 민주주의화"이라는 책이 있다.(우리나라에는 소개되지 않았다.) 토플러 책과는 다른 책으로, 20세기 후반, 한국을 포함해서 남미, 아시아, 남부 유럽 등의 민주화 과정을 제3의 물결로 묶어 다루고 있다. 꽤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 중간에 종교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논하는 대목이 있다. 헌팅턴의 주장은 선명하기 이를 데 없다. "기독교 없는 곳에 민주주의 없다!" 헌팅턴은 숫자를 통해 논의를 펼친다. 이 기간 중 민주주의화 된 곳 몇 나라. 그 중에서 기독교 국가 몇 개. 이런 식이다. 헌팅턴의 똘아이 기질 잘 드러나는 논법이지만, 그 논법은 상식에 아주 부합하는 것이라 격파하기에 좀 시간과 노력이 든다. (헌팅턴의 기본 주.. 2023. 4. 19.
몇몇 잡스러운 상식들 를 읽다가 새로 알게 된 짜투리 이야기들. 미국 역사와 문화 구석구석을 다루는 책이다보니, 막힐 때도 많다. 미국 사람들에게 상식일 이런 이야기들을 미리 좀 안다면 책이 술술 읽힐 텐데, 그래도 책 읽다 막히는 부분 있으면 찾아보는 것도 요즘처럼 시간이 남으니 가능한 일이다. 학기중이라면 엄두도 못낼 일이다. 책의 주된 논의는 제쳐 놓고, 새로웠던 사실 몇 개를 정리해 본다. 1. In God We Trust "In God We Trust"라는 슬로건. 너무 유명해서인지 책에서 제대로 설명도 안하고 넘어가는 내용이었는데, 한참 읽고서야 감이 잡혀서 얼른 내가 갖고 있는 미국돈들을 살펴보았다. 그렇다. 모든 미국 화폐와 지폐들에는 "In God We Trust"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미국의 공공생활에.. 2023. 4. 18.
Touchdown Jesus 학교 서점을 구경하다가 요즘 미국 종교사 교과서로 널리 사용되는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미국 종교사 분야에서 인정받는 저자가 쓴, 매우 흥미로운 주제의 책, "터치다운 지저스"라는 책을 사고야 말았다. 제목은 알쏭달쏭하지만, 부제를 통해 책의 내용을 알 수 있다. "미국사에서 성스러움과 세속적인 것의 뒤섞임." 터치다운은 미식축구 용어로, 골을 넣었다는 것이다. "터치다운 지저스"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책의 처음 부분을 읽으면 나온다. 미국에서 가장 큰 가톨릭 학교인 노틀담 대학은 유명한 미식축구팀을 갖고 있다. (나도 텔레비젼에서 이들의 경기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이 학교의 미식축구 경기장은 우연히도 도서관 건물과 맞닿아 있는데, 그 도서관 벽면에는 손을 올리고 있는 예수가 그려져 있.. 2023. 4. 18.
미국서 배우는 공부/ 우리 학문하기 탈식민주의와 학문하기는 까다로운 주제인데, 명료한 언어로 쓰여진 책을 하나 만났다. 심재관의 [탈식민시대 우리의 불교학]. 일단 잘 이해된 언어가 신뢰감을 준다. 어려운 주제인데 참 쉽게 읽힌다. 서구 문헌학, 오리엔탈리즘, 불교학, 일본의 근대 학문 그리고 한국의 불교학에 관한 이야기들... 자세히 알지 못했던 부분인데 잘 정리되어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서구 탈식민주의 이론들을 잘 정리해서 소개해주는 책이냐 하면, 그 반대이다. 서구의 이론적 논의들을 충분히 소화하면서도 아시아와 한국의 근대의 상황, 그리고 현재의 학문의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책이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마저도, 저자의 입장과 주장이 참으로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는 미덕은 인정할 것이다. 난.. 2023. 4. 18.
"Ritual Process" 전에는 이 책의 제목에 대해서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번에 읽으면서 과연 “Ritual Process"가 어떻게 번역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제의 과정? 제의 절차? 여기서 process란 도대체 어떤 의미를 지닌 걸까? 이 책은 기본적으로 아프리카 엔뎀부족의 입문 의례에서 나타나는 제의 구조를, 일반 사회가 돌아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개념틀로 확대 적용하는 짜임새를 지닌다. 그 확대 적용 과정에서 터너는 코뮤니타스(communitas)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넣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터너가 이 책에서 말하는 제의의 과정은 (5장 첫부분에 설명이 되어 있는데,) 통과 의례의 삼단계, 즉 분리-전이-통합(다른 용어로는 pre-liminal, liminal, post-liminal)이다. 통과 의례에서 .. 2023. 4. 18.
마나를 개념화하기 마나이즘을 주창한 매럿의 대표적인 글, “마나를 개념화하기The Conception of Mana”의 요약문을 번역한 것이다. 그의 저서 에는 논문마다 요약문이 실려 있어 정리에 도움이 된다. 다음은 해당 논문의 요약문을 번역한 것. 글이 약간 난삽한 건 내 탓은 아니다. (다음은 글 전체 내용: Marett_Conception_Mana.pdf ) 글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은 대충 다음과 같다: 개념의 일반화라는 종교학의 과제 / 마나 개념의 일반화 / 마나-터부라는 이원적 개념틀을 통한 종교 개념 제시 / 애니미즘이라는 기존 이론과의 관계 설정. 종교학(the science of Comparative Religion)이 마나(mana)나 터부(tabu)와 같은 원주민의 표현을 일반적인 범주로 사용하고자 할.. 2023. 4. 16.
뮐러, 종교학의 회고 F. Max Müller, "Science of Religion: A Retrospect," 219-2843 (Dec 31, 1898): 909-913. 파일: Muller-Retrospect.pdf 막스 뮐러의 말년(그는 1900년에 사망한다)에 신문에 기고한 글로, 그가 반세기 가까이 선도해왔던 종교학의 흐름에 대한 정리가 담겨 있다. 1865년 들었던 종교학 강의에 대한 회고로부터 시작해서 그가 주목하는 것은, 개별적인 종교사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일반적인 종교로, 추상으로서의 종교를 도출하려는 노력으로 발달되어갔다는 것이다. 헤겔의 예를 들면서 종교 기원에 대한 설명이 이러한 이론화의 노력으로서 제시되었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문제점은 남아있다. 그런 이론들이 자료로 뒷받침된 것이 아니라는 것. “우.. 2023. 4. 16.
선교에 대한 뮐러의 강연 Muller, F. Max, "Westminster Lecture on Missions," (New York: C. Scribner, 1876), 4: 238-266. PDF 파일: Muller_on_mission.pdf 종교학의 아버지 막스 뮐러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선교를 주제로 한 강연. 이 강연에서 선교사와 친함을 유난히 강조하는 뮐러의 언술은 그만큼 친하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것이었으리라. 종교학이라는 불온한 학문을 잉태하려는 학자인 그가 기독교인들에게 환영받았을 리 없었겠지만, 그럼에도 그는 현실적으로 비서구세계 지식의 채널이 되었던 선교사들과의 유대가 필요했다. 그리고 신앙인으로서의 진정성이 기저에 있는 것도 물론이고. 그는 이 강연에서 세 가지 선교를 이야기한다. 첫째는 부모로서의 선교 상.. 2023.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