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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메모

Touchdown Jesus

by 방가房家 2023. 4. 18.

학교 서점을 구경하다가 요즘 미국 종교사 교과서로 널리 사용되는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미국 종교사 분야에서 인정받는 저자가 쓴, 매우 흥미로운 주제의 책, "터치다운 지저스"라는 책을 사고야 말았다. 제목은 알쏭달쏭하지만, 부제를 통해 책의 내용을 알 수 있다. "미국사에서 성스러움과 세속적인 것의 뒤섞임."

터치다운은 미식축구 용어로, 골을 넣었다는 것이다. "터치다운 지저스"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책의 처음 부분을 읽으면 나온다. 미국에서 가장 큰 가톨릭 학교인 노틀담 대학은 유명한 미식축구팀을 갖고 있다. (나도 텔레비젼에서 이들의 경기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이 학교의 미식축구 경기장은 우연히도 도서관 건물과 맞닿아 있는데, 그 도서관 벽면에는 손을 올리고 있는 예수가 그려져 있다. (아래 사진 참조) 묘하게도 홈팀 노틀람 대학팀이 골을 놓는 쪽에 예수의 모습이 서있고, 손짓도 터치다운 때 기뻐하는 식으로 처리되어 있어, 이 예수는 노틀담 미식축구 팬들에게 하나의 상징처럼되었고 "터치다운 지저스"라고 불린다. 이 학교 미식축구팬들이 예수를 자기 팀의 수호신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기장을 증축하여 이제는 예수의 모습이 좌석에 많이 가려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터치다운 지저스는 중요한 상징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 작은 일화를 통해 저자는 책의 주제를 인상적으로 제시한다. 바로 미식축구와 같은 공적인 영역에 종교가 자연스럽게 결합되는 미국 문화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이처럼 스포츠 상식에 가까운 사실들을 통해 종교 문화의 중요한 현실을 드러내 보인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극단적으로 재미있는 책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다는 것은 미국인 독자한테 해당하는 말이지, 미국 문화에 대한 상식이 턱없이 부족한 나같은 사람에게는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사소한 예 하나하나가 내겐 무지 어려울 거다.
아직 앞부분을 약간 맛보았을 뿐이지만, 이 책은 미국의 세속 문화가 어떤 종교적 의미와 연관되는지 해설해주는 정도의 가벼운 책이 아니다. 서문에서 나타나는데, 이 책이 정면으로 다루는 것은 "종교와 정치 분리"라는 상식에 관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흔히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기에,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제기이다. 우리는 흔히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선진사회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교분리가 명시된 것은 헌법상에서 뿐이고 현실에서는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적이 없다. 이건 미국 역사를 통해서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 서구사회에서 정교분리가 이루어진 게 아니고, 사실은 법적으로 정교분리가 선언된 상태에서 다른 양상으로 정치와 종교가 관계를 맺어온 것이다.

우리 머리 속에 있는 정교분리는 가상적인 것에 불과하다. 진리가 아니다. 우리가 이슬람 국가들이 정교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서구보다 열등한 사회로 판단을 내린다면, 그것은 잘못된 전제에서 이루어진 판단이다. 최근의 조용기 목사의 정치적 움직임에는 비판할 것이 많지만, 그 이유가 "목사가 주제넘게 정치에 관여해서"라면 그것은 잘못된 전제에 근거한 비판이다. 우리의 상식인 정교분리에는 다시 논의할 것이 많다. 아, 이건 너무 긴 이야기가 된다. 해서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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