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들 비판
에라스무스, 문경자 옮김, (랜덤하우스중앙, 2006)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의 절정부는 당시 종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쏟아지는 마지막 대여섯개의 섹션들이다. 사제, 수도사, 신학자, 그리고 주교들과 교황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거명하며 비판하는 부분은, 그 앞의 다른 풍자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앞에서 학자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풍자와 해학의 느낌이 많이 풍긴다면, 이 뒷부분에서는 작심을 한 듯 준엄하다. 풍자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비판하기 힘든 세력을 대한다는 비장함이 서려있어서일까, 좀더 묵직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들의 야심은 그리스도를 닮는 것이 아니라 그들끼리 서로 달라지는 것”(146)이라는 수도승에 대한 야유도 재미있지만,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신학자..
2023.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