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들 비판
에라스무스, 문경자 옮김, (랜덤하우스중앙, 2006)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의 절정부는 당시 종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쏟아지는 마지막 대여섯개의 섹션들이다. 사제, 수도사, 신학자, 그리고 주교들과 교황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거명하며 비판하는 부분은, 그 앞의 다른 풍자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앞에서 학자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풍자와 해학의 느낌이 많이 풍긴다면, 이 뒷부분에서는 작심을 한 듯 준엄하다. 풍자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비판하기 힘든 세력을 대한다는 비장함이 서려있어서일까, 좀더 묵직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들의 야심은 그리스도를 닮는 것이 아니라 그들끼리 서로 달라지는 것”(146)이라는 수도승에 대한 야유도 재미있지만,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신학자..
2023. 4. 25.
민간신앙의 어휘, 깨끗함
인상 깊게 들었던 강연이라 가끔 생각이 나곤 했는데, 오늘 글이 눈에 띄어서 관련된 부분을 옮겨 놓는다. 이필영 선생의 “민속학에서 본 종교”의 일부이다. 요는 민간신앙에서 사용되는 살아있는 어휘들에 대해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시된 예들이 주옥같다. 가능하면 민간신앙의 현장에서 쓰이는 우리네의 민속적 종교 개념으로 우리의 민간신앙을 파악하고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위한다, 모신다, 부정, 깨끗한, 비손, 뱅이, 장승치기, 해물리기, 잔밥먹이기, 탈, 살(煞), 주당(周堂), 손, 강철, 옥녀각시, 춘향아씨, 성주께, 썩은 달, ‘돌팍에도 사뭇 빌면 걷는다’, ‘삼신도 가르칠 대로 간다’, ‘귀신도 먹으면 먹은 값한다’ 등의 무수한 주요한 낱말과 어귀는 민간신앙을..
2023.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