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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320

"종교와 독서"에 관련된 책들 Robert Brown, "Reading (Writing) and Religion," Religious Studies Review 31-3,4 (July, October 2005): 171-177. 종교와 독서라는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리뷰를 읽었다. 경전을 “어떻게” 읽느냐라는 문제는 그 종교 공동체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해 왔지만, 정작 그런 식으로 연구된 성과는 별로 본 적이 없다. 예컨대 “그들은 성서를 어떻게 읽느냐?”라는 물음을 갖고 조사한다면 한국 개신교의 이른바 근본주의에 대해서 핵심적인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에서 리뷰된 책들은 대부분 미국 종교사에 관련되어 있지만 한국 종교 연구에도 중요한 시사를 줄만한 책들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미국 기독교는 .. 2023. 4. 25.
종교와 춤이라는 주제 샘 길(Sam Gill)은 북미 원주민 종교를 전공으로 하는 종교학자인데, 몇 년 전에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종교에 대한 책을 냈고, 요즘은 종교와 춤이라는 주제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구에 대해서는 지금 출판 준비중인 책 “To Risk Meaning Nothing: Essays on Play and Dancing”이 나오면 자세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의 그의 책 서문을 보면 무용학 전공한 딸내미 내외와 함께 춤 교실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종교학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며 관심 주제를 넓혀가는 학자이다. 그런데, 이런 자유로운 학풍의 소유자는 제자에게는 곤란한 상대일수도 있다. 북미 원주민 전공하는 친구에게 길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는데, 지도교수로 삼기에 .. 2023. 4. 25.
"북미원주민 종교" 서문 중에서 샘 길(Sam Gill)의 는 오래되었지만(1982년) 아직도 삼빡한 개론서이다. 이렇게 참신한 관점에 입각해서 종교 현상을 서술한 책은 지금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책의 서론에서 인상 깊은 구절들을 좀 옮겨본다. 의미심장하게도, 질은 콜럼부스가 서인도에 도착했을 때의 상황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시아로 간다고 믿었던 콜럼부스의 삽질로 만난 사람들. 유럽인들의 세계관에는 새 대륙과 그 사람들을 설명할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무지의 상태에서 인디언이라는 이름만 붙여 놓았을 뿐이다.(인디언이라는 말은 이 책에서 북미원주민으로 대체된다) 그들에 대한 이해는 나아진 것이 별로 없기에, 질은 지금 우리의 상황은 콜럼부스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오늘날 우리가 “인디언”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2023. 4. 20.
훌륭한 풍채 없는 예수 이사야 53장은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구약 구절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부분에서 제2이사야가 “고난받는 종”에 대해 예언한다. 이 예언은 기원전후의 메시아 운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후에 사람들이 예수라는 인물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기독교인들은 이 부분을 구약에 있는(즉, 예수 탄생 이전에 이미 하느님에 의해 예고된) 예수에 대한 예언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53장의 앞부분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시작된다. 그는 주 앞에서, 마치 연한 순과 같이, 마른 땅에서 나온 싹과 같이 자라서, 그에게는 고운 모양도 없고, 훌륭한 풍채도 없으니,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모습이 없다. 그는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고, 버림을 받고, 고통을 많이 겪었다. 보르헤스의 중 “.. 2023. 4. 20.
청일전쟁 때 일본 불교 많은 사람들이 종교가 전쟁을 말리지는 않을망정 앞장선다는 비판을 한다. 그런 예는 세계 도처에 수도 없이 깔려있지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이슬람교와 기독교이다. 요즘에는 부시 덕분에, 그리고 보수 개신교단의 집회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기독교의 전범 이미지가 증대되는 것 같다. 친구들 중에는 종교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운 것은 유일신 종교들이 판을 쳐서가 아니냐고 하는 이들도 있다. 불살생의 불교가 받아들여진다면 세상이 조용해 질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선하거나 악한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종교에 있어서의 본질적인 속성을 이야기하는 것에 반대한다. 본질, 속성, 정수.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 심심풀이 이야기에서나 가능한 논의라고 생각한다. 종교와 폭력에 대한 .. 2023. 4. 20.
민간신앙의 어휘, 깨끗함 인상 깊게 들었던 강연이라 가끔 생각이 나곤 했는데, 오늘 글이 눈에 띄어서 관련된 부분을 옮겨 놓는다. 이필영 선생의 “민속학에서 본 종교”의 일부이다. 요는 민간신앙에서 사용되는 살아있는 어휘들에 대해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시된 예들이 주옥같다. 가능하면 민간신앙의 현장에서 쓰이는 우리네의 민속적 종교 개념으로 우리의 민간신앙을 파악하고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위한다, 모신다, 부정, 깨끗한, 비손, 뱅이, 장승치기, 해물리기, 잔밥먹이기, 탈, 살(煞), 주당(周堂), 손, 강철, 옥녀각시, 춘향아씨, 성주께, 썩은 달, ‘돌팍에도 사뭇 빌면 걷는다’, ‘삼신도 가르칠 대로 간다’, ‘귀신도 먹으면 먹은 값한다’ 등의 무수한 주요한 낱말과 어귀는 민간신앙을.. 2023. 4. 20.
동학의 천도교 개신 古之東學 今之天道敎 1905년 12월 1일 동경에서 발행되는 에 실린 광고문의 일부이다. 이전의 동학이 이제는 천도교가 되었다고 선언을 한 첫 문서이다. (고건호, “천도교 개신기 ‘종교’로서의 자기 인식,” 38집 (한국종교학회, 2005), 251-252쪽에서 재인용.) 학(學)이 종교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 종교라는 개념이 도입되어 문화 지형을 재편하는 것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동학의 천도교로의 변신이다. 천도교 자료에서는 이 변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아래 자료들은 위의 글에서 재인용) 원래 동학이란 이름이 서학 아닌 것을 밝히고자 함이오, 실상 이름은 아닌고로 동경대전에 이른 바 도인즉 턴도요 학인즉 동학이라는 뜻을 취하여 천도교로 고치니라. (, 최기영, 박맹수 편 (199.. 2023. 4. 20.
텔리폰의 출현 전에 전화라는 새로운 문물이 갖는 의미에 대해 약간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전화에 대한 최초의 언급이라고 생각되는 기록을 접했다. 우리나라에 처음 전신이 가설된 것은 1885년이고 전화는 1896년에 궁중에 처음으로 설치되었다고 한다. 다음 기사는 전화가 설치되기 10년 전에 전화라는 새로운 기계를 소개하는 글이다. 이름하여 '덕률풍'이다. 그런데 작동 원리 설명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좀 있다. 근래에 또 德律風(텔리폰)이 출현한 것은 더욱 신비한 일이다. 이는 전보처럼 소리를 글로 바꾸고 글자를 쳐서 하는 것이 필요없이 마침내 본인이 말하는 소리를 통하여 전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박사가 처음으로 말을 싣는 신기한 방법을 터득했다. 그 방법은, 약수(藥水) 1잔을 통 안에 넣어두는 것인데 .. 2023. 4. 20.
아메리카 선교의 어려움 Ellis, John Tracy, ed. Documents of American Catholic History (Chicago: Regnery, 1967), 1: 80-81. (William Hutchison, Errand to the World, p.19에서 재인용) 인디언들 개종 작업에서 한 가지 어려움은, 어떤 사람이든 반대편으로 돌려놓지 않는 그들의 풍습에 있었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기 의견대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아메리카는 신학적인 의미에서 순교를 당하는 소망을 품고 갈만한 곳이 전혀 아니다. 이 야만인들은 종교 때문에 기독교인을 죽이는 법이 없다... 그들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싸움이 붙었거나 야만스러워졌거나 술취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들은 .. 2023. 4. 20.
힌두교에 대한 이미지들 “세계의 종교들” 과목 교과서를 읽다가 힌두교에 대한 서술이 눈에 띄었다. 라는 세계 종교 입문서인데, 힌두교에 대한 장은 참 잘 쓴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힌두교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들을 서술한 부분을 아래에 한 번 옮겨 본다. 어떠한 은유들이 인도인의 생활에서 이 전통이 갖는 의미를 우리에게 지시해 줄까? 어떤 사람들은 열대 우림의 생태를 이야기한다. 그 곳에서는 무성한 잎들이 아무런 통제 없이 자라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지역 주민들이 잘 알고 있는 분명한 생장의 유형을 따라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시골 장터(bazaar)를 걸어가는 것을 상상한다. 주의 깊게 관찰하고 물어보는 법만 터득한다면, 그곳에서 어떤 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에게는 강이라는 이미지가 자연스레 떠오.. 2023. 4. 20.
안정복의 천지창조설 옛날에는 세균의 존재가 알려져 있지 않아서 부패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 빈 공기를 놔두면 생명이 저절로 생겨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과학사에서 이런 생명의 자연발생설이 폐기되는 것은 19세기 후반 들어서였다. (관련글: 생명의 기원) 그러니 옛날 사람들이 부패를 천지 창조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한 생각이 아니었다. [치즈와 구더기]에 등장하는 16세기 이탈리아 농민 메노치오는 치즈가 부패하고 구더기가 들끓는 장면을 포착하여 천지 창조의 모델을 구성하였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모든 것이 혼돈이었습니다. 흙, 대기, 물, 불이 함께 뒤섞여 있었습니다. 그것들이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었고, 우유로부터 치즈가 만들어지듯이, 거기서 벌레들이 생겨났는데, 그 벌레들은 천사였습.. 2023. 4. 20.
신화의 번역 레비-스트로스는 신화에 관한 한 논문에서 “신화의 번역”이라는 주제에 관련하여 유명한 언급을 남겼다. 시는 심각한 손상을 입지 않고서는 번역될 수 없는 종류의 말이다. 반면에 신화의 신화적 가치는 가장 졸렬한 번역을 통해서도 보존된다. (Levi-Strauss, [Structural Antropology], p.210.) 얼마 전 내 책장에 있는 해적판 신화집들을 정리했다. 번역자 이름도 없고, 대부분 서투른 영역일 그 책들을 버렸는데, 레비-스트로스의 말에 따르면 버려서는 안 되었던 모양이다. 레비-스트로스의 언급은 다소 대담하다. 그는 인류 정신의 보편성을 상정하고, 그 보편성이 신화를 통해서 표현된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언급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신화의 번역 가능성에 대한 그의 과도한 .. 2023. 4. 19.
흄, <기적에 관하여> 종교학의 시작을 어디에 놓는지는 학사를 기술하는 학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막스 뮐러를 종교학의 아버지로 놓는다. 우리나라에도 이 입장이 주로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종교학의 기원을 그 이전의 계몽주의 시대에 놓는 입장도 심심찮게 보인다. “Explaining religion”이라는 종교학사 책은 데이비드 흄으로부터 종교학사 서술을 시작한다. 자신을 계몽주의자의 후예라고 공공연히 천명하는 조나단 스미스의 입장도 그러한 종교학사 이해를 보여주는 것 같다. 전통적인 종교학사의 입장은 19세기 말, 비기독교 세계의 자료들이 홍수처럼 유럽에 밀려들어온 상황에서 비교종교학적 연구가 요청되었던 것을 종교학 탄생의 중요한 계기로 보고 있다. 연구 태도의 변화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른바 “자료”.. 2023. 4. 19.
엘리아데에 대한 짧은 메모 엘리아데는 이름이 알려진 유일한 종교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엘리아데가 어렵다. 그에게서 무언가를 더 캐내어야 할텐데, 아직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만이 있을 뿐이다. 솔직히 얘기하면, 엘리아데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정진홍 선생님의 탓(?)이다. 정선생님의 가르침만 없었어도, 그저 엘리아데를 꿈 큰 학자로 쉽게 생각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의 언어에 그리 촉각을 세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엘리아데의 책은 그저 읽기에는 참 좋지만, 학문적 언어로 정리해서 이해하는 것은 수월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히 그의 저작들은 체계적이지 않습니다. 그의 이론은 정합성을 결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기준에서 보면 엘리아데가 일컬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알 수 없는 현상’이고, .. 2023. 4. 19.
종교, 종교들, 종교적인 것. 종교가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그것을 기술하는 언어, 그것을 연구하는 학문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이 평범한 명제는 종교학 이론에서 매우 핵심적인 대목이다. 일단 정진홍의 최근의 책의 한 대목을 인용해 본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인류의 종교사를 조망하면 우리는 비교적 선명하게 ‘종교의 역사적 변천’을 기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종교라고 일컬을 수 있는 것이 따로 있지 않은 채 ‘종교적’이었던 시대, 종교라는 것이 구분될 수 있는 문화로 등장하면서 각기 개개 종교들이 자신의 절대성을 당해 문화권 안에서 규범적인 것으로 발휘하던 ‘종교’의 시대, 문화권의 단절이 소통 가능하게 열려지면서 하나의 문화권 안에 여러 종교들이 공존할 수밖에 없게 된 ‘종교들’의 시대, 그리고 삶의 모든 양태들이 스스로 의미.. 2023.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