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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309

타일러의 귀신론 E. B. Tylor, "demonology," , 9th ed. (New York: C. Scribner's sons, 1878), 7: 60-4. 파일: Taylor_demonology__EB_9th.pdf 인류학자 타일러가 집필한 1878년 "demonology" 항목을 읽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다. "demonology"는 ‘악령숭배’라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이다. 그러나 타일러는 ‘데몬’을 중립적인 의미에서 사용하고 있다. 데몬은 죽은 자의 혼령의 의미로, 사실상 "demonology"는 그가 ‘영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라고 주장한 ‘애니미즘’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용어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종교 일반의 이해를 위한 기초적인 현상으로 다루어진 것이다. (19세기 말에 사용된) "demonol.. 2023. 4. 26.
18세기말 영국의 종교 논의 다음 논문은 1688~1702년(명예혁명부터 윌리엄 3세 서거까지) 영국에서 있었던 종교(religion)와 타종교(religions)에 대한 논의들을 정리한 글이다. 공고했던 기독교의 위치가 흔들리고 새로운 종교에 대한 정보들이 유입되던 시기에, 영국 지식인들이 종교에 대한 담론을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볼 수 있다. 주장의 내용은 어느 정도 예견되는 것이지만 어떠한 “자료”를 통해 그런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던 글. David Pailin, "British Views on Religion and Religions in the Age of William and Mary," 6-1 (1994): 349-375. [논문파일: Pailin-British_views_on_Religion.pdf ].. 2023. 4. 26.
중세 서양의 종교행위들 중에서 상당히 자극적인 이 사례들이 바이넘 저작의 주요 내용인 것은 아니다. 성찬과 단식과 관련된 성인들의 행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말하는 맥락에서, 다소 극단적인 신체에 대한 혐오가 “없지는 않았음”을 말하는 과정에서 살짝 보여준 사례들일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와는 참으로 다른 중세인들의 감각에 의해 빚어진 기적과 종교행위들은 눈길을 끈다. 이 생경함은 예전에 호이징하의 을 읽으며 느낀 것에 가까운데, 그보다 더 강력하다. 바이념의 다음 책에서 조금 인용해본다. Caroline Walker Bynum, (Berkel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87). 의도적이고도 체계적으로 몸을 괴롭히는 것은 많은 [중세] 수도원 여성들의 매일의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시.. 2023. 4. 26.
소크라테스에게 영적인 신호란? 나는 소크라테스의 글을 그리 많이 읽은 편이 되지 못하지만, 가끔 철학에서 그가 다루어지는 방식에 불편함을 느길 때가 있다. 그는 분명 “철학의 아버지”이다. 하지만 간혹 우리는 그에게서 우리가 생각하는 근대적 철학자 이미지를 추출해내려고 강요하는 때가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그가 갖고 있던 신적인 영역에 대한 존중을 무시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때가 있다. 루이-앙드레 도리옹, 김유석 옮김, (이학사, 2009)에서 그런 걱정에 도움이 되는 구절들을 옮겨 보았다. 소크라테스가 종교적인 차원을 담고 있음에 분명한 이 임무를 근거로 내세울 때마다, 그는 어떤 때는 자신이 신에게 강력한 도움을 제공하며 신에게 봉사하는 중이라고 주장하고( 23b, 30a), 또 어떤 때는 자신이 신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라.. 2023. 4. 26.
종교학사에서 매럿에 대한 평가 20세기 초 종교학사에는 “Robert Ranulph Marett”이라는 인류학자가 있었다. 종교학사 책에서 ‘마레트’라는 이름으로 주로 번역되어온 이름인데,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한 이 학자의 이름은 좀더 버터 발린 발음으로 표기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글브리태니커와 국어사전에 실린 대로 “매럿”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자신이 없어 "국립국어원"을 검색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외래어표기법 규정이 있음을 찾을 수 있었다. 어느 표기나 장단이 있겠지만, 규정대로 따르기로 하였다. Marett 「명」『인』 영국의 인류학자(1866~1943). 우리말 표기: 매럿(O), 마랏(X), 마레트(X), 마렛(X), 마렛트(X)] 사실 이 학자는 지나가면서 언급된 적은 있어도 자체.. 2023. 4. 26.
골목길의 언어 저자의 고집스러움이 잔뜩 묻어 있는 이런 책이 좋다. 임석재의 (북하우스, 2006)은 욕 들어먹기 딱 좋은 책이다. 그것은 저자가 책 처음부터 끝까지 주의를 하고 있는 “막연한 낭만주의와 철부지 감상주의”라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것이 얼핏 보면 소위 달동네라는 지역을 누비며 사진을 찍고 골목길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 책에 대한 대부분의 어른들의 반사적인 반응일 것이다. 저자가 조사하러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도 그런 것이었으리라. 책에도 재개발이 되지 않고 골목길로 남아있는 것을 한스러워 하는 주민들의 반응이 적지 않게 담겨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굴하지 않고 그 자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간에 대한 살뜰한 애정을 담아낸다. 공간에 대한 애정은 미학적인 것인 동시에 가장 효율적인.. 2023. 4. 26.
뮐러, <독일인 작업장의 글조각들> 서문 막스 뮐러의 (Chips from a German Workshop) 서문을 읽으면서 메모했던 것들. Friedrich Max Muller, "Preface," (London: Longmans Green, 1867), 파일: Preface_ Chips_from_a_German_Workshop.pdf 이 책은 도서관에 없어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인터넷을 통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뮐러는 ‘종교가 전개되는 와중에서 유지되는 연속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것은 그가 생각하는 종교의 핵심이자 ‘참된 종교의 요소들’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 “하느님에 대한 감각, 인간의 약함과 의존의 감정, 세계를 신이 다스린다는 믿음, 선함과 악함의 구별,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 이것들이 모든 종.. 2023. 4. 26.
뮐러의 <종교학으로의 초대> 중에서 신의 개수를 기준으로 종교를 분류하는 기술은 선교사 문헌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일신론과 다신론의 구분을 필두로 해서 거기서 파생되는 복잡한 용어들이 등장하는데, 막스 뮐러의 저작 중에서 그 어휘들을 완벽하게 정리해서 제공하는 대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매우 중요하고, 어떤 목적을 위해서는 매우 유용한 분류가 다신론적(polotheistic), 이원론적(dualistic), 유일신론적(monotheistic) 종교로 나누는 것이다. 종교가 상위의 힘(Higher Power)에 대한 믿음에 주로 의존하는 것이라면, 그 상위의 힘의 성격은 세계의 종교들을 분류하는 가장 독자적인 특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 게다가 두 다른 종류들을 추가하는 것이 확실히 필요하다. 그들은 단일신론적(henoth.. 2023. 4. 26.
방이라는 글자 종교학이나 기독교 못지않게 이 블로그의 주 테마로 유지되고 있는 방(房)의 이미지에 대한 자료 추가.(현재 이 블로그에서 ‘방씨’를 검색하면 이 글 말고도 8개의 글이 검색된다. --;) 방(方)이 아니라 방(房)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 우리 사회에서 “OO방”이라는 언어 형식이 강세를 띠고 있음에 대해서 진작부터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노래방, 찜질방, 피씨방, 게임방 등의 인기 업종들에 의해 대표되듯이, 우리 사회에서 ~방이라는 공간에 대한 애착은 최근 10년간 중요한 사회현상으로 부각되어오고 있다. 사적 공간의 창출의 욕구와 이에 부응하는 상업적 형식의 공급은 다방(茶房)을 모태로 하여 한국 근대사회 한켠에 지속되어 왔다. 현재 시점에서 ~방에 필적할만한 공간은 모텔-고시텔-휴게텔의 용법에서 보이는.. 2023. 4. 26.
크리팔, 영지의 종교학을 말하다 Jeffery J. Kripal, The Serpent's Gift: Gnostic Reflection on the Study of Religion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7) 크리팔 교수의 책을 읽으면 찌릿찌릿하다. 그는 종교학이 종교의 핵심적인 부분인 지혜, 영지, 신비에 대하여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은 종교의 윤리적인 영역에 대한 발언이기도 하다. 나는 그가 비판하는, 종교에 대한 “순수하게 세속적인 연구자”에 속해 있다. 내가 속한 진영과 그가 주장하는 새로운 흐름은 분명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크리팔의 주장에 가슴이 떨리고, 그의 작업에 기대를 갖게 된다. 어쩌면 종교학의 소심함을 질타하는 데서 오는 이.. 2023. 4. 26.
'천도'와 기독교 며칠 전 참석한 포럼에서 와타나베 교수의 발표 중 메이지 시대 지식인의 재미있는 입장을 소개한 것이 있어 간략히 옮겨놓는다. (한편 와타나베 교수는 답변하는 도중에 동아시아인들이 동도(東道)를 이야기한 순간, 그것은 유교에서 이야기하는 보편적인 도(道)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였는데, 좋은 가르침이었다.) 1. 메이지 초기 일본 지식인들 중 일부는 기독교가 ‘문명개화,’ ‘문명,’ ‘개화,' 즉 ’civilization'의 일부를 이룬다고 생각했다. 2. 나카무라 마사나오는 “우리나라 인민으로 하여금 그 성질을 개조하게 하여 구미 제국의 인민의 고등한 수준과 같게‘ 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기독교의 보급을 주장한다. 현재 구미 번영의 근간은 기독교이며 따라서 우선 천황이 세례를 받아 친히 교회의 주(主)가 되.. 2023. 4. 25.
심청정/청정심 메리 더글러스의 을 읽을 때, 책에서 다루어진 사례들은 아프리카 종교에서 나타나는 금기 개념과 유대교의 정결 개념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민간신앙의 깨끗함 관념, 그리고 제사지낼 때의 부정 등을 떠올리긴 했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깨끗함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불교에서 마음을 깨끗이 하라는 이야기를 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을 터인데, 그것을 단순한 수사(修辭)로만 생각했던 탓일까? 다른 종교의 깨끗함 관념을 논의할 때 이상하게도 전혀 연결시켜 생각해보지 못했다. (살림, 2006)을 보면서 불교에서 깨끗함이 수사 이상임이 대번에 들어왔다. 불교 가르침의 핵심에 자리잡은 관념이라는 것이 너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의 한 대목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보살이 정토(淨土)를 얻고자 한다면 마땅.. 2023. 4. 25.
살법이 아닌 활법 글과 그림으로 된 텍스트에서 글만 옮기는 것은 잘못된 인용방식이다. 장비의 문제도 있고, 정성도 부족한 탓이다. 하여튼 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투기(鬪技)의 역사는 고대 인도의 요가에서 비롯되었다. 이 요가에서 체계화되기 시작한 권술은 불교를 타고 동방 여러나라로 전파, 중국에 들어가서는 소림권법이 되고 태국에서는 킥복싱이 되었으며, 일본에 가서는 유도나 가라테, 그리고 한국에서는 태껸이 된 것이다. 불교가 권술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 증거가 있다. 우선 절 입구 산문같은데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왕의 모습을 예로 들 수가 있다. 유난히 두드러진 복근과 부릅뜬 눈! 공격 태세로 치켜올리고 있는 왼쪽 정권과 방어 태세를 취하고 있는 오른쪽 수도! 천수관음의 그 수많은 손도 마찬가지. .. 2023. 4. 25.
스미스 선생의 뒤르케임 가르치기 종교학 수업에서 뒤르케임의 책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논의한 >(Oxford University Press, 2005)이라는 책이 있다. 뒤르케임주의자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뒤르케임의 팬인 나로서는 흥분되는 내용이 많은 재미있는 책이다. 사회학 교실에서 뒤르케임을 읽는 것과 종교학 교실에서 뒤르케임을 읽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종교학 전통에서 뒤르케임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어떤 맥락이 학생들에게 제공되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그에 대한 몰이해를 씻고 책 안의 통찰을 살아있는 것이 되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대학 개론 수업에서 뒤르케임을 다루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들이 실려있다. 이것은 단순히 교육의 테크닉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 요즘의 종교학 흐름이 뒤르케임의 재발견이라는 토대 위에 구축된 것이라는 .. 2023. 4. 25.
연기라는 종교 주말에는 스케줄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주말저녁 드라마를 보는 일은 많지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온가족을 겨냥한 시간대인 토일8-9시 드라마를 일부러 챙겨보는 일은 별로 없다. 그 시간대에 라는 빌어먹을 드라마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같은 시간 MBC에서 라는 드라마를 하는지는 몰랐기 때문에 그 시간에 텔레비전을 켜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거기서 주연을 한다는 김성수라는 연기자가 만만치 않은 이야기를 한다. (나 를 보지 않아서 이 연기자를 모른다.) 이 사람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기 생활을 종교라고 부른다. 그것이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님이 인터뷰 전반에서 느껴진다. 제 촬영이 아침 7시 시작이면, 저는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6시에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거든요. 메이.. 2023.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