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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36

슈퍼스타 감사용과 롯데 자이언츠 출국할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 숙제를 하듯이, 밀린 한국 영화들을 빌려 보는 중이다. 그 중에서도 , 아, 대단한 작품이었다. 혼자 한 번 보고, 코멘터리 틀어놓고 한 번 더 보고, 부모님 보여드린다고 한 번 더 보았는데, 세 번 모두 눈물을 흘렸다. (몸이 허해진 다음 변화가 자주 질질 짜게 되었다는 것. 삼순이 보면서 매주 울 정도니. 오늘은 영웅 프로토스 박정석의 플레이를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더라는... --;;)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에 흥행 성적을 살펴보니 75만, 신통치 않았다. 개나 소나 100만은 넘던데, 인정을 충분히 받지 못한 아쉬운 영화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 뻔하면서도 무서운 진리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성공한 쿠데타는 벌할 수 없다는 나라가 아니었던가. 야구판에서 .. 2023. 5. 22.
맑게 개인 아침, 아 두루르르~~ 장마철에 어울리지도 않는 노래 하나가 듣고 싶어졌다. 그런데 왜 “방가의 음악사”에 대한 고찰이 나오는 건지... 1. 아버지는 클래식 매니아시다. 20년 전부터 시디 열심히 사 모으시고, 요즈음엔 진공관이며 전선을 바꿔가며 커다란 스피커를 열심히 관리하신다. 주말이면 빵빵한 스피커로 베토벤 음악을 들으신다. 이렇게 고전음악을 애호하는 분위기의 집안에서 자라난 아이의 성향은 두 가지로 예상해볼 수 있겠다. 하나는 음악에 대한 소양이 몸에 배여 귀가 열리고 자연스레 클래식 문화를 향유하는 법을 알게 되는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나의 경우인데, 집안의 클래식 소리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 쪽으로는 귀가 완전히 막혀버리고 다른 종류의 음악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나는 안티-클래식 매니아이다. 그 쪽으로는 머리 속.. 2023. 5. 22.
금자씨가 안경 썼네 요즘 내 눈에 띄는 포스터이다. 물론 여자 때문이다. 이영애는 안경을 쓰고 있다. 예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둔탁한 안경. 이 여자는 결국 안경을 벗게 될 것인가? 이 영화에 대해 아는 건 전혀 없지만, 아마 벗게 될 것이다. 영화에서 안경을 여자의 아름다움을 가리는 소도구로 사용하는 짓을 한지는 오래되었다. 안경 쓸 때는 멍청하고 둔탁해보이던 여자가, 안경을 벗는 순간 본래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남자의 품에 안긴다는 스토리를 가진 미국 영화들이 숱하게 많았고, 우리 영화에서도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안다. 여자의 내면적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포착하게 된다는 인식 전환의 순간을 지시하는 천박한 환유적 표현으로, 안경을 벗어버리는 장면은 사랑받아왔던 것이다. 영화계와 드라마의 이런 관.. 2023. 5. 22.
성원이 친구 토마스 돌이켜보면, 어릴 때 내 상상 세계를 지배했던 것은 계몽사 세계문학 전집 15권(안데르센 7권+그림형제8권)과 (출판사는 까먹었는데) 전래동화전집 10권이었던 것 같다. 나는 칙칙한(?) 안데르센 이야기보다는 다채로운 그림형제 이야기를 좋아했다. 과자로 만든 집 나오는 헨젤과 그레텔도 즐겨 읽었고, 빨간 구두 신고 하도 춤 춰대는 바람에 나중엔 발목이 잘리고, 잘린 발목만 남아서도 춤을 계속 추었더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내 기억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엽기적인 이야기들도 있었다. 하여튼 민담 세계의 다양성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은 필시 내가 글을 읽은 이후의 일일텐데, 5살 이전에는 어떤 것들을 보고 좋아했는지 머리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 두 돌 난 내 조카 성원이가 좋아하는 것은 토마스라는 기차와.. 2023. 5. 22.
“First Lady” (2005.3.3) 신세계 백화점에서 우리집으로 “First Lady”라는 잡지가 온다. 상당히 거슬린다. 고급 종이에 멋들어진 사진으로 가득찬 이 책에는 우리나라 돈 많은 사람들이 지향하는 문화가 담겨있다. 뭐랄까, 고급문화라고 부르기엔 천박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노블’이라는 말을 붙여주면 어떨까 싶다.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내가 알지 못하는 소위 명품에 관한 것들이기에. 다만 그들이 언어를 쓰는 방식에서 느껴지는 허위의식에 대해서만 간단히 짚고 넘어간다. 이 책에서 내가 놀란 것은 영어에 대한 동경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영어에 대한 동경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겠으나, 이 책은 한국 독자를 대상으로 한 출판물에서 사용 가능한 최대치의 영어는 어느 정도인지를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정도이다.. 2023. 5. 22.
房家의 房氏 이야기 나는 내 성씨에 엄청나게 집착한다. 일단 내가 몇 년 전에 썼던 글을 보도록 하겠다. 한국 사회에는 (대략적으로 말해서) 두 개의 방씨가 있다. 주류 방씨인 모방(方)씨와 비주류 방씨인 방방(房)씨이다. 엄밀히 말하면 두 개의 방씨(邦, 龐)가 더 있긴 하지만 숫자가 너무 적고(각각 100-200명 정도) 역사가 짧기 때문에 논외로 한다. 하여튼 방씨는 하나가 아니다. 이 점을 주지시키는데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방씨라는 성을 가졌다는 것만 해도 특이한데, 그 성씨가 한 종류가 아니라는 것에 신경쓸 것 있느냐는 것이 대부분의 태도이다. 원래 사람들의 인식은 낯선 것을 분화시켜 받아들이는데 게으른 법이니까. 그래도 房씨에 대해 좀 이야기를 해야 겠다. 일단, 방(方)씨는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갖고 있는.. 2023. 5. 22.
결혼은 미친짓이다 사회에서 제시해준 정상적인 연애와 가족의 궤도에서 약간 몸을 비틀어 빗겨나보려는 몸부림 --영화 [결혼은 미친짓이다]를 보고 드는 생각들 이 영화를 그렇게까지 재미있게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보기 드물게 차갑고 냉소적인 미덕을 지니고 있다. 멜로라는 상업적 틀 안에서, 현실을 태연히 직시하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의 테제는, 적어도 나한테 있어서는 그리 도발적이지 않다. 남자 주인공 감우성은 인문학쟁이이다. 그렇다면 정말 결혼은 미친 짓 아닌가? 만약 감우성이 삼성맨이라면 이 영화는 성립하지 않는다. 나는 철저히 인문학도라는 내 처지에서 영화를 보았다. 물론 결혼과 연애라는 이중생활을 하는 엄정화도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그러나 내 관점은 감우성 위주이다. 그리고 그.. 2023. 5. 22.
애리조나 드림을 잠시 접으며 (2006.6.19) 어찌 보면 우울한 한 해를 보내는 중이다. 월드컵이 열리는 줄도 몰랐던 고장을 떠나, 이상하리만치 들떠있는 한국에 들어와 일주일을 보냈다. 지난 일 년 동안, 나는 남들에게 뭐라고 이야기하기 까다로운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사고 휴유증이라 할 만한 것인데, 어디가 특별히 아픈 것은 아니고 힘이 나지 않을 뿐이다. 힘이 안 나니, 먹고 자는 생활은 그럭저럭 유지하지만 책이 눈에 안 들어오고 글을 써나갈 힘이 나지 않아 지지부진하게 시간만 까먹고, 써야할 논문 다 못 쓴 채 한국 가서 써서 보내주겠노라고 배째고 돌아와 누워있는 형국이다. 그나마 작년 말에는 블로그 쓸 여력은 충분했는데, 최근에는 그것마저 여의치 않았다. 이제 “재기”를 하겠노라고 부모님 집에 돌아온 마당이니, 글쓰는 준비.. 2023. 5. 20.
내 사는 곳 (2005.12.18) 구글은 (미국 경우에) 지도 서비스도 끝내준다. 화면 꽉 차게 상세한 지도를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 화살표 키만 사용해서 옆 지역을 스피디하게 훑어보는 것도 다른 찌질한 서비스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게임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빠른 화면으로 여기저기를 검색하다 보면 어느 새 도시 하나를 다 훑고 있게 된다. 게다가 지도에 곁들여 제공해주는 위성 화면. 아낌없이 다 보여주는 그 서비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오늘 시간이 좀 있어, 구글 로컬을 통해 내가 사는 곳을 검색해 보았다. 일반적인 지도를 통해 내가 사는 곳을 보면 이렇게 나타난다. 학교 오른편(동쪽) 블럭에 내가 사는 아파트가 있다. 이 지역을 최대한 확대하여 위성 사진으로 보이면 다음과 같다. 이것은 내 등교길을 보인 것.. 2023. 5. 20.
종교학 산업 (2005.9.4) 미국 서남부 사막에서 거대한 종교학 산업이 굴러가고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 종교학의 규모가 크다는 이야기를 하려다가, 앞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말았는데, 내가 정작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은 이 학교에서 종교학 강의가 개설되어 운영되는 규모이다. 다음이 우리 학교 이번 학기 종교학 강좌 개설 현황이다. 이 규모는 엄청나다. 종교학과에서 개설하는 강의 수가 100여 개에 달한다. 이 중에는 400명 규모의 세계 종교 강의 3과목을 포함해 100명 이상의 대형강의 19개가 있다. 이 학교 학생의 3분의 1은 종교학 강의를 듣고 졸업한다는 말이 이 강의 규모에서 잘 드러난다. 다른 학교와 비교를 해야 알 수 있겠지만, 이렇게 대규모의 종교학 강의가 개설되는 학교는 미국에서도 없을 것 .. 2023. 5. 20.
경 지 * 장자 편에 나오는 소잡이 포정은 어찌 그렇게 칼을 상하지 않고 소의 고기를 잘 발라낼 수 있냐는 문혜군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처음에 소를 잡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이란 모두 소뿐이었으나, 3년이 지나자 이미 소의 온 모습은 눈에 안 띄게 되었습니다. 요즘 저는 정신으로 소를 대하고 있고 눈으로 보지는 않습죠. 눈의 작용이 멎으니 정신의 자연스런 작용만 남습니다. 천리를 따라 소 가죽과 고기, 살과 뼈 사이의 커다란 틈새와 빈 곳에 칼을 놀리고 움직여 소 몸이 생긴 그대로를 따라갑니다. 기술의 미묘함은 아직 한 번도 살이나 뼈를 다친 일이 없습니다. (안동림 역주, , 현암사, 93-4.) 뼈마디의 틈새를 발견하고 고스란히 그 틈새를 따라 칼을 움직이기만 하는 것, 그것이 양생(養生)의 도를 논할.. 2023. 5. 20.
더워서 하는 말 (2005.7.23) *덥다. 더워서 무슨 말을 써야할지 헛갈릴 지경이다. 그저께 일기예보에서 덥다고 하면서 ‘불볕더위’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들으면서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날씨가 흐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햇빛의 강렬함 때문에 더운 것은 아니다. 태양의 뜨거움을 느끼는 건 우리나라에서 8월 초의 일이며,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사막에서 전형적으로 느낄 수 있는 더위이다. 습도와의 절묘한 결합으로 인한 요즘 더위와는 종류가 다르다. 그저 ‘무더위’라고 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과장하고 싶으면 ‘찜통더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을 아끼는 성격의 나로서는 좀더 심한 상황을 위해 예비해두고 싶다. 우리는 더위를 이야기하면 흔히 온도만을 이야기하지만, 습도도 항상 같이 이야기되어야 정확한 인식을 할 .. 2023. 5. 20.
요양을 떠나며 (2005.2.15) 1. 최근에 내 삶과 무관했던 생경한 어휘들을 사용하게 되는 데, 오늘 한국으로 “요양”을 하러 떠난다는 말도 그 하나이다. 한국처럼 복잡한 나라에 요양을 간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들리긴 한데, 어쨌든 그게 내가 하는 일이다. 한국에 들어가서 “근신”할 예정이다. 이 또한 낯설다. 2. 내 종교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편의상 종교가 없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무신론자라는 부적절한 개념으로 이해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반 정도는 종교가 없는 이들인데, 그 누구에게도 무신론자라는 개념은 맞지 않는다. 이건 우리나라에는 필요없는 언어의 수입일 뿐이다.) 조금 더 진실한 답변을 해주어야 하는 상대에게는 나는 “도교 신자”라고 말해준다. 사실 이 단어는 오해의 소지가 많다. 첫째, 우리 .. 2023. 4. 18.
밥원일은 어찌될 것인가... (2005.1.24) 나는 지나칠 정도로 몸과 마음의 상관성을 긍정하는 사람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어떤 일에 짜증을 내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면 나는 그 이유를 내 배 속에서 찾는다. “어, 내 성질이 왜 이러지? 배가 고파진 건가? (혹은 먹은 게 잘못된건가?)” 이런 식이다. "기분이 안 좋아보여"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배고파서 그래"라고 답하기 일쑤이다. (이런 유물론적 사유를 남에게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예를 들어, 이전에 연애할 때 여자 친구가 나에게 성질을 부리는 날에 “얘가 배가 고픈가?”라는 식으로 어설프게 대처했다가 낭패본 적이 좀 있었다.) 내 몸에 먹을 것, 영양가가 충분히 공급되었는지가 최우선의 고려대상이다. 그게 해결되지 않고서는 평소의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 2023. 4. 18.
터프한 미국 병원 (2005.1.19) 한국에서 병원에 입원해 본 경험이 없다. 의료시설이 내 삶에 관여하게 될거란 상상을 별로 해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는 게 별로 없다. 더구나 미국 의료 시설이란... 상상도 못했던 공간이었다. 어쩌면 미국 병원에 앞서 병원 경험 자체가 내게 생소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1. 2004년 12월 13일 저녁, 나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옆에서 튀어나온 자동차에 받혔다. 큰 사고였다. 솔직히 나는 그 날의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간혹 의식이 들면 경찰과 의사가 뭐라 씨부랑거리는 기억만 날 뿐이다. 그 날 나는 두 개의 수술을 받았다. 하나는 배를 크게 가르고 조직에 손상을 입은 작은 창자를 잘라낸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박살난 오른손에 스크류를 박고 기브스를 하는 것이었다... 2023.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