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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36

대통령 토론회로 애리조나가 들썩이다 (2004.10.14) 오늘 하루 우리 동네가 들썩거렸다. 애리조나 주립대학 대강당에서 케리와 부시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통령후보 텔레비전 토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문 지상에까지 아마 우리학교 이름이 거론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미국 대선에서 텔레비전 토론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선거 판세를 크게 뒤흔들기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는 행사이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도 토론을 통해 케리가 선거전세를 역전시키고 있다. (언론에서는 이제 박빙이 되었다고 보도하지만 내가 보기엔 대세가 넘어왔다.) 일주일 전부터 각지에 경찰이 배치되어 삼엄한 경비를 했고,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애리조나인으로서는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큰 행사이기에, (나를 포함해) 이 곳 촌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흥분하였.. 2023. 4. 18.
종교학의 천국 (2004.10.1) 화창한 캠퍼스의 오후, 어느 녀석이 퍼질러 앉아 낯익은 책을 읽고 있다. 엘리아데의 [성과 속]이다. 호, 제법인데... 얼마 후 전산실에서 옆의 애가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곁눈질로 보았는데 역시 엘리아데의 [성과 속]의 개요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여기저기서 종교학 공부에 여념이 없군... 공연히 뿌듯해진다. 종교학 세상에나 온 기분이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종교학을 접했으면 하는 것, 평소에 많이 하던 생각이다. 그래서 한때는 고등학교에서 종교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많은 고등학교에 있는 “종교” 시간에, 의석이를 굶기는 교리교육 말고 인간을 이해하는 수단으로서 종교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 어떨까 하는 달콤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 2023. 4. 18.
미국 애들의 지도 숙제 (2004.9.7) 세계의 종교들이라는 대형 강의의 과제물들을 처리하는 중이다. 종교와 관련된 지명 20 곳이 현재 어느 나라에 있는지 찾고, 세계 지도를 그려 위치를 표시하는 간단한 과제물인데, 학생 수가 많아 처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처음에 이 숙제를 보았을 때 의아했다. 다소 낯선 지명들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다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지도책 들춰보거나, 구글 검색하면 다 알 수 있는 이런 걸 숙제로 내다니... 더구나 선생은 도서관 어느 열람실을 가면 지도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일요일에는 문 닫는다고 친절하기 그지없는 설명을 과제에 명기해 놓았다. 아마도 학생들에게 보너스 점수를 주려고 만든 과제인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제물을 받고 보니 과제물의 성격이 내.. 2023. 4. 18.
올림픽 단상 (2004.8.29) * 처음에는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 힘들었다. 여러 미국 방송사 중에서 NBC에서만 올림픽을 독점 중계하고, 다른 채널에서는 언급조차 듣기 힘들다. 우리에겐 9시 뉴스 첫머리를 금메달 소식으로 하는 게 당연하지만, NBC가 아닌 다른 방송국의 경우, 이런 일은 절대 없다. 평소 하던 대로 30분 동안 동네 얘기와 일기예보를 전달한 다음에, 이후의 스포츠 소식에서는 메이저리그, 농구, 미식축구 얘기 다하고나서 짤막하게 올림픽 메달 소식 들려준다. 올림픽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우리의 꼴지팀 애리조나의 야구 경기 중계를 어김없이 즐길 수 있다. 어제 어느 토크 쇼에서는 왠 남자가 나와, “Olympic sucks," "Paul Hamm sucks." 이런 얘기를 떠들어댄다.. 2023. 4. 18.
한국 안의 애리조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애리조나라고 말했을 때 보통 떠올리는 것들은 대략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1. 아리조나 카우보이 2. 김병헌이 뛰었던 야구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3. 애리조나 유괴사건(Raising Arizona) 1은 40대 정도 이상 연령대의 반응이다. 명국진의 노래가 기억에 남아있는 세대의 반응이다. 이 이미지에 대해서는 전에 이야기한 적이 있다. 2는 2-3년 전에 강렬했던 반응이다. 김병헌이 보스턴으로 가고 지지부진하면서 점점 잊혀져 가는 이미지이다. 야구 좋아했던 사람이나 기억하는 이름이다. 야구에 관련된 자잘한 정보들이 몇가지 더 있기는 하다. 올 초 스프링 캠프 때 박찬호가 쉬면서 명상을 한 장소가 있었다. 애리조나의 세도나라는 명승지였다. 강한 기를 내뿜기로 유명한 곳이다. .. 2023. 4. 18.
애(아)리조나 카우보이 애리조나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주변 어른들에게 말씀을 드릴 때, 때론 미묘한 표정을 만나곤 하였다. 난감한 표정을 감추며 ‘그래도 미국인데...’라는 생각으로 무마하고 계시는 표정이었다. 한국 사람에게 애리조나는 어떤 곳일까? 친숙한 곳은 아니되, 완전히 낯선 곳도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몬태나, 혹은 와이오밍 주에서 공부한다고 말하면 그런 지명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적 울림은 전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애리조나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이나마 있는 걸 보아서는 한국인의 지리적 인식 속에서 약간의 땅뙈기나마 지분이 있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애리조나는 김병헌 덕분에 익숙한 지명이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김병헌이 다이아몬드 백스 구단에서 활동하며 월드시리즈에 올라가고 하는 바람에, 애리조나라.. 2023.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