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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 벌레966

사트라피의 이슬람 만화 는 애니메이션 보다 깊숙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애니메이션에서 간단히 표현된 부분의 의미를 알게 된 부분도 많았다. 예를 들어 제목 ‘페르세폴리스’는 이란이라는 나라의 문화적 다양성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는 저자의 의도를 서문에서 읽을 수 있었다. 만화에서 묘사된 이슬람의 모습들 중 인상적인 장면 몇 가지를 꼽아보았다. 1. 주인공 사트라피는 서구 문화와 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은 편이고 현재는 프랑스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억압적인 이슬람 정권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이슬람의 종교적 배경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녀의 어릴 적 꿈은 ‘최후의 선지자’였고, 생애의 중요한 순간마다 하느님(알라)과의 대화는 이어진다. 정통적인 입장에서는 이슬람이라고 쳐주지도 않을 신앙이다. 선지자를 자임하는 것이나 이.. 2023. 5. 17.
윌슨의 진화한 뒤르케임주의 데이비드 윌슨, , 이철우 옮김 (아카넷, 2004). 이번 주에 에드워드 윌슨의 책을 봐야 하는데, 그 김에 책장에 꽂혀 있던 이 책부터 먼저 읽었다. 그런데 책을 다 볼 때쯤에야 깨닫게 되었다. 아, 이 윌슨이 그 윌슨이 아니구나... 이 분야에서 내 무식함을 절감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떠나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1. 진화론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종교이론은 어떻게 재설정될 수 있을까? 어떤 새로운 이론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기대는 솔직히 김이 빠진다. 그의 주장은 결국은 상식적인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김빠짐이 이 책의 미덕과 연결된다. 2. 데이비드 윌슨은 매우 성실하게 종교 연구들을 검토하였다는 점에서 종교를 논하는 다른 진화생물학자들보다 탁월하다고 생각된다. 검토.. 2023. 5. 17.
일시적인 추모 Erika Doss,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0), chap. 2. 이제 사람들은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 당장 모여들어 무언가를 표현한다. 저자는 사고 직후 현장에 일시적으로 조성되는 추모(temporary memorials)들에 주목한다.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사건 이후 희생자 학생의 차량에는 추모를 위한 물건들과 여러 문구가 적힌 카드들이 쌓였다. 맞은편 공원에도 꽃과 풍선을 비롯한 물건들이 쌓였다. 나무에는 종, 푸른색과 은색 리본, 크레이프 종이, 묵주 등으로 뒤덮였다.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사고 직후 우주센터 정문에는 꽃, 봉제인형, 미국 국기, 여러 문구가 적힌 배너들이 모여 일시적 추모공간이 마련되었다. 저자가 강.. 2023. 5. 17.
친절하고, 멋대로 쓰지 않고, 현재 연구의 추세도 놓치지 않는 개론서 이번에 강의 교재로 이 책을 읽었는데 전과는 꽤 다른 인상을 받았다. 이전 판본(일곱 이론)을 읽을 땐 새로운 정보를 찾는 대학원생의 입장이었고, 그냥 밋밋한 개론서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개정판(여덟 이론)을 번역본으로 읽은 것인데, 책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학자들의 이론체계 전반의 그림을 보이는 것, 요약하되 핵심이 빠지지 않도록 어떤 부분에서는 상세히 설명하는 것, 해당 학자의 언어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쉬운 언어로 전달하는 것. 나로서는 할 수 없는 그러한 일들을 이 책은 하고 있다. 예컨대 엘리아데의 방대한 사유를 주저서와 함께 수십 페이지 안에 이야기할 수 있을까? 막스 베버는 또 어떤가? 이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게다가 해당 학자와 관련된 최.. 2023. 5. 17.
인간 중심적 의료: 종교와 의미 종교를 통한 인간 이해가 의료 행위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다음 글은 이런 문제에 대해 꽤 잘 정리되어 있다. 필요한 내용이라 일부를 번역하였다. 글에서는 다음 세 항목에 걸쳐 서술한다. (1)의미의 원천으로서의 종교 (2)가치의 원천이자 틀로서의 종교 (3)인간 다양성 평가에서 중요한 맥락으로서의 종교. 아래는 이 중에서 첫 번째 항목의 번역이다. “Toward a Person-centered Medicine: Religious Studies in the Medical Curriculum,” 70-9 (1995), 807-8. (1) 종교와 의미 병은 몸이 아니라 사람에게 닥친다. 그러므로 병의 의미는 생물학적으로biologically 뿐 아니라 일생사적으로biographically 이해되어야 한다... 2023. 5. 17.
위도 10도, 전쟁 속에 종교가 스며들어 있는 곳 얼마 전 참석한 행사 때문에 읽은 . 이 책은 종교분야 화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간의 관심이 많은 종교분쟁 분야에서 중요하면서도 신선한,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종류의 정보를 담은 책이다. 그런 책이 출간된 지 1년 만에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왔다. 이 빠른 번역을 보면서 드디어 출판계의 자본력이 종교에 대한 관심에 민감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이상한 흥분마저 들었다.(사실 도킨스 류의 책들의 빠른 번역에서 자본의 냄새가 먼저 느껴졌던 게 사실이지만 그쪽은 내 관심 분야가 아니다보니...) 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하나의 미덕에만 집중해서 정리하고자 한다. 그것은 책에 담긴 알토란같은 증언들이다. 책의 인터뷰 대상에는 이 분쟁에서 상당히 거물급,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2023. 5. 17.
생생한 불교 소개서 종교 연구에서 선입관을 바로잡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 자체가 연구의 목적인 경우도 많다. 이번에 번역된 베르나르 포르의 책은 바로 이러한 목적에 충실한 개론서이다. 불교에 대해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것에 대해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내가 느끼기에 이 책의 내용은 매우 시원하다. 전공자들에게는 불편하고 다소 과격하거나 편향적이라고 느껴질 내용들도 분명 있지만, 내 취향에는 딱 맞는다. 이 산뜻한 책을 정확하고도 잘 읽히게 옮겨준 번역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불교란 무엇이 아닌가 - 베르나르 포르 지음, 김수정 옮김/그린비 책에서 다루는 선입관들은 23개로 다양한데, 그 안에서 어느 정도 반복되는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저자가 주된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불교를 순수한 사유체계로 증류해서.. 2023. 5. 17.
2011년 종교 분야 서적들 중에서 올해 나온 종교 분야 서적들을 일별할 일이 있어 이런 저런 책들을 살펴보았는데, 이 작업을 하면서 배운 점들이 꽤 많았다. 난 원래 종교 분야 책들은 내용이 뻔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시도들과 내가 알지 못했던 고수들의 훌륭한 작품들이 왕성하게 생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기회가 되어 구경한 책들에 대한 생각을 간단히 남겨 놓는다.(나는 종교 분야 책 중에서도 주로 기독교 관련 서적들 일부를 살펴보았다.) 우선 주의할 점을 먼저 말하면, 나는 이 책들을 일독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씩 만져보고 감각적으로 느낀 점을 말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밑에 쓴 것은 책에 대한 '평'이 아니라 '기대'일 뿐이다.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 책들이기는 하지만, .. 2023. 5. 17.
예쁜 사진책에 나오는 한국 종교 서술 한국 사진들이 실린 1908년의 사진 여행기를 읽다. Burton Holmes, (New York : The McClure company, 1908) 인터넷 아카이브를 통해 읽을 수 있었음. (참고: 버튼 홈즈의 공식 홈페이지, 그가 찍었다고 하는 1899년 서울 영상: 글 마지막에) 당시 나온 책들 중에서 최고의 편집 상태라고 생각되는 세련된 책이었다. 책의 앞부분 디자인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행지로서 한국을 소개한 책에서 깊이 있는 서술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런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한국에 대해 서구인들 사이에서 전형화되어 있는 진술일 것이다. 종교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그러하다. “[불교가 미미하게 존재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말해서 한국에는 종교가 없다(Korea has no relig.. 2023. 5. 17.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종교학입니다 오래 전에 작업했던 번역 원고가 여러 선생님들의 수고 끝에 출판되었다.(출판이 물 건너갔다고 생각해서 원고의 일부를 블로그에 올려놓기도 했다: 빈 무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수년 전에 하청 받아 작업해놓았을 뿐 이번에 책으로 나올 때 신경도 쓰지 못하였는데, 내 이름이 번역자로 올라가 있어 나도 놀랐다. 번역자가 여러 명이고, 내가 번역한 분량은 4분의 1정도이고 끝까지 책임진 것도 아닌데 어부지리로 공역자가 되었다. 송구스럽다. 대놓고 할 소리는 아니지만, 전에는 하청 받은 원고만 번역했기 때문에 나도 출판된 책을 받아보고서야 책 전체를 처음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또 대놓고 할 소리는 아니지만, 출판된 책을 보니까 이 책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상당히 좋은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역시 내가 .. 2023. 5. 17.
괴테의 이파리, 벤야민과 엘리아데의 현상학 조너선 스미스가 엘리아데의 "종교형태론"에 붙이는 주석에서 괴테의 식물 형태론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을 때 좀 황당했다.(의 2장을 참고할 것) 처음 듣는 괴테의 식물학 책도 신기했거니와 엘리아데가 직접 언급도 하지 않은 책을 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이론으로 제시한 것도 낯설었다. 그런데 괴테의 이파리 이야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다른 사상가를 만나게 되면서 그 이야기가 조금 덜 낯설게 되었다. 그 사상가는 발터 벤야민이다. 그가 받아들인 괴테를 통해서 엘리아데가 받아들인 괴테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얻었다. 더 나아가 ‘현상학’이라는 전통에 대해서도 전보다 이해하게 되었다. 엘리아데(조너선 스미스가 이해한 엘리아데를 말함. 이하 마찬가지)와 매우 비슷하게도, 벤야민에게 괴테가 영향을 미친 부분.. 2023. 5. 17.
의례와 더불어 보는 동학‘들’의 세계 최근에 동학에 관련된 읽을 만한 책들이 부쩍 늘었다. 우선 사회적으로 동학에 대한 관심을 일으킨 김용옥의 (통나무, 2004)이 있고, 김용옥에 의해 소개된 표영삼의 꼼꼼한 역사 서술 (통나무, 2004, 2005)가 있다. 김용휘의 (책세상, 2007)도 깔끔하게 정련된 논의를 담고 있다. 동학의 테오프락시 많은 수는 아니라 할지라도 괜찮은 연구자들이 신구의 조화를 이루며 성과를 내고 있는 이 영역에 종교학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최종성의 (민속원, 2009). 사실 2000년대 중반의 동학 사상에 대한 관심이 일기 이전만 해도 동학은 ‘종교사상’보다는 ‘혁명’으로서 관심을 받았다. 한때 동학이라는 종교적 명칭보다는 갑오농민전쟁이라는 사회운동으로서의 명칭이 선호되기도 했.. 2023. 5. 17.
낭만적인 신화 이해에 재 뿌리는 새로운 신화학 논의 이번에 쓴 신화학 책들에 대한 서평 중에서 에 해당되는 부분을 요약 수정하여 써야 했던 글. 잘 쓰지 못한 글을 요약하는 심정은 참 답답하지만, 이미 이 서평을 쓰기로 할 때부터 생긴 업보로 생각하고 눈감고 이번까지는 감당하기로 했다. 원래 글이 다른 책과 묶어서 논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책 자체에 대한 적절한 소개를 담지는 못한 것 같다. 책의 풍성함을 맛보게 하기보다는 광고 문안처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정도의 책소개... 신화 이론화하기 - 브루스 링컨, 김윤성 외/이학사 신화의 낭만주의적 이해에 재 뿌리는 신화학 논의 - 링컨의 의 출간을 축하하며 최근 대학가에서는 신화학 강의가 붐을 이루고 있고 일반 서점에서도 신화에 관련 책들이 연이어 출판되고 있다. 이러한 출판물의 대부분에는 신화가 모든 존.. 2023. 5. 17.
전씨 아주머니 이야기 한국 무당과 여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인류학자 로렐 켄달(Laurel Kendall)의 최근 글은 한국 무속과 종교 정의의 관계 문제를 제기한다.[Laurel Kendall, "Korean Shamans and Defining 'Religion': A View from the Grass Roots," in Jacob K. Olupona (ed.), (London: Routledge, 2004).] 켄달이 전해주는 전씨 아주머니(Auntie Chun)의 이야기, 이것이 글의 중심적인 소재이다. 신앙이라고 하는 것은 도덕적이고 보편적이고 덕을 강조하지만, 무속은 그런 식으로 체계화되어 있지 않아요. 이건 무당의 지위 때문이에요. 별로 배우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기적(miracle)은 무당에게 많이 일어나죠.. 2023. 5. 17.
종교개혁가들의 종교 개념 ‘개신교적인 종교 개념’이란 무엇일까? 이것은 전에 귀츨라프의 종교 서술을 분석하면서, 개신교적인 종교 개념이 한국에 처음으로 적용되었다고 이야기할 때부터 품었던 의문이다. 말로는 쉽게 개신교적이라고는 하였지만 아무래도 종교개혁가들까지 공부할 필요를 느꼈던 것. 해리슨의 다음 책에서 해당되는 부분을 정리하고 찾아보았다. Peter Harrison, ,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0). 이 주제에 도움이 되는 다른 글로는 다음을 참고할 것. J. Samuel Preus, “Zwingli, Calvin and the Origin of Religion,” 46-2 (Jun., 1977): 186-202. 종교개혁가들은 하느님에 대한 자연지식과 계시지식(즉, 자.. 2023.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