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교사_자료/음악24

사의 찬미를 들으며 얼마 전 1920년대 신여성에 대한 발표를 들으면서 윤심덕의 노래가 생각났다. 잘 알려져 있듯이 그녀는 김우진과 현해탄에서의 자살함으로써 생을 마감한다. 한 선생님의 질문이 재미있다. "그 사람들 죽음을 비극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어? 그렇게 죽음이 인생에서 아름다운 거라고 찬양하던 사람들인데 말야." 가 김우진의 작사란 걸 생각하면, 더 할 말이 없어지는 질문이다. (게다가, 유서에 남겨져 있는 김우진의 문장, "나는 밥을 먹는 이 나라가 싫다"를 보면 그나마 동정해주고 싶은 마음도 싹 가시는 게 사실이다.) 광막한 황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러 가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설움 발표 중에 .. 2023. 5. 21.
다들 아는 노래만 들어있는 앨범 정광태가 요즘 날고 있다. 독도 문제가 광풍처럼 우리나라를 휩쓸면서 “독도는 우리땅”이 연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고, 정광태 자신도 바쁘게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한 때는 외면받았던 외로운 노력이 늦게라도 인정받는 모습은 분명 보기 좋다. 지금의 초등학생까지도 익히 외우는 노래가 “독도는 우리땅”인데, 이 노래를 정광태의 앨범을 통해 들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노래의 유명세에 비해 그의 앨범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내가 그의 앨범을 갖게 된 것도 우연이었다. 길거리를 가다가 어느 레코드점이 점포정리 대처분을 하는 걸 보고 정광태의 앨범 를 천원인가 이천원인가 주고 샀다. (그 때 같이 산 앨범으로 권진원 1집 가 있다. 역시 희귀 앨범이다.) 별 생각 없이 산 시였는데, 내용에 놀.. 2023. 5. 21.
1938년 전화 통화 한국 대중문화에 사용된 외래어를 약간 언급했는데, 그걸 이야기할 때 꼭 소개하고픈 노래가 하나 더 있다. 사실 외국어 사용만이 이 노래의 특징은 아니고, 여러 주목할만한 점들이 있는 특이한 노래이다. 1. 이 노래는 저작권이 소멸되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노래이다. 저작권 소멸 요건은 매우 까다롭다. 작곡자, 작사자, 가수가 “죽은” 지 50년이 지나야 하고, 음반 취입된 지는 30년이 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그런 노래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지만 그래도 잘 찾아보면 3-40편 이상의 노래가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 기사를 참고할 것.) 1938년 발매된 “전화일기”라는 노래로 박향림과 김해송이 듀엣으로 불렀다. 1930년대에는 엽기발랄한 노래가 좀 유행했는데 이를'만요’(漫謠)라고 부른.. 2023. 5. 21.
이씨스터즈와 토착화 이씨스터즈의 "Muskarat Ramble"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분명 우리말 가사로 부르고 있는데, 주의해서 듣지 않으면 꼭 미국 노래를 듣고 있는 것 같다. 곡조나 분위기, 심지어 가사 발음까지 미국 노래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물론 이 노래는 번안 가요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노래는 전혀 우리 노래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잘 부른 노래이지만, 미국의 노래를 우리나라 사람의 목소리로 충실히 재현하였다는 느낌이다. Mcguire Sisters의 노래를 가져와 부른 것인데, 씨스터즈라는 그룹 이름에서나, 영어를 그대로 유지한 노래제목에서나, 심지어는 앨범에 있는 머리 모양에서나, 몸만 한국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씨스터즈-Muskarat Ramble .. 2023. 5. 21.
초기 한국 천주교 신자들이 부른 성가 초기 한국 천주교 자료들을 보다가 성가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자료들을 보았다. (다음 자료들은 모두 전정임의 [초기 한국 천주교회음악]에서 간접 인용한 것이다.) 19세기 말 조선땅에서 생경한 라틴어 성가들이 울려퍼지고 있음이 많이 기록되어 있다. 구한말 자료에서 만나는 라틴어는 참 낯설다. 1891년 10월 4일. 저녁 때 소성당의 강복식이 있었다. 마니피캇(Magnificat)을 노래하고 성체강복. ([뮈텔 주교 일기 1], p.18) 1892년 4월 16일. 6시 반에 성 토요일 예식... 프와넬 신부가 엑술텟(Exsultet) 노래. ([뮈텔 주교 일기 1], p. 44) 1893년 우리는 처음으로 진짜 성당의 천장 아래서 크레도를 노래부를 수 있었습니다. ([서울교구연보 1], p.139) 외국 .. 2023. 5. 20.
노래 부르는 교회 흑인 교회에서 노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미국에선 요즘 "black"이란 말을 안쓰기 때문에, "black church" 대신에 “African-American church"라고 부른다. 하지만 적당한 번역어가 없어 그냥 흑인 교회로 한다.) 노래를 부르면서 사람들이 모여 예배가 시작되고, 노래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노래로 마무리를 한다. 그래서 어느 흑인 교회 장로는 노래를, 신앙의 여정을 지켜주는 세 개의 지팡이--노래, 기도, 예배--의 하나라고 표현한다. 노래는 흑인 교인들에게 일상생활에서도 예배를 지속시키는 강력한 매체로 기능한다. 차 안에서 듣는 가스펠 라디오 방송은, 이들에게 핵심적인 종교 생활이다. 이들이 노래와 관련하여 즐겨 인용하는 성구들이 있다. 그 대부분은 시편이다. 예.. 2023. 5. 20.
북미 여행과 팔도 유람 요즘 화장실에서 미국 지도를 많이 들여다보는 편이다. 미국의 역사 지리를 알아두는 것이 책 읽을 때나 이야기 나눌 때 필요한 경우가 있어서 시작한 일인데, 나름대로 재미도 있다. 넓은 지역이다 보니 봐도봐도 생소할 때가 많은데, 이제는 어느 주가 어디 있는지 어렴풋이 알 정도. 도시 이름들은 여전히 쉽지 않다. 요즘 걸어다니면서 듣는 음악 중에 옛날 컨트리 가수 행크 스노우(Hank Snow)의 노래 “I'v been Everywhere, man"이라는 노래가 있다. 이 할아버지는 1999년에 작고한 분이고, 이 노래는 1962년의 히트곡이다. 북미 전역을 누비고 다녔노라는 여행 노래이다. “내가 가본 곳은 여기여기...” 이러면서 속사포처럼 미국 곳곳의 지명들을 쏘아대는 재미있는 노래인데, 노래가 흥겹.. 2023. 5. 20.
대중음악과 종교 다음 글에서 일부분을 요약한 것. 어려우면서도 정리할만한 내용은 많지 않았던 글. Mark Hulsether, “Music,” (Routledge, 2015). 0. 신비한 창조력이 음악을 타고 흐른다. 어찌 음악을 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음악이 대중적 형태를 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 종교가 음악과 뒤얽히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1. 대중 종교음악popular religious music이라는 범주. 여러 어려움과 단점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잠정적으로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대중population] 최근 미국사에 한정한다. [음악music] 미국 언중의 이해에서 출발한다. 즉 멜로디, 화음, 박자, (가사)를 갖추어 미국인이 음악이라고 여기는 것. [종교religion] 사람들이 종교라고 .. 2023. 5. 13.
가스펠, 영가, 블루스 가스펠 송과 흑인 영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일단 가사의 내용이 다습니다. 흑인 영가는 죽음으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천국에 갈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이 주요 관심사입니다. 또 노래를 부르며 천국을 상상하고 현실의 고통을 잊으려 노력했습니다. 반면에 가스펠 송 가수들은 슬픔과 괴로움이 표현된 노랫말을 신앙의 환희를 실어 불렀습니다. 가스펠 송은 노래하면서 내면의 기쁨이 솟구치도록 만드는 창조적인 노래입니다. 그러므로 곡조도 리드미컬하고 격렬합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도취되고 환희를 느낀다는 점에서 가스펠 송은 링 샤우트(ring shout)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124) 음악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블루스와 가스펠 송의 가사는 완전히 다릅니다. 노랫말만 본다면 블루스는 ‘악.. 2023.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