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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문화61

리나와 재환의 결혼식순 "The Bare Facts of Ritual"이라는 글에서 조나단 스미스는 북미 원주민의 곰사냥 의례에 대해 이야기한다. 북미 원주민은 자연물과 유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친구인 곰을 사냥해서 죽인다는 것은 미안한 일이 된다. 그래서 곰사냥 의례는 이러 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사냥꾼은 목욕재계를 하고 담배를 하늘에 올려 식을 준비한다. 인간 세계를 떠나 숲의 세계에 들어가는데, 숲에서는 손님에 대한 선물로 음식, 즉 곰을 내어준다. 선물로 주어진 곰에 대한 의례적 살해가 진행된다. 곰은 일대일로 사냥꾼과 대면하며, 사냥꾼은 그를 달래주는 노래를 해준 후 피를 흘리지 않는 방법으로 곰을 죽인 후 시체를 소중히 갖고 돌아와 의례 규정에 따라 고기를 가르고 처리한다. 이상이 전통적인 의례 규범이고 종.. 2023. 4. 14.
영혼결혼식(1981) 1981년 경북 영일군에서 행해진 수망굿(물에 빠져 죽은 이의 넋을 건져 극락으로 보내주는 굿)에선 고기잡이 나갔다 사고를 당한 김길만씨의 넋건지기 이후 총각인 그를 장가보내는 영혼결혼식이 이어졌다. 궁합이 맞는 죽은 처녀 중 한 명이 신부로 선택되었다. 김수남, (열화당, 1985), 36-44. 아래 사진에서 영혼결혼식의 과정을 볼 수 있다. 신랑 신부의 인형을 갖고 직접 맞절을 시키는 결혼식의 절차를 진행한다. 식이 끝난 후 가족들과 기념촬영도 한다. 신방이 차려지고, 이부자리에 두 인형을 눕힌다. 동네사람들은 창호지로 엿보는 흉내를 낸다고 한다. 제단에 모셔진 부부의 사진. 2023. 4. 11.
아니미타animita '아니미타animita'는 칠레나 아르헨티나에서 볼 수 있는 미니 사당祠堂이다. 누군가가 사고로 인해 죽은 자리에 그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작은 구조물(개집처럼 생긴 것도 많음)로, 흔히 십자가가 달려있고 내부에는 촛불이나 꽃이 들어있다. 아니미타가 있는 곳은 살인사건의 현장, 바닷가의 언덕, 철길 등 다양할 수 있지만, 가장 많이 있는 곳은 교통사고가 일어난 길가이다. 우리나라라면 ‘사고 많은 곳’이라는 표지판이 있을 만한 곳에서, 칠레라면 아니미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니미타는 아니마anima(영혼)에서 나온 말로, 가톨릭교회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는 신앙행위는 아니지만 기독교의 외피를 쓴 원령怨靈 달래기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민간차원.. 2023. 4. 11.
"경세종"의 사진촬영 김필수, (광학서포, 1910) 후에 목사가 되는 김필수가 1910년에 저술한 경세종의 마지막 장면은 동물들이 회의를 끝내고 원숭이 사진사의 인도를 따라 “기념촬영”을 하는 것이다. 당시(그리고 그 이후로도) 중시되었던 사진찍기 관행이 이르게 묘사된 사례로 보인다. 2019. 7. 18.
존스의 한국 크리스마스 묘사(1902) G. H. Jones, "Christmas among Koreans", The Korea Review 2-2(Feb. 1902), 61-63 존스가 묘사한 한국 크리스마스 풍경. 그는 크리마스날 교회 전체가 일체가 되어 축제로서 이 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크리스마스의 성공적인 정착을 말하는 글. 2015. 2. 4.
초기 개신교 결혼식 사진 출처: Donald N. Clark, (Seoul: The Korea Society, 2009). 기독교 결혼식 장면(1920년경 서울) Mission Photograph Collection 한국식 기독교 결혼(1904년 함흥) Moffet Korea Collection 결혼 구경꾼들(1904년 함흥) Moffet Korea Collection 2011. 11. 3.
주재용, <先儒의 天主思想과 祭祀問題> 주재용, (경향잡지사, 1957). 가톨릭 교회 입장에서 제사 문제를 정리한 1950년대 글. 제사는 지내는 것은 극단적인 효의 실천으로만 간주되기 쉽지만, 저자의 입장에서는 유고의 오륜(五倫)을 지키는 것은 하느님을 섬기는 것에 연결되기 때문에 결국 제사는 하느님으로 향한 것이라는 결론으로 유도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제사를 이단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단이라 함은 천주에게 드릴 양식을 부적당한 방식으로, 혹은 천주가 아닌 타자에게 바쳐, 피조물을 마치 천주처럼 섬기는 것을 말하는데 제사는 하느님에게 향한 것이기 때문에 이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사에서 섬기는 것은 하늘이지 부모가 아니다. 이러한 점은 고대의 순수 제사 전통에 잘 드러난다고 주장된다. 다만 제사를 확립한 공자의 잘못은, 하늘에 대한.. 2009. 2. 11.
북장로교회 혼상예식서(婚喪禮式書) (조선기독교창문사, 1925)를 요약한 내용. Ⅰ. 자료의 구성 *본문(24쪽) 서문 1장 혼례식서 (조례/절차/복장) 2장 상례식서 (조례/절차/복장) *부록(76쪽) 부록1 -본회 헌법 중 예배 모범 제12장 혼례 조례 부록2 -본회 헌법 중 예배 모범 제12장 장례 조례 부록3 -성례(聖禮)와 장립식(將立式) 1. 세례의 조례와 식 2. 성찬의 조례와 식 3. 장립의 조례와 식 (장로와 집사 선출 / 강도사 인허 시취(試取) / 목사와 선교사 임직) 『조선예수교장로회 혼상례예식서』는 1925년(大正 14년) 2월 25일 조선기독교창문사에서 발행되었다.(정가 80전) 본문은 혼례식과 장례식에 관한 지침들로 간단히 구성되어 있으며, 예식위원 박문찬이 쓴 원서(元序)와 예식위원 박승봉이 쓴 서문이 앞에 .. 2009. 2. 1.
추도 예배, 한국 개신교의 의례 추도 예배는 한국 교회에만 있는 거라고 이야기하면 잘 믿지 않는다. 하기사 교회사 공부하시는 분들께 그 얘기를 했는데 펄쩍 뛰면서 그럴 리가 없다고 할 정도인데, 일반 교인들이 놀라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기독교 의례체계는 관혼상(冠婚喪), 거기까지이다. 천국에 가면 끝이니까. 죽은 조상을 기리는 제(祭)에 해당하는 의례는 서양 교회에는 (가톨릭 교회의 몇몇 의례를 제외하고는, 예를 들어 모든 성인 축일) 존재하지 않는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나 다니지 않는 사람이나, 추도 예배는 제사에 반대되는 행위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 반대로 이해한다. 둘은 연속선상에 있는 의례이다. 제사가 있던 자리에 추도 예배가 생겨났으며, 제사의 역할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추도 예배가 생겨난 것은, 장.. 2009. 1. 20.
초기 한국 크리스마스의 모습 아랫글에 이어 다시 논문 우려먹기. 초기 한국 개신교인들에게 크리스마스가 어떤 날이었는지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다. 크리스마스를 묘사한 옛 자료들을 뒤지면서 나름대로 두 특성을 잡아내었는데, 해놓고 보니 지금 볼 수 있는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어 좀 허탈했다... 하나는 크리스마스가 비신자에게 기독교를 소개하는 酉?구실을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크리스마스가 수혜의 이미지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 어릴 적을 생각해보면, 기독교인 친구들은 비신자인 내게 크리스마스 전날 연극 구경을 오라고 많이 초대하곤 했다. 그날 교회 가면 연극 보고, 사탕 먹고, 운 좋으면 선물도 받을 수 있었다. 내게 크리스마스는 그런 날이었다. 그런 내 어릴적 모습이 공교롭게 아래 내용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료 보고 분석한 .. 2009. 1. 20.
한국에 크리스마스가 들어왔을 때 크리스마스와 별 인연이 없으면서도, 난 크리스마스에 관심이 많았다. 무슨 관심이냐면, 이 낯선 날이 어떻게 한국 땅에 들어와 자리를 잡게 되었는가를 알고 싶었다. 옛날에 쓴 논문에 이런 관심의 흔적이 있다. 크리스마스 수용이라는 문제를 놓고 나름대로 자료 찾고 짱구도 굴리고 했더랬다. 논문 중에서 크리스마스에 대한 부분은 내가 직접 찾은 자료로부터 구성한, 몇 안 되는(!) 부분 중 하나이다. 남의 연구에서 열심히 빌어다 쓴 다른 부분에 비해 설익었으면서도 애정이 가는 그런 부분이기도 하다. 고칠 엄灌?전혀 안 나고, 좀 유의미하다 싶은 부분을 그저 조금 잘라 여기다 실어놓는다. 아래 내용은 한국에 크리스마스가 처음 들어왔던 1800년대 후반의 과정을 조사한 것이다. 추수감사절 수용 조사할 때보다 좀더 .. 2009. 1. 20.
한국의 추수감사절 수용 방원일, (문학석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대학원, 2001), p.33-34. 추수감사절은 선교 과정에서 엘리트 전통에 의해서 부과되었다는 특성이 두드러진 절기 의례이며, 이 점에서 대중 전통에 의해 수용이 주도된 크리스마스와는 대조를 이룬다. 초기 추수감사절의 실천 양상은 이 점을 뚜렷이 보여준다. 추수감사절은 선교 개시 직후부터 수행된 의례가 아니며 한국의 교단 체계가 어느 정도 정비된 시점에서 실행되기 시작한 절기 의례이다. 1900년만 해도 한국 교회에서는 아직 추수감사절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1) 1902년에 들어서야 이천의 감리교회에서 처음으로 추수감사예배를 올렸다는 기록이 등장한다.2) 이후 각 교단마다 달리 지켜지던 추수감사절은 1904년 장로교 공의회에서 통일적으로 지켜지기로 결의된.. 2009. 1. 13.
[펌]그레이슨 교수…추도예배의 기원을 찾아서 한국기독교의 힘, 주체성·민족주의 세필드대 그레이슨 교수…추도예배의 기원을 찾아서 편집인 박정신 교수가 한국교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교계 인사들을 찾아 나섰다. 그 첫걸음으로 한국종교와 문화를 40년 가까이 연구한 제임스 그레이슨 교수(James Huntley Grayson·한국명 김정현·영국 세필드대)를 연세대에서 7월 24일 만났다. 감리교 목사인 그레이슨 교수는 한국의 종교·문화를 연구해 에딘버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감신대·경북대·계명대·연세대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영국 세필드대에서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그레決?교수는 1965년 퀘이커교도의 한국 봉사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줄곧 한국사회와 문화, 특히 기독교의 토착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게다가 한국아이 두 명을 .. 2009. 1. 11.
결혼식에 관련된 만문만화들 신명직의 (현실문화연구, 2003)에서 1920-30년대 안석영의 만문만화들을 볼 수 있다. 당시 사회상을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들로, 그 깊이가 보통이 아니다. 짧은 글과 그림의 조합을 통해 사회 단번에 깊숙이 들여다보게 해주는 좋은 자료를 소개해준 저자에 고마움을 느낀다. 많은 만화들 중에서 옛날 논문 주제와 관련이 되는 결혼에 관한 자료들만 간단히 남겨 놓는다. 1. 1931년이 오면(3): 1930년에 그려진 이 만화는 재빨리 결혼을 해치우는 풍속도에 대한 풍자이다. 간편한 결혼에 대한 대중적 열망은 개화기 때부터 존재해왔으며 이른바 ‘신식 결혼’을 형성한 가장 큰 추동력이었다. 신식 결혼은 개신교 결혼식을 발판으로 해서 간편함의 욕구를 실현한 새로운 의례의 출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1930년대.. 2009. 1. 11.
1930년대 개신교 결혼 1930년대의 결혼식 사진이다. 이전에 내가 쓴 논문에서의 주장 중 하나가 한국의 개신교 결혼식은 혼합적인 의례라는 것이다. 이 사진의 복장은 그 혼합적인 양상을 잘 보여준다. 신부의 옷에 주목할 것. 하얀 소복이다. 거기다 하얀 면사포를 썼다. 면사포는 서구식 결혼을 상징한다. 내가 알고 있는 자료에 의하면, 20세기 초반 한 미국 여선교사가 “진짜 개신교식 결혼”을 올리게 해달라는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고민끝에 면사포를 만들어 씌웠다. 그렇게 시작된 전통 복장에 면사포를 씌운 신부 복식은 이후 수십년간 유지된다. 복장의 문제에 대해서는 1920년대의 개신교 의례 지침서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예복이 신구교체시기를 맞아 일정한 제도가 없이 혼잡무장한 것이 유감스러움. 그러나 세계통용예복을 사용할 .. 2009.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