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태, <<라프카디오 헌의 일본론: 종교로 일본 상상하기>>(아카넷, 2015).
라프카디오 헌(Lafcadio Hearn, 고이즈미 야쿠모)는 생애 자체로 이목을 끄는 인물이다. 일본에 애정을 가진 미국인으로 끝내는 일본에 동화되어 일본 가정을 꾸리고 일본인으로 죽은 인물, 일본 문화의 전반을 뛰어난 영어 문장으로 전달한 저술가, 그래서 일본인으로부터 “어떤 일본인보다도 일본을 더 잘 이해한 예술가”라는 찬사를 들었던 인물. 여기에 박규태 선생은 그가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 저술한 방대한 글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가 ‘종교’ 이해임을 보여줌으로써 매력을 한층 높여 놓았다.
“스피리추얼리즘(심령술), 범신론, 진화론, 휴머니즘, 낭만주의가 뒤범벅된 복합적인 세계관을 가졌던 헌”(134)
라프카디오 헌의 종교적 배경은 특이하다. 그는 기독교인이 아니고 오히려 어느 정도 기독교 선교에 적대적이었다. 심령술 참여 경험이 눈에 띄는데, 심령술이 동아시아의 신(spirit) 개념 이해에 도움을 주었으리라 추측해본다.
“사자는 죽음에 의해 신비한 힘을 획득하여 ‘위에 선 자’ 즉 가미가 된다.(113)
“일본의 장래는 고대의 사자의 종교에서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발전해온 이 새로운 충의 종교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115)
메이지 시대 국가종교에 대한 낙관적 견해가 헌의 일본 이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하지만 조상숭배에서 일본의 저변을 찾아낸 것은 통찰력이 있다.
“붓다는 고타마도 여래도 아니다. 그것은 인간 마음속에 있는 어떤 신성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무한의 누에고치이다. 이 고치는 모두 그 안에 영적 붓다를 품고 있으며, 이 점에서 모든 중생은 일체이다.”(137-138)
“너무나 매력적이라 앞을 스쳐 지나가기가 마음 아플 만큼의 예술 작품이 있었다. 죽은 아이들의 놀이 상대인 지장보살을 눈부시도록 흰 돌에 새긴 꿈과 같은 불상은 분명 어떤 그리스도상보다도 훨씬 달콤하고 아름다웠다.”(166)
헌의 불교 이해에는 미적이 요소가 두드러진다. 민간신앙의 작은 부분을 잡아내는 관찰력도 두드러진다. 한편으로 그가 이해한 불교가 스펜서의 진화론에 부합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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